기획특집
[고통받는 교회를 도웁시다] 중동 (4) 총 맞은 십자가, 이라크 교회
쓰러진 십자가 다시 세우려는 그들에게 기도와 관심을
2017. 11. 19발행 [14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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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다에시가 장악하고 있던 모술을 탈환한 정부군과 시민들이 성 조지 수도원 인근에 나무 십자가를 세우고 있다. 서서히 고향으로 돌아오는 그리스도인 난민들은 삶을 재건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CNS 자료사진】

▲ 모술대교구장 요한나 페트로스 무슈 대주교가 다에시(ISIS)로부터 해방된 바르텔라 마을에 있는 성당에서 파괴된 성모상을 들고 나오고 있다.



박해받는 그리스도인 실상을 취재하려면 이라크와 시리아 현장에 가야 하지만, 한국 정부는 두 나라를 모두 여행 금지 국가로 묶어놨다. 다행히 독일 출신인 고통받는 교회 돕기 한국지부(ACN-Korea)의 요하네스 클라우자 지부장이 지난해 ACN 국제본부 관계자들과 이라크 아르빌을 방문해 폐허 현장을 둘러보고, 현지 그리스도인들의 목소리를 담아 왔다. 또 그리스도인 난민들의 고향 귀환을 돕기 위해 지난 9월 로마에서 열린 ‘니네베 평원 재건 프로젝트’ 회의에 참가했다. 클라우자 지부장의 이라크 방문기와 회의 참가기를 연속해서 싣는다.

니네베 평원은 전쟁 중이었습니다. 한 병사는 며칠 전 텔레스코프 근처 참호에서 미 해병대 병사가 저격당했다며, 다에시(ISIS,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아직 가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작은 그리스도교 마을인 텔레스코프는 대부분 파괴되었고, 먼지와 유리 조각, 쓰레기만 나뒹굴었습니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무너진 교회에 들어서자 목이 잘린 예수상이 보였습니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예수상을 집어 들었을 때, 많은 생각이 스쳐 갔습니다. 테러 집단은 우리가 거룩하게 여기는 것을 파괴했습니다. 총 맞은 십자가는 박해받는 이라크 교회의 상징이 된 지 오래입니다. 니네베 평원에서 다에시는 패퇴했습니다. 하지만 평화도, 주민들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곳 젊은이들은 한 번도 평화를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분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1950~1960년대 쿠르드 봉기 시대에 성장한 세대의 자녀들로 이란-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1980년대에 태어났습니다. 이들은 ‘사막의 폭풍 작전’과 ‘사막의 여우 작전’을 비롯한 전쟁을 숱하게 겪었습니다. 2000년대 미군이 이끄는 다국적군이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자, 이라크는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자들의 온상이 되었고, 결국 다에시 같은 집단이 출현했습니다. 결국 2014년 여름, 다에시는 모술과 니네베 평원을 점령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믿는 왜곡된 이슬람 교리를 강요했습니다. 또 개종을 거부하는 소수 민족을 쫓아내거나 죽였습니다.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의 국제 협력자인 타베트 유시프 신부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2014년에 마을을 탈출할 수 있었던 건 기적입니다. 모든 가정이 빠져나가고 2시간 만에 다에시가 들이닥쳤으니까요. 다에시는 십자가 등 그리스도교 상징물을 닥치는 대로 훼손했습니다. 그리스도교 전체를 파괴한다는 망상에 빠져 그런 행동을 했을 겁니다. 교회가 상당히 부서지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궁극의 영광은 예수님과 그분의 십자가의 차지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신앙입니다.”

이라크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살았습니다. 일찍이 1세기에 토마스 사도가 이곳에 그리스도교를 전했습니다. 모술과 니네베 평원의 그리스도인은 20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합니다. 게다가 하느님께서 예언자 요나를 보내신 니네베가 바로 오늘의 모술입니다. 다에시는 이런 그리스도교 마을에 들이닥쳐 닥치는 대로 파괴했습니다. 아무 잘못도 없고 그저 종교적, 정치적 다툼의 희생양일 뿐인 그리스도인 등 소수 민족은 모든 것을 잃은 패배자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피해는 컸습니다. 2003년에 신자가 150만 명 정도 되었지만, 2016년에는 30만 명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살해당한 사람도 많지만, 다수는 요르단과 레바논 등지로 피신했습니다. 다른 나라로 피신한 난민들은 유럽과 캐나다로 건너가 삶을 새로 시작하고 싶어 합니다.

2014년 여름에만 약 12만 명의 그리스도인이 모술과 니네베 평원을 떠났고, 9만 명은 여전히 아르빌에서 국내 실향민(IDP)으로 살고 있습니다. ACN은 지역 교회를 통해 이 사람들을 도와준 첫 구호단체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약 3420만 유로(452억 원)를 지원했습니다. 작년에 한국을 방문한 아르빌의 바샤르 와르다 대주교님은 명동대성당에서 한국 후원자들에게 감사를 전하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와르다 대주교님과 ACN이 함께 세운 의료시설에 큰돈을 보내셨습니다.

아르빌에 사는 그리스도인 9만 명은 저마다 사연이 있습니다. 타와피크 사콰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카라코쉬에서 농사를 지었습니다. 넓은 땅에서 가축을 길렀고, 작은 호텔도 운영했습니다. 풍족한 삶이었죠. 차를 타고 카라코쉬를 떠나던 그 날, 저와 아이 네 명이 다에시에 납치당했습니다. 저희는 예수님께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슬람교가 생겨난 후 수천 년 동안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은 박해를 받았지만 우리는 생존했습니다. 저는 이 땅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습니다. 저의 모든 것이 카라코쉬에 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다른 나라에 가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약탈자들에게 고향을 넘겨주지 않을 겁니다.”

필자는 독일인입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대규모 원조 사업, 곧 ‘마샬 계획’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ACN은 이라크 교회 지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 시대의 마샬 계획’을 세웠습니다. 사콰트와 유시프 신부님 같은 국내 실향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그리스도교 마을을 재건하도록 돕는 계획입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우선 무너진 집과 교회를 다시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영적인 마샬 계획’도 필요합니다. 우리가 이들을 당장 도와주지 않으면,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2000년 신앙의 역사를 자랑하는 니네베 평원에서 교회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총 맞은 십자가를 지고 가는 이라크의 형제자매들에게 관심과 기도와 실제적 도움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에게 키레네 사람 시몬이나 베로니카 성녀 같은 사랑이 있습니까? 우리가 얼마나 해야 충분하게 노력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중동과 로마를 방문하고 오는 길에서 저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 요하네스 클라우자(고통받는 교회 돕기 한국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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