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남북 모두의 자리 마련된 잔칫상에서 하느님의 평화를 나누길 바라
2017. 11. 19발행 [14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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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이 4일 폐막했다. 위기에 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작은 디딤돌’이 될 평화나눔포럼은 막을 내렸지만, 그 평화 메시지가 남긴 향기는 강렬하고 여운은 길다. ‘평화의 사도직’에 투신해 온 성직자들의 이야기를 두 차례에 걸쳐 나눠 싣는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 브라질 상파울루대교구장 오질로 페드루 쉐레 추기경



브라질 상파울루대교구장 오질로 페드루 쉐레 추기경



“한반도도 가능합니다.”

브라질 상파울루대교구장 오질로 페드루 쉐레(Odilo Pedro Scherer) 추기경은 “참된 평화는 인간과 하느님 사이의 원초적 관계 위에 세워지는 관계(창세 17,1)이기에 평화와 폭력은 같은 집에서 살 수 없다”며 “한반도 평화 또한 대화 문화를 증진하는 데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방한을 통해 한민족의 상처에 대해 많이 알게 됐습니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 말입니다. 휴전 협정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었습니다. 평화 협정도 아니었잖아요? 한반도에서는 대화의 작은 발걸음을 이어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몸소 화해를 위해 일했던 분입니다. 그래서 대화를 강조하십니다. 우리 모두 대화를 위한 첫걸음을 떼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쉐레 추기경은 “국내 사안이든, 국제 현안이든 갈등을 해결하려면 갈등의 기원을 찾아 그 원인을 이해하고 극복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불의와 빈곤, 착취의 구조적 상황에 연결된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쉐레 추기경은 “전쟁보다는 협상과 대화의 길을 열어야 하고, 경제제재는 엄격한 판단과 윤리 기준에 비춰 심사숙고해 결정해야 한다”면서 “대북 경제제재 역시 북한을 협상과 대화의 테이블에 끌어내는 일이기에 제재로 가장 취약한 이들이 고통받는 상황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쉐레 추기경은 한국 보수 진영 일각에서 제기하는 핵무장을 단죄했다. 「사목헌장」 80항을 인용,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같은 대량살상 무기는 ‘하느님과 사람을 거스르는 죄악으로, 확고하고 주저 없이 단죄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쉐레 추기경은 공포의 균형 유지 차원에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교회는, 성경은 평화에 대해 힘의 균형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면서 “힘의 균형은 무기의 무서움 때문에 이어지는 폭력의 평화이고, 위협의 평화”라고 지적했다. “폭력은 결코 평화에 이바지할 수 없다”면서 “평화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질서를 찾는 데서 이뤄지며 모든 이가 평화 증진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평화가 꽃필 수 있다”(「민족들의 발전」 76항 참조)고 말했다.

쉐레 추기경은 “브라질 교회는 무엇보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자선활동을 통해 사회적 평화에 이바지하고자 애를 쓰고 있다”며 “그 노력은 교육과 사회사업, 특히 어린이들과 가난한 가정에 대한 지원에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1949년 브라질 세로 라르고 태생인 쉐레 추기경은 1976년 톨레도교구에서 사제품을 받았으며, 로마 그레고리오대학에서 신학 석ㆍ박사학위를, 같은 대학에서 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상파울루 보좌 주교로 임명됐고, 2007년 4월 상파울루대교구장 대주교가 됐으며, 그해 11월 추기경에 서임됐다. 현재 상파울루 아포스톨로대학 교회법 학과장, 브라질 라칭거 소사이어티 회장도 맡고 있다.


▲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대교구 보좌 그레고리오 로사 차베스 추기경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대교구 보좌 그레고리오 로사 차베스 추기경




“교회가 요구하는 대화는 평화를 열망하는 많은 이들의 고뇌와 고통, 수고, 고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하라는 요청에 응답하는 진지한 노력입니다.”

복자 오스카르 아르눌포 로메로 대주교의 오랜 협력자였던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대교구 보좌 그레고리오 로사 차베스(Gregorio Rosa Cahvez) 추기경은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는 그리스도의 평화여야 한다”고 말문을 뗐다.

“2000년 대희년 선포 칙서인 「강생의 신비」는 ‘기억의 정화’를 강조합니다. 단순히 잊자는 게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신학적으로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가해자 또한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함으로써 피해자와 화해하며 과거 잘못을 새로이 재평가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야 진정한 평화가 가능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2016년 자비의 특별 희년에 기억을 정화하고 과거로부터 나와 앞으로 나아가라고 초대하십니다. 한반도의 미래 평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기억의 정화입니다.”

그래서 차베스 추기경은 “우리가 기억의 정화를 통해 그리스도의 평화를 만드는 사람, 곧 평화의 장인(匠人)이 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차베스 추기경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갈등 당사자들이 만나 대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교회 안에서든, 교회 밖에서든 대화는 큰 도전이며, 우리는 평화를 가르치며 대화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아울러 “한국인들은 ‘빨리빨리’를 말하지만, 먼저 멈추고 침묵의 내면화를 통해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고 묵상하는 시간이 앞서야 한다”면서 “평화의 장인은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사회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학자답게 차베스 추기경은 사회를 평화로운 분위기로 바꾸는 사회 매체의 역할에 주목한 뒤 “단순히 사실을 알리는 광고, 위선을 진리처럼 파급시킴으로써 사람들의 의식 자체를 오염시키는 선전을 구별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구별하려면 정보가 어디서 오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베스 추기경은 또 “평화는 마치 자전거 페달과 같아 페달을 밟지 않으면 평화는 굴러갈 수 없다”며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매 순간 평화의 페달을 밟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에서도 남북이 모두의 자리가 마련된 잔칫상에 둘러앉아 하느님의 평화를 나누게 되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1942년 엘살바도르 모라산 태생인 차베스 추기경은 1970년 사제품을 받았고 1976년 벨기에 루벵가톨릭대에서 신학 박사, 사회매스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부터 6년 가까이 산살바도르대교구 대신학교 학장을 지냈으며, 1982년 7월 주교로 임명돼 보좌 주교로 사목해 왔다. 1984년 10월부터 1989년 10월까지 5년 동안 엘살바도르 정부와 반군 무장단체 ‘파라분도 마르티 해방 전선(FMLN)’ 간의 대화를 5차에 걸쳐 중재했고, 올해 5월 엘살바도르 최초로 추기경에 서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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