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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쿠르드인 - 박현도(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
박현도 (스테파노,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
2017. 11. 12발행 [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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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라는 나라는 크게 세 부류의 공동체로 이뤄졌다. 국민의 95%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고, 5% 정도가 그리스도인이다. 무슬림 중 60~65%는 시아파 아랍인 무슬림, 15~20%는 순니파 아랍인 무슬림이고, 약 15%는 순니파 쿠르드인 무슬림이다. 사는 지역도 크게 세 곳으로 나뉘어, 바그다드를 기점으로 아랍 시아파는 유전지대인 남동쪽, 아랍 순니파는 석유가 거의 나지 않는 북서쪽, 쿠르드인들은 석유의 혜택을 입은 북동쪽에 몰려 산다.

언어나 문화 정체성을 기준으로 나라를 이룬다면 이들 셋은 서로 갈라져 따로 살림을 차려야 했다. 쿠르드인들은 아랍인들과 달리 아랍어가 아니라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쿠르드어를 쓴다. 그러나 프랑스와 중동을 나눠 가진 영국은 셋을 하나로 묶어 이라크라는 나라를 만들었다. 영국은 원래 쿠르드 국가를 만들 생각이 있었으나 쿠르드 지역인 모술과 키르쿠크에서 석유가 나자 쿠르드를 이라크에 붙인 후 유전이 없는 아나톨리아 지역에 쿠르드 국가를 세우고자 했다. 그러나 터키의 반대로 포기했다.

1920년 영국 보호령 왕정으로 시작할 때부터 영국에 협조한 순니파 아랍인들이 이라크를 장악했다. 1958년 군사 쿠데타를 거쳐 공화정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1979년부터 2003년까지 무려 24년간 철권통치를 한 사담 후세인 역시 소수 순니파를 정권의 기반으로 삼아 이라크를 다스렸다. 시아파든 쿠르드든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는 항의나 요구는 철권으로 억눌렀다. 1988년 3월 16일 쿠르드 지역인 할랍자에 사담 후세인의 명령을 받은 이라크 공군기가 독가스를 살포해 쿠르드 주민 5000여 명이 즉사한 것은 현대 최악의 민간인 학살 중 하나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한 후 이라크는 시아파 무슬림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새로운 이라크에서 쿠르드 지역은 아르빌을 수도로 쿠르드 지방 정부가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전 때 이라크 재건과 평화를 돕기 위해 주둔한 곳이 바로 아르빌이었다. 쿠르드인을 도운 것이다.

지난 9월 25일 쿠르드 지방 정부는 독립을 안건으로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93%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독립안이 통과됐다고 발표하면서 꿈에도 그리던 독립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는 투표를 위헌이라고 선언했고, 이내 키르쿠크를 점령하면서 무력으로 쿠르드 독립을 막고 있다.

현재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 쿠르드 독립은 어렵다. 이스라엘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나라도 쿠르드 편을 들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웃 국가 이란과 터키는 군대라도 움직여 쿠르드 독립을 저지할 기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두 나라에 사는 쿠르드인을 합치면 500만 명인 이라크 쿠르드인의 5배가 넘는 2600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쿠르드인들은 자그로스 산맥을 중심으로 이라크, 이란, 터키, 시리아 등 4개국에 퍼져 살고 있다. 이란에 약 800만 명, 터키에 약 1800만 명, 시리아에 약 200만 명의 쿠르드인들이 거주한다. 중동을 떠나 해외에 사는 약 200만 명을 더하면 전 세계 쿠르드인은 무려 3000만 명에 이른다.

역사 문화적으로 보면 이라크와 이란의 쿠르드인, 터키와 시리아 쿠르드인이 서로 가깝다. 만일 이라크 쿠르드가 독립해 독립 국가를 이룬다면 무엇보다도 이란의 쿠르드인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기에 이란은 신경을 곤두세운다. 또 독립을 위해 미국 편에서 IS와 싸운 시리아 쿠르드인들 역시 움직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터키 쿠르드 민심이 들썩일 것이 뻔하기에 터키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는 것이다.

사냥이 끝났으니 사냥개 역할도 끝이라더니, 독립을 위해 IS를 용맹하게 무찌른 쿠르드인을 서구는 애써 모르는 체한다. 몹시 안타깝지만 세상은 이렇게 무심하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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