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19) 서울대교구 세검정성당
한폭의 그림 같은 산자락 위로...살포시 올라앉은 하느님의 집
2017. 10. 15발행 [14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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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검정성당 제단은 천개 형태의 발다치노를 설치해 회중석과 구분할 뿐 아니라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제대와 독서대, 주례자석, 감실 등이 모두 회중석에서 잘 드러나도록 정돈돼 있다.


▲ 서울대교구 세검정성당은 수려한 자연경관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산의 경사면을 살려 지어졌다. 사진은 기도 손 모양으로 지어진 세검정성당 전경.


▲ 세검정성당은 중정을 기준으로 전례 공간과 문화 교육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사진은 세검정성당 중정 전경.




‘테라스 성당’이라는 별칭 생기기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저명한 유홍준 교수는 “자하문(창의문) 밖을 가리키는 ‘자문 밖’은 아름다운 풍광 덕에 조선 시대 최고의 별서(別墅) 터로 불리며 안평대군, 추사 김정희, 흥선대원군 등 많은 왕족과 양반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자문 밖 답사에서는 숨어 있던 서울의 자연과 한옥의 아름다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추천한다.

유 교수 말처럼 우리에게 자하문(紫霞門)으로 더 많이 알려진 창의문(彰義門) 밖의 중심은 ‘세검정’(洗劍亭)이다. 세검정의 수려한 경치에 반해 겸재 정선과 권섭, 유숙 등은 실경산수를 화폭에 담았고, 정약용은 「유세검정기」라는 기행문을 남겼다. 세검정은 북한산성의 경비를 담당하던 총융청이 있던 자리로 이귀, 김유 등 인조반정 주모자들이 광해군 폐위를 모의하고 칼을 씻었던 곳이다.

지금도 창의문에서 세검정으로 가는 숲길은 그림 같은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서울시가 조성해 놓은 숲 속 산책길에는 청계천 발원지와 윤동주 문학관, 백사 이항복의 별서 터 등 다양한 문화 공간뿐 아니라 북악산 자락의 너른 바위와 백사실 계곡, 홍제천 등 도심에서 만나기 힘든 산수가 펼쳐져 있다.

예부터 이 일대 골짜기마다 제를 올리는 미신 행위가 횡행했다. 또 우리 조상들은 세검정에 올라 인생의 여유로움과 관대함을 논하면서 ‘유주학선 무주학불’(有酒學仙 無酒學佛, 술이 있으면 신선을 배우고 술이 없으면 부처를 배운다)을 호기롭게 외쳤다. 사계절 아름다운 색채로 꾸며지는 자연의 신령함과 관대함을 체험하는 이 자리에 서울대교구 세검정성당이 터하고 있다.

세검정성당은 건축가 김원(안드레아) 선생의 작품이다. 그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을 칭송하기보다 하느님 예술품인 자연을 찬미하도록 경관을 훼손하지 않고 하느님 집을 지었다. 그래서 세검정성당은 경사지 높이가 30m나 차이 나는 산자락 경사면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세워졌다. 보통 이런 경우 산을 모두 깎아 축대벽을 세우고 대지를 확보한 후 성당을 짓거나 도로변에 축대벽을 세워 그 안에 흙을 채우고 다진 다음 집을 짓는다. 하지만 세검정성당은 경사지 높이에 따라 양쪽에 기둥 역할을 하는 샤프트를 여러 개 박아 지하 1층 지상 5층 높이의 경사형 성당을 세웠다. 그래서 공사 당시 건축가들은 세검정성당을 ‘테라스 성당’이라는 새 용어를 만들어 불렀다. 경사각이 20도나 차이 나는 지형의 특성을 살린 세검정성당은 ‘기도손’(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형상) 형태를 하고 있다. 성당은 중정(中庭)을 기준으로 전례 공간인 성전과 교육ㆍ문화ㆍ주거 공간인 교리실과 회합실, 사제관, 수녀원 등으로 구획돼 있다. 중정은 성전 마당 역할을 해, 빛과 바람, 주변의 자연경관을 하느님의 집 안으로 모아들인다. 성당이 북향으로 지어졌기에 자연광을 받아들이는 중정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성전은 교회의 전통 양식인 삼랑식(중앙 신자석과 양쪽 통로가 구분돼 있는 형식)으로 지어졌지만 양 측면 통로에 기둥을 세워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제단에는 천개(天蓋, 닫집) 형태의 발다치노(Bladacchino)를 설치해 회중석과 구분하고 있다. 제단에는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제대와 독서대, 주례자석, 감실 등이 모두 회중석에서 잘 드러나도록 정돈돼 있다.

제대 십자가의 예수님은 얼굴을 곧 세우고 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상징한다. 예수상은 진흙으로 빚어졌다. 하느님께서 진흙으로 빚어 인간을 창조하셨듯이 참 인간이시며 참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진흙 같은 무상한 인생에서 구원을 희망하는 인간을 대속해 하느님께 기도해 주시길 비는 우리의 마음을 담았다. 송봉래(대건 안드레아) 작가 작품이다. 교회의 상징을 칠보 작품으로 꾸민 대성당 문은 이춘우(로사) 작가 작품이다.

세검정성당의 백미는 30m 경사면에 따라 조성된 십자가의 길이다. 도로변에 접한 성모상을 끼고 성당 좌측 벽면을 따라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며 십자가의 길 14처를 기도하다 보면 정상까지 올라가 성당 외부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다.



신자들의 희생과 봉헌으로 지어져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오천 명을 먹이시는 기적을 행하실 때 어린아이가 갖고 있던 빵 두 개 물고기 다섯 마리가 마중물이 되었듯이 세검정성당을 짓게 된 계기도 한 초등학생 복사가 자신이 태어나면서부터 받은 돌 반지와 세뱃돈 등을 모은 통장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이 이야기가 알려지자 한 교우 할머니가 성당 부지를 내놓는 등 신자들의 자발적인 봉헌이 이뤄졌다. 이처럼 세검정성당은 신자들의 희생과 봉헌으로 지어졌다. 공사가 시작되면서 때마침 IMF 외환 위기가 터지자 우리나라 음향시설의 최고 권위자이던 이문환(아우구스티노)씨가 성당 음향과 조명 설비 전부를 무상으로 맡아 설치했다. 또 외부 십자가의 길 14처와 성모상, 성가정상, 성당 로고 등 모두 신자들이 직접 제작해 봉헌했다. 인간의 손으로 빚은 하느님의 집은 자기 봉헌과 희생을 기초로 해 더욱 아름답다.

글·사진=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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