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영성
[나의 미사이야기] (19)이미숙(도로테아, 서울대교구 신사 성베드로본당)
2017. 10. 15발행 [14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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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주부 복사로 제대에 설 기회가 있었다. 주부 복사 모집에 제일 먼저 신청했었다. 제대 위에서 신부님을 도와 미사를 한다는 그 자체가 신비로웠고, 미사보를 쓰고 복사복을 입은 내 모습이 마치 천사가 된 기분이었다.

제대에 오르기 전 우리 주부 복사들은 수십 번 배우고 연습했고, 드디어 첫 복사로 제대에 올랐을 때 내 가슴은 숨쉬기도 힘들 만큼 긴장이 된 상태였다. 입당 성가가 들리고 우리는 신부님 앞에서 제대 정면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제대에 오르신 신부님께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으로 첫 기도 하시는 그 순간부터 내 심장은 제대 이쪽에서 저쪽까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엄청나게 많이 떨렸고 많이 실수할까 두려웠나 보다. 나이도 좀 있는 나였는 데 말이다.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 이후로도 떨리는 마음으로 나의 복사 시절이 무르익을 즈음 겨울이었던 것 같다. 새벽 미사의 복사를 서는 때였다. 그날은 내가 종을 치는 날이었다. 말씀 전례 후 성찬 전례 시 종을 치는 시간이 되어 힘차게 종을 때렸다. 그때 종을 다 치고 일어서는 순간 꿈인지 생시인지 종 아래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나오는 것이었다. 피어오르는 것이 저녁 굴뚝 연기 모양으로 하얀 구름 색깔이었다. ‘어머 저게 뭐지?’ 혼자 생각으로 계속 바라보면서 ‘계속 나오면 어떡하지?’ 그때는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별생각을 다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연기는 옅어지면서 사라졌다.

이어지는 미사 전례로 더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 일은 그 후로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분명히 그때가 꿈은 아닌데 나 혼자만 본 상황인지라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집에 와서 생각해봐도 겨울이라 종이 얼었다가 치니까 그런 현상이 일어났겠지 하고는 그냥 일상생활로 돌아온 기억이 있다. 분명히 현실이었는데 말이다.

이야기 둘

전례를 맡은 전날 밤은 거의 잠을 잘 수가 없다. 혹시 실수로 늦잠을 잘까 싶어 몇 번을 뒤척이곤 한다. 그래도 누구나 느끼는 것이겠지만, 새벽 미사로 하루를 시작하는 날은 알 수 없는 은총의 힘이 하루를 빛나게 해준다. 그래서 어두운 새벽길을 힘들지 아니하고 많은 신자는 오늘도 힘차게 성당 문을 여는가 보다.

이렇게 애쓰는 신자들이 있지만, 몸과 마음과 생각과 영혼까지 다 바쳐 일평생을 우리를 위하여 새벽을 가르며 미사 집전해주시는 신부님들의 또 다른 노고에 우리는 고마움의 기도를 드리며, 또 예수님의 길에서 보이지 않게 성모님의 기도와 헌신의 마음을 닮아간다. 우리 수녀님들의 행복한 수고로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 따라 또한 거룩한 우리 한국의 순교 성인 성녀를 닮아 하루하루 열정으로 애를 쓰시는 우리 성직자 수도자들의 삶에 머리 숙여 고마움을 드린다. 우리는 피곤하고 힘들면, 또 너무 덥거나 추우면 핑계 삼아 새벽길을 거부할 때도 있지만, 그분들은 새벽 기도와 미사로 평생을 채워 나가기에 진심으로 존경스러울 뿐이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미사 참여 횟수는 많았지만, 내 마음과 정신을 다하여 미사를 드린 횟수는 그리 많지 않았음을 반성해본다. 미사 드리는 중에도 세상일에 생각을 뺏길 때가 많았고, 미사가 시작됐는데도 성당 문을 부끄러움 없이 열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을 조심하며, 온 마음을 다해 한 대 한 대 미사 참여를 한다면 이 세상의 삶은 우리가 누리게 될 천국으로의 생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오늘 드리는 이 미사가 내 생애 마지막 미사인 것처럼 그분과 한마음으로 일치를 이루며 그날 그 시간까지 살아 있는 모든 사람과 연옥 영혼들까지 기억하며 힘차게 새벽길을 나서겠다.



※‘나의 미사 이야기’에 실릴 원고를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8매 분량 글을 연락처, 얼굴 사진과 함께 pbc21@cpbc.co.kr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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