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추기경 정진석] (69) 가톨릭 상담의 열매
영성 상담에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풀어주다
2017. 10. 15발행 [14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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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2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정 추기경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 찼다. 자신이 설립한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의 제1기 졸업 미사였기 때문이다. 졸업 미사에서는 영성심리상담봉사자 제1기 92명이 배출됐다. 이들에게는 교구장 명의 ‘영성상담봉사자 자격증’이 수여됐다. 정 추기경은 미사에서 현대 사목에서 상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 2009년 12월 16일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지도교수단의 예방을 받고 환담하는 정진석 추기경. 서울대교구 홍보국 제공




“1기 교육생을 모집할 때 지원자가 너무 많이 몰려 많은 이들이 아쉬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은 이 시대가 영성 상담에 얼마나 목말라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교육을 이수한 여러분은 세상 사람들 마음에 평화를 일구라는 소명을 받은 것입니다. 오늘날 물질은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은 오히려 너무 각박해져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질의 풍요가 정신의 평화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영성적인 심리 상담은 우리의 신앙을 더욱 건강하게 바르게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본당에서 사제나 수도자가 영성 상담을 해야 하지만 그분들만 가지고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같은 헌신적인 상담 봉사자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미래의 사목은 상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교육원을 통해 훌륭하고 능력 있는 가톨릭 상담가들이 많이 배출돼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치유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 은총을 청합니다.”

그의 말처럼 2008년 초 제1기 입학생을 모집할 때 80명 정원에 250여 명이 몰리는 등 뜨거운 관심이 집중됐다. 탈락한 신자들이 교육원에 전화로 항의하는 통에 직원들은 고역을 치르기도 했다. 입학생들은 3월부터 2학기에 걸쳐 상담 실습을 포함해 사목 상담과 통교의 기본, 가톨릭 영성과 상담, 긍정심리 상담, 상담과 성서 등 모두 39개 강좌 160시간을 수강했다. 막 사제품을 받은 새 사제들도 한 달간 교육원에서 집중 교육도 받기도 했다.

▲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은 2007년 11월 14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교육원 사무실에서 정진석 추기경 주례로 축복식을 갖고 첫발을 내디뎠다. 가톨릭평화신문 DB

▲ 정진석 추기경이 2008년 12월 2일 명동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봉헌된 영성상담봉사자교육 제1기 졸업 미사에서 졸업생에게 자격증을 수여하는 모습.



영성심리상담교육원은 아주 우연한 기회로 출발했다. 2007년 10월 말 몇몇 사제들과 수도자들이 정 추기경을 방문했다. 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발족을 위한 목적이었다. 정 추기경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저녁식사 자리에서 교구청 신부들에게 서울대교구의 상담사목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평소대로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무척 단호하고, 내용은 분명했다.

“상담은 현대 사목에 꼭 필요한 부분인데, 서울대교구처럼 인적 자원이 많은 교구가 왜 앞장서지 않는가?”

어떤 신부들에게는 꾸지람처럼 들리기도 했다. 사제들은 회의를 통해 허영엽 신부가 다음날 가톨릭대학교로 가도록 했다. 그는 가톨릭대 심리학과를 찾아갔다. 이곳에서 한 교수를 만나 정 추기경의 의사를 전달하자 교수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신부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최선을 다해 돕도록 하겠습니다. 같이 일하는 가톨릭 신자 동료 교수들도 힘을 보탤 것입니다.”

실제로 그 교수는 이후 영성상담교육원이 뿌리를 내리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교구로 돌아온 허 신부가 이 모든 상항을 보고하자 정 추기경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럼 빨리 조직을 구성하고 사무실을 내도록 하세요. 내년부터는 공부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요.”

교구장의 지시인만큼 모든 일이 착착 진행됐다. 며칠 뒤 11월 14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2층 207호에서 정진석 추기경 주례로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축복식이 열렸다. 정 추기경은 축복식에서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계획하시고 마련하신 역사라고 믿습니다. 창세기 22장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는 대목에 ‘야훼 이레’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하느님께서 주님의 산에 모든 것을 마련해 주신다는 뜻입니다. 저도 영성심리상담교육원을 볼 때 ‘야훼 이레’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마련해 주셨다고 믿는데 여러분도 그런 생각을 가질 것입니다.”

그리고 정 추기경은 서울대교구가 가톨릭 영성에 바탕을 둔 상담 전문가를 본격적으로 양성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또 영성심리상담교육원을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사 양성에 필요한 교육과 실습을 통해 자격증을 수여하는 사무처 산하 공식 기관으로 승인한다는 내용을 담은 ‘교회 단체 설립 승인서’에 서명했다.

이어 교육원 원장 안병철(당시 교구 사무처장) 신부와 사무국장 허영엽(당시 교구 문화홍보국장) 신부에게 위촉장을 전달했다. 정 추기경이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설립을 지시한 후 문을 열기까지 보름 남짓 걸렸다. 그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은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주변 신부들도 많이 고려하지만, 일단 결정을 하면 좌우를 살피지 않고 실행한다.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설립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정 추기경은 상담은 배우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자기의 내면을 돌아보도록 도울 뿐 아니라 평신도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데 큰 힘을 준다며 사제들 또한 꼭 관심을 갖고 사목적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했다.

교육원 설립은 이후 2016년 서울대교구 ‘서울가톨릭상담심리학회’ 창립으로까지 이어졌다. 학회 창립으로 2008년에 설립한 기존 영성심리상담교육원은 확대 개편됐고, 교구 내에서 산발적으로 운영되던 상담 관련 단체를 체계적으로 통합하기 시작했다. 영성심리상담교육원은 매년 많은 졸업생을 배출하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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