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추기경 정진석] (66) 생명의 신비상
죽음의 문화 만연한 사회에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다
2017. 09. 17발행 [14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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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은 지난 2005년 생명위원회를 발족할 당시 특별히 지지해주고 힘을 보태준 세계 교회에 보답할 방법을 궁리했다. 마치 외국 교회에 빚을 지고 있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이 세상 곳곳에서 생명 존중 가치를 근본으로 연구하거나 활동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 결과 우리 사회가 죽음의 사회에서 생명의 사회로 발전하도록 장려하는 ‘생명의 신비상’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 생명의 신비상 시상식 후 열린 축하연에서 축하떡을 자르고 있는 수상자와 관계자들.




‘생명의 신비’라는 명칭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94년 ‘세계 병자의 날’에 발표한 자의교서 「생명의 신비(Vitae Mysterium)」에서 따온 것이다. ‘생명의 신비상’은 생명 존중에 대한 업적을 기리는 상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었다. 정 추기경은 생명의 신비상에 매년 총 3억 원의 기금을 출연하기로 하고, 이를 생명과학과 인문과학 분야에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증진하는 데 공로가 큰 연구자들과 생명 존중을 위해 사회에 헌신한 활동가에게 포상하기로 했다.

2006년 2월 11일 제14차 ‘세계 병자의 날’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생명의 신비상’ 제정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92년에 제정한 ‘세계 병자의 날’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그 가족을 위로하고 의료보건 분야에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한 날이었다. 교구는 생명ㆍ인문 과학 분야와 활동 부문을 총망라한 생명의 신비상 제정을 특별히 ‘세계 병자의 날’에 발표했다. 난치병 치료 등에 필요한 연구 업적을 내거나 생명 존중 문화 확산에 기여한 사람들을 포상하는 것은 한국 종교계에서 처음이었다.

정 추기경은 ‘생명의 신비상’ 시상위원회 위원장에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김운회 주교를 임명했다. 김 주교는 언론 인터뷰에서 “가톨릭 교회의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우리 사회가 생명 존중을 근본으로 하는 사회로 발전하는 전환점이 마련되기를 바란다”며 “생명과학과 인문과학 분야의 연구진을 격려해 최근에 많은 논란과 우려를 불러일으켰던 생명과학계에 희망을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는 2006년 6월까지 ‘생명의 신비상’ 추천 신청을 받아 제1회 시상식을 2007년 2월 11일에 한다고 잠정적으로 발표했다.

▲ 생명의 신비상 첫 수상자들과 관계자들의 기념 촬영.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스그레치아 주교, 정진석 추기경, 글렌던 교수, 교황대사 에밀 폴 체릭 대주교, 염수정 주교, 김운회 주교, 김중호 신부, 오태환 교수, 뵈슬러 소장, 정명희 교수, 조규만 주교. 가톨릭평화신문 DB



드디어 2006년 12월 3일 ‘생명위원회 설립 1주년 기념 생명 미사’에서 제1회 생명의 신비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생명 현상의 핵심 분야인 ‘산소라디칼(활성산소)의 생체 내에서의 역할’에 대해 수준 높은 연구를 하고 있는 정명희 교수, 척수 손상 치료제 개발 연구를 한 오태환 교수, 독일 막스 플랑크 뇌연구소 소장인 하인즈 뵈슬러 교수가 선정됐다. 인문과학 분야에서는 교황청 생명학술원 원장 엘리오 스그레치아 주교와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그리고 활동상에는 메리 앤 글렌던 교수 등이 수상자로 결정됐다.

인문과학 분야 수상자로 결정된 스그레치아 주교(현 추기경)는 생명윤리에 대한 교회 가르침을 역설하며 오랫동안 생명수호 의지를 천명해온 인물이다. 생명학술원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94년 설립한 교황청 기구로 생명윤리 문제에 관한 교회 최고 전문 기관이다. 스그레치아 주교는 생명학술원 원장으로 임명된 후 낙태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인공 수정, 유전자 조작, 안락사 등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많은 문제를 지적해 왔다. 스그레치아 주교는 또 살아 있는 인간 생명인 배아를 인위적으로 파괴하는 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비윤리적ㆍ반생명적 행위라는 교회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활동상을 받은 하버드대 법학 교수 글렌던은 가톨릭 신자로, 1994년 교황청 사회학술원 설립과 함께하며 학술원 위원으로 활동해왔다. 2004년에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사회학술원 원장으로 임명됐다. 예수회가 운영하는 보스턴 로스쿨 법학 교수였던 글렌던은 생명윤리와 인권법 및 비교 헌법 분야 전문가다. 글렌던 교수는 교황청 사회과학원 원장으로서 사회 정책에 관한 최고위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4년간 미국 대통령 생명윤리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정책 수립에 참여한 것을 비롯해 30여 년간 낙태, 안락사 반대에 관한 저술 활동 등으로 생명수호 운동에 헌신했다. 글렌던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태아를 비롯해 어린이와 노인, 빈곤층 등 전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함으로써 ‘죽음의 문화’가 만연해 있는 사회에 ‘생명의 문화’를 심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정 추기경은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수상자를 결정하고 이들을 초청해 우리나라에서 시상하게 된 것에 대해 감격했다. 한국 교회가 보편 교회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정 추기경은 한국 교회의 위상이 불과 20~30년 전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졌다는 것에 감사했다. 정 추기경이 제정한 ‘생명의 신비상’은 지난 2007년 제1회부터 2017년 제11회까지 해마다 생명 운동에 큰 업적을 남긴 이들을 발굴해 수상하고 있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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