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원로 사목자를 찾아서] (3) 함제도 신부(메리놀외방선교회 한국지부장)
민족 화해와 일치 위해 분단의 벽 넘는 ‘평화의 사도’
2017. 09. 10발행 [14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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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6년 방북한 함제도(앞줄 오른쪽) 신부가 북측 내성결핵센터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57년. 짧지만도, 쉽지만도 않았을 세월. 낯설고 물선 이국땅 선교 사제로 살아온 척박한 삶이었기에 더더욱 힘겨웠을 터다. 그런데도 원로 사목자 함제도(Gerard E. Hammond) 신부는 “정말 행복했다”고 회고한다. 사제수품 60주년 회경축을 3년 앞둔 요즘도 메리놀외방선교회 한국지부장으로 일하며 ‘청무우처럼 푸르던’ 선교의 꿈을 안고 북방선교에 투신한다. 1995년 북한에 큰 수해와 가뭄이 발생해 ‘고난의 행군’ 시기로 접어들자 대북지원에 나섰고, 지금까지 56회에 걸쳐 유진벨재단 이사로 방북, 결핵 환자들을 돌봤다. 재단과 함께 치료한 결핵 환자만도 22년간 25만 명이나 되고, 요즘도 2000여 명을 돌본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함 신부는 8월 1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 청사에서 콜럼버스 기사단(Knights of Columbus)이 주는 ‘기쁨과 희망상(Gaudium et Spes Award)’을 받았다. 1992년 콜카타의 마더 데레사가 처음으로 수상한 이래 13번째 수상자로 사제로서는 첫 번째 수상의 영예였다. 평생 분단의 벽을 넘어 ‘평화의 사도’로 사는 함 신부를 8월 31일 서울 중곡동 메리놀회 한국지부에서 만났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먼저 수상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제 영광을 위해 해온 일이 아닙니다. 어떤 선교사든지 그 일을 했을 것입니다. 모든 선교사의 이름으로 수상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민족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은 민족입니까? 고통받는 북녘 형제들 가운데 예수님이 계시기에 선교사라면 가야 합니다. ‘고통의 연대’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고통받는 이들, 특히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살라’고 당부하신 것을 기억하며 그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갑니다. 가난한 사람들, 특히 고통스럽다는 말조차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 선교사들은 살아야 합니다.”

▲ 1989년 청주교구에서 은퇴한 뒤 3년 임기 메리놀외방선교회 한국지부장직을 5번이나 연임하면서 대북지원에 헌신한 ‘노익장의 선교사’ 함제도 신부의 미소가 무척이나 싱그럽고 넉넉해 보인다.

▲ 지난 8월 1일 콜럼버스 기사단이 수여하는 기쁨과 희망상 기념 메달을 받고 있다.



▶5월에도 북한에 다녀오셨지요.

“21박 22일 일정으로 북한에 다녀왔습니다. 유진벨재단의 실무 이사로 참여해 주로 북녘땅의 결핵 환자들을 돕고 있어요. 평양의 중앙 약 관리소를 시작으로 선천ㆍ양덕ㆍ성산ㆍ평천ㆍ보통강ㆍ강서ㆍ력포ㆍ룡성ㆍ개성ㆍ사동 내성결핵센터와 황해남ㆍ북도 다제내성결핵전문병원 등 12개 결핵센터와 병원을 들렀어요. 다양한 약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나 바이러스인 다제내성 결핵 치료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번에 새 환자만 400명이 넘게 등록을 받았는데, ‘신환자 1000명 등록’이라는 올해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재단에서 돌보는 환자는 1500명에서 2000명 정도 됩니다. 6개월에 한 번씩 방북해 이분들에게 약을 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분들 중 80%는 꾸준히 약을 먹고 치료하면 낫습니다. 나머지 20%는 병고를 겪으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를 애타게 기다립니다. 목숨이 걸려 있는 일이에요. 저희가 계속 북한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요양병동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평양 외곽에 10채 정도 지어서 50명이 살고 있어요. 기존 시설 증축과 신축 병동 건립이 진행되고 있어요. 2년간 미뤄뒀던 병동 건립사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동 다제내성결핵센터 시설 확충 준비는 다 돼 있어요. 저희가 구상한 조립식 단층 병동에 대한 디자인도 다 완성됐습니다. 이 병동은 따뜻하고 편리할 뿐 아니라 감염 위험이 매우 큰 결핵을 치료하는 데 최적의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것입니다. 북 보건성에서도 승인했고, 위치 선정도 끝나 한국에서 건축자재 반출 승인을 받으면 20채의 병동을 세울 계획입니다. 1채에 7000만 원 정도 듭니다. 이번에 받은 상금 미화 10만 달러도 병동을 짓는 데 쓸 작정입니다.”



▶오랫동안 북쪽에 다니셔서 북쪽 사람들과 친분이 깊으시다고요.

“결핵 환자들을 돕는다는 목적에만 충실하려고 합니다. 치료를 받게 됐거나 완치된 환자들은 손을 꼭 잡고 눈물로 감사를 표시합니다. 힘들게 살지만, 때 묻지 않은 정을 느끼게 해줘요. 북쪽이든 남쪽이든 같은 조선사람의 피가 흐른다는 걸 실감합니다. 북쪽에서 저를 부르는 호칭도 변했답니다. 젊었을 때는 ‘함 동무’ ‘함 동지’ 하더니 이제는 ‘우리 신부 선생’이라고 해서 내가 ‘그냥 할아버지라고 불러 달라’고 했더니 젊은이들은 그렇게 불러요. 저도 ‘손자야’하고 편하게 부릅니다.”(웃음)



▶요즘 북 식량 사정이 어떤가요.

“식량 사정은 확실히 나아진 듯해요. 제가 보기에도 굶지 않습니다. 일반 노동자나 농민들도 뙈기밭 농사나 장마당 장사를 통해 스스로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물론 어려운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빈부격차는 어디나 있지요. 주민들도 다들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고 있고, 아주 여유로워 보였어요.”



▶왜 그렇게 오랫동안 북녘 형제들과 함께하시게 됐는지요.

“메리놀회가 평안남북도에서 선교를 시작한 건 1923년입니다. 평양교구 설립은 1927년이지만, 선교사들은 4년 앞서 들어갔어요. 내년이면, 평안도 선교 95주년이 됩니다. 통일되면 맨 먼저 달려가야 할 선교지이기에 우리 메리놀회는 북녘 형제들과 함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분단의 골이 깊습니다. 한국 천주교회에 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최근의 한반도는 정말 위험한 상황입니다. 전쟁이 터지면 남북이 다 파괴됩니다. 세 가지를 꼭 기억해 주셔야 해요. 우선 남북이 평화를 지켜야 합니다. 조건 없이 평화운동을 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민족의 화해를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합니다. 끝으로 남북이 대화해야 합니다. 대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더불어 평양교구의 순교자들과 고통받는 북녘 교회에 관심을 두고 기도해 주세요. 순교자 성월뿐 아니라 평소에도 북녘 교회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희생해 주십시오.”

▲ 지난 2006년 유진벨재단 실무이사로 방북, 북녘땅 결핵환자들과 함께하는 함제도 신부.



화제를 돌려 함 신부의 성장 과정과 선교사로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함 신부는 1933년생이다. 출생지는 미국 북동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부친은 고교 물리학 교사였던 헨리고 하몬드(1907∼1980)씨, 모친은 잡지사를 운영했던 마리아 클라라 하몬드(1912∼1975)씨다. 함 신부는 1남 2녀 중 장남으로, 바로 밑 여동생 테레사 길리스(74)씨는 시카고에, 막내 여동생 안나 로맨(71)씨는 오클라호마에 살고 있다. 메리놀회 선교사들은 공식적으로 3년마다 1번씩 고국을 방문할 수 있지만, 함 신부는 9년에 한 번 간 적이 있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어렸을 적 얘기도 좀 들려주세요.

“1947년 9월 9일에 메리놀회에 입회했는데, 거의 동시에 메리놀회 소신학교 고교과정에 들어갑니다. 그게 14세 때였는데, 초등학교 때 선교사들을 많이 만난 게 해외선교 성소를 꿈꾸는 계기가 됐어요. 학교도 세인트 칼리스투스본당 부설 학교였고요. 수녀님들도 성 요셉 수녀회 수녀님들이 공부를 가르치셨는데, 그분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러고 나서 1951년에 소신학교를 졸업하고, 일리노이주 메리놀신학교에 들어가 공부했고, 그다음에 뉴욕 메리놀신학대학에서 교육학을 공부한 뒤 1960년에 졸업했어요. 그해 6월 11일에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고 곧바로 사제품을 받았는데, 그에 앞서 4월에 한국에 선교사로 파견된다는 소식을 들었지요. 그게 벌써 57년이 지났습니다.”

▶한국에 오신 지가 이제 벌써 58년째로 접어드시네요.

“한국에 온 게 1960년 8월 29일이었습니다. 그때는 항공편이 없어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화물선인 베이유 스테이트(Bayou State)호 짐칸에 타고 알래스카, 시베리아, 일본 홋카이도와 요코하마, 고베, 부산을 거쳐 인천 월미도로 들어왔어요. 태평양을 반 바퀴 돌아 꼬박 3주가 걸렸어요. 그때 함께 온 동창이 5명인데 다 하느님 품으로 갔어요. 혹시 오래 사는 방법 아세요? 욕 많이 먹으면 오래 산대요.”(웃음)



▶어떻게 한국을 선교지로 선택하시게 됐나요?

“춘천교구장을 지내신 장익 주교님이 미국에서 공부할 때 저와 고등학교, 메리놀 신학교를 같이 다녔습니다. 장 주교님을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고, 사제품을 받은 뒤 내가 갈 곳으로 한국을 지망했어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피란민이 한국에 많이 살 때였어요.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인내를 배웠고 정신적인 도움도 받았어요. 한국말 공부는 참 어려웠어요. 이화여대 교수님에게 배우기도 했고, 고려대 영문과 학생에게 3개월간 배웠어요.”



▶청주교구에서 오랫동안 사목하셨지요. 1966년 신축한 청주 수동성당은 신부님께서 부모에게 미리 받은 유산으로 지을 정도로 애착이 깊다고 들었는데요.

“28년을 있었어요. 처음 갔을 때는 한국인 사제가 단 1명도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주교님을 포함해 성직자가 188명이나 되고, 교구 신자 수도 16만 명이 넘었어요. 얼마나 흐뭇한지 몰라요. 초대 교구장이신 파디 주교님 비서 겸 관리국장을 시작으로 북문로(현 서운동)본당과 수동본당, 괴산본당 등에서 사목했고 교구 총대리도 역임했는데, 그 사이에 청주대 영문과와 공군사관학교 교수, 시각장애인특수학교인 충주 성모학교 교장도 겸직했어요. 그간에 청주교구 형제자매들의 관심과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았어요. 청주 신자들은 저의 첫사랑입니다. 지금도 잊지 못해요. 그때가 정말 그리워요. 그때처럼 행복했던 때가 제 인생에 없었어요. 제가 청주 함씨의 시조잖아요.(웃음) 아들 신부도 일곱이나 되고, 딸 수녀도 30명이 넘어요.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은 필라델피아지만, 마음의 고향은 충북입니다. 내가 죽으면 미국에 가지 않고 청주에 있고 싶어서 교구장이신 장봉훈 주교님께 말씀드렸더니 청주 성요셉공원 성직자묘역 묘지를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후배 성직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자신이 맡은 일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기쁘게 사시면 됩니다. 저도 제대로 살지 못했는데, 무슨 조언을 하겠습니까? 다만 사제답게 열심히 사세요. 그 말씀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유진벨재단과 함께 결핵을 앓는 북녘 형제들을 돕고 싶어요. 결핵 사업을 통해 남과 북을 잇는 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11월에도 북한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많이들 기도해 주세요.”

함제도 신부가 걸어온 길

▲1933년 8월 1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태생

▲1947년 메리놀외방선교회 입회

▲1960년 미국 뉴욕 메리놀신학대학 졸업

▲1960년 6월 11일 사제수품

▲1960년 8월 19일 한국 파견

▲1960년 9월 미 육군 통합병원 군종신부

▲1961년 6월 초대 청주교구장 제임스 V. 파디 주교 비서 겸 관리국장, 청주대 영어 교수

▲1964년 9월 청주 북문로(현 서운동) 본당 주임

▲1966년 8월 청주 수동본당 주임

▲1970년 10월 청주교구 총대리

▲1980년 4월 교황훈장 서훈

▲1982년 청주대 영문과 교수, 충주성모학교 교장 겸직

▲1982년 괴산본당 주임

▲1989년 1월 안구 기증 약속(등록번호 695, 가톨릭대 의대 부속병원)

▲1986년 공군사관학교 영어 교수

▲1989년 메리놀외방선교회 7대 한국지부장을 시작으로 9ㆍ10ㆍ12대 지부장 역임

▲2004년 12월∼2008년 국제 카리타스 한국대표

▲2004년 1월 유진벨재단 이사

▲현재 메리놀외방선교회 13대 한국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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