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가톨릭, 리더를 만나다] (21) 오창익(루카) 인권연대 사무국장
“왜 인권운동 하느냐고요? 주일학교 다녀서 그렇습니다”
2017. 09. 10발행 [14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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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작경찰서 인권교육 강사로 나선 오창익 사무국장.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위해 작은 돌멩이 하나라도 치우고 조그만 겨자 씨앗을 묵묵히 뿌리는 사람이 있다. 인권유린 현장을 세상에 알리고 인권보호에 앞장서온 대표적인 가톨릭 인권운동가를 만났다. 인권연대 오창익(루카) 사무국장이다. 18년 전 자신이 설립한 ‘인권연대’이지만 대표도 회칙도 없고 정부와 기업의 돈은 일절 받지 않는다. 모두가 원하는 희망과 긍정의 기쁨을 위해 아픔과 슬픔, 부정과 일탈을 뚫어지게 감시하며 기꺼이 ‘고통’과 연대한다. 신앙은 인권운동의 처음이자 원천적인 힘이라고 말한다. 억울하고 하소연하는 사람을 만나라는 예수님의 재촉에 응답하며 끊임없이 예수님께 길을 묻는다. 보장된 권리 위에 잠자지 말고 마음과 뜻을 모아 지금 당장,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자고 역설한다. 우리 모두의 ‘행복’을 어떻게 실천하고 연대해야 할까?

서종빈 기자 binseo@cpbc.co.kr

▲ 2006년 9월 주한 태국 대사관 앞에서 태국 군부 쿠데타 로 인한 인권 탄압 항의 시위에 참석한 오창익 사무국장.

▲ 서울 동작경찰서 인권교육 강사로 나선 오창익 사무국장.



▶ ‘인권연대’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요.

18년 전에 인권연대를 만들었습니다. 국가 공공기관(경찰ㆍ검찰ㆍ국가정보원ㆍ교도소ㆍ군대)에서의 인권을 감시하고 피해자들을 돕고 있고요. 정책 대안도 내놓고 있습니다. 아울러 인권교육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국가보훈처장이 되신 피우진 예비역 중령을 도와드린 사례가 있는데요. 30년 경력의 직업군인이 유방암 절제 수술 후 강제로 전역을 당했는데, 군 인사법 시행규칙에 신체 일부가 훼손되면 강제로 전역시키는 면역 조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조항은 개정됐죠.



▶ 국가의 법과 제도가 인간의 기본권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죠.

새 정부에 기대를 좀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인권운동을 하면서 가장 가슴 아프게 만났던 사람들은 소년원 친구들입니다. 소년 범죄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처벌이 아니라 보호 처분으로 소년원에 보내지는데요. 소년원과 집을 가르는 기준은 죄질이 아니라 집안 형편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난 때문에 감옥이나 소년원에 간다면 정말 우리 사회가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 요즘 가장 뜨거운 ‘인권 문제’는 무엇인가요.

국민들의 90% 이상이 검찰개혁을 원합니다. 검찰이 제 역할을 했다면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막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수사권, 공소권, 형 집행 등 형사 사법과 관련한 모든 권한이 검찰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렀고 그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권력이 집중되면 부패하기 마련입니다. 검찰권을 좀 나눠서 검찰이 제대로 된 법 집행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 유린’에 대해선 어떻게 보세요.

‘공판중심주의’라고는 하지만 인권 침해 요소가 많습니다. 검찰에서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가 증거능력이 있으니까, 윽박지르든 잠을 안 재우든 진술서만 받아내면 유죄의 증거로 쓰이거든요. 이는 검찰의 힘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시민이 주권자라는 인권 의식이 매우 중요합니다. 독일의 법 철학자 ‘루돌푸 폰 예링’의 유명한 말이 있잖아요. ‘보장된 권리 위에서 잠자는 자의 권리는 누구도 보호하지 않는다’고요.



▶ 가톨릭 교회의 관심 사항 중 하나가 ‘사형제도 폐지’인데요.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지금까지 20년 동안 사형 집행을 하지 않는 사실상 사형 폐지국가인데, 이는 가톨릭 교회 덕분입니다.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 사형 집행하던 날, 폭력적인 국가에 화가 나서 저도 명동대성당 앞에서 시위했는데요. 장기 기증도 규정에 없다고 받아주지 않았어요.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께서도 사형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셨거든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구시대의 잔재인 사형제도가 이번에는 완전히 폐지되기를 기대합니다.

▲ 1986년 서울 신학교 입학식에서 오창익 사무국장(붉은 점선 안). 아래로 김수환 추기경(가운데)과 교수진이 보인다.



▶ 신학교 출신이시죠.

졸업은 안 했고 짧게 다니다가 말았습니다. 그 판단이 너무 짧아서 경솔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사제나 수도 성소처럼 인권운동 성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학교에 간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웠죠. 태어날 때부터 신자였고요. 부모님과 조부모님 모두 만주에서부터 신자 집안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복사 하고 중학교 때부터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하고 성당에서 살았죠. ‘왜 인권운동을 하느냐’고 물으면 주일학교를 다녀서 인권운동을 한다고 대답합니다. 주일학교에서 인간적인 가치 교육을 받았습니다. 잘 산다는 것, 인간답게 산다는 것, 공동체에 대한 고민 등을 주일학교에서 배웠죠. 신앙은 인권운동을 시작하게 한 동기이고 지속할 수 있는 원천적인 힘입니다.



▶ 공권력과 개인의 인권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권력은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권력이니까 시민 위주로 생각해야죠. ‘열 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게 기본적 원칙이거든요. 공권력 자체가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고 도구잖아요. 일자리도 인권입니다. 헌법 32조를 보면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습니다. 일할 권리와 적정 임금 보장은 헌법 규정입니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당연히 국가가 해야 할 기본적인 책무이고 의무죠.

▲ 장발장 은행 출범 100일을 기념해 2015년 6월 4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로 간 장발장’ 행사 포스터.

▲ 2015년 2월 25일 서울 장충동 만해NGO교육센터에서 열린 장발장 은행 출범식. 왼쪽이 오창익 사무국장.(왼쪽)



▶ 인권연대의 아름다운 활동 가운데 하나가 ‘장발장 은행’인데요.

형벌 중의 하나인 벌금을 내지 못해 교도소에 가는 사람이 1년에 5만 명이 넘습니다. 교도소에 가는 게 빈부에 따라 결정됩니다. 비참하죠. 벌금도 한 달 안에 현찰로 내야 하고 카드도 안 받아줍니다. 집행 유예도 없고 분할 납부, 납부 연기도 안 됩니다. ‘국가의 횡포’ 아닌가요? 그냥 넘길 수가 없어서 재작년에 장발장 은행을 만들었는데 다행히 많은 분이 참여해 주셔서 지금껏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출 신청자가 3000명이 넘었는데요. 무담보, 무이자 은행이에요. 상환능력을 보는 게 아니라 얼마나 돈이 필요한지를 봅니다. 한 부모 가정의 엄마ㆍ아빠, 어르신을 모시는 분들, 스무 살 남짓 젊은이들, 이런 분들은 돈이 없어서 감옥에 가면 안 됩니다. 염수정 추기경님과 여러 신부님도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 장발장 은행으로 벌금형에 대한 법적 개선이 이루어졌죠.

법을 고치려고 추기경님 모시고 국회에 가서 행사했는데요. 그 결과 올 12월부터는 벌금도 카드로 낼 수 있고 집행유예가 생겼고 분납도 법적으로 가능해졌습니다. 이제 남은 숙제는 소득과 재산에 따라 벌금을 다르게 부과하는 것입니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은 그렇게 하고 있잖아요. 똑같은 벌금을 매기니까 가난한 사람들은 차별을 받는 것이거든요. 인권 운동은 ‘고통과의 연대’라고 생각합니다. 벌금 100만 원을 내지 못해 감옥에 간 스무 살 청년은 고개를 못 듭니다. 창피하고 비참해서요. 100만 원이라는 돈이 지금은 없지만, 나중엔 있을 수도 있잖아요. 장발장 은행에 돈을 갚는 것보다 아기 분윳값이 더 중요하죠. 장발장 은행의 유일한 목표는 ‘폐업’입니다.



▶ 인권 교육을 많이 하고 계시는데요. ‘인권 교육’은 왜 필요한지요.

청소년과 청년, 교사 인권학교 등 정규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저는 청소년 시기에 받은 사회 교리나 주일학교 교육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왜 공부하는가를 알고 공부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사회교리와 비슷한 인권 교육도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큰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인권교육을 받지 못하도록 하거나 내버려두는 것은 인권 침해입니다. 자신의 권리에 대해 알고 있을 때 자신의 인권도 지킬 수 있습니다.



▶ ‘5월 걸상’ 사업도 하고 계시는데요. 어떤 활동인가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은 광주의 5월에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 가톨릭 교회도 1980년 5월 이전과 이후가 다를 정도로 많이 변모했어요. 조그만 걸상에 걸터앉아 5ㆍ18을 잊지 말고 기억하고 나누자는 것입니다. 광주대교구 김희중 대주교님을 모시고 ‘5월 걸상’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한국의 인권운동은 80% 정도가 가톨릭 교회에서 온 것입니다. 많은 운동가를 배출했고요. 든든한 지원군으로 함께 했습니다.



▶ 인권운동 하시면서 마음에 품고 있는 성경 말씀은 무엇인가요?

산상설교 말씀인데요.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마태 7, 12)

예수님의 이 말씀은 가장 확실한 인권선언입니다. 1948년 유엔의 세계인권선언도 가톨릭 교회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인간이 왜 존엄한 존재인지, 가톨릭 신앙인에겐 지극히 자연스럽죠.



▶ 이 시대 ‘리더’의 덕목은 무엇이라고 보세요.

거울을 자주 보면 됩니다. 자신이 남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또 예수님께서 어떻게 보실지, 하루에 두세 번씩이라도 거울을 보면 좋겠습니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기 성찰’이라고 봅니다. 피해자들 만나는 게 정신적으로 좋은 일은 아닌데요. 억울하고 하소연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예수님께서 재촉하십니다. ‘리더’ 역할을 맡은 분들은 끊임없이 구성원들에게 또는 예수님께 자꾸 물어야 합니다.



▶ 인권운동 하면서 ‘어떤 희망’을 보십니까.

얼마 전에 광역버스 운전기사가 졸음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서 2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죠. 그런데 예전과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버스 회사에서 운전기사들을 너무 무리하게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게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나 잠이 부족하면 졸기 마련이죠. 이건 우리 사회가 무척 상식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입니다. 저는 이런 인식의 변화에서 희망을 느낍니다. 희망은 언덕 너머 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만드는 것입니다. 함께 마음을 모으고 뜻을 모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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