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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여 평화 위해 싸우세요”

DMZ 순례 참여한 시리아 세 청년 시리아 내전으로 전쟁의 참상 겪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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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3 발행 [1430호]
▲ 출국 전날 “평화를 위해 싸우라”고 한국 젊은이들에게 호소한 시리아 젊은이들. 왼쪽부터 조니나 바예드, 와심 파쿠아, 마지드 알자홈씨.



“전쟁은 정말 끔찍하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우라는 말을 한국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다.”

시리아 젊은이들이 휴전선 비무장지대(DMZ) 일원에서 진행된 국제청년평화순례를 마치고 출국하기에 앞서 “증오가 아니라 평화를 위해 싸우라”고 한국 젊은이들에게 호소했다.

이들 3명은 인생의 황금기인 청춘을 총성과 포격, 절체절명의 고립 속에서 보냈다.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종파 갈등, 미국과 러시아의 헤게모니 다툼, 그리고 주변 아랍국들의 셈법이 복잡하게 중첩돼 전개되는 양상이다.

조지나 바예드씨는 수니파 극단 무장 세력 이슬람국가(IS)가 4년 동안 장악하고 있다 지난 6월 완전히 퇴각한 알레포 출신이다. 그는 “대다수 그리스도인이 피란을 떠났지만, 우리 가족은 알레포에 남아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했다”며 “IS에 완전히 포위돼 물과 식량, 전기와 인터넷이 끊긴 석 달간은 우주의 다른 행성에서 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포탄이 떨어지면 정확히 7분(발사 간격) 뒤 다음 포탄이 떨어진다. 그 사이가 안심하고 이동할 수 있는 기회다. 밖에 나가면 저격수가 무서워 기도하면서 총총걸음으로 걷는다. 포탄 파편을 막기 위해 침대 매트리스를 문 앞에 세워놓고 4년을 살았다.”

그는 “부모님이 결혼하고, 내가 유아 세례를 받고 첫 영성체한 아름다운 성당도 파괴됐다”며 “지난 4월 지붕도, 의자도 없는 그 성당에서 3년 만에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고 말했다.

치대를 졸업한 마지드 알자홈씨는 전쟁의 참상을 뼈저리게 경험한 뒤 평화의 가치와 그 소중함에 새롭게 눈을 떴다. 현재 교황청 산하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가 시리아에 개설한 구호소에서 일하면서 비폭력과 인권대학(AUNOHR) 강의를 듣고 있다. 치과의사의 꿈은 내려놓은 듯했다.

그는 “그리스도인과 무슬림 가리지 않고 도우면서 평화 건설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두 눈으로 목격한 한반도 분단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길이 있는데 왜 그 길을 외면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와심 파쿠아씨는 아직 레바논을 떠도는 난민 신세다. 그는 전쟁의 상흔이 깊다. 3년 전 성모 승천 대축일 전야에 친구 6명을 한꺼번에 잃었다. 그리스도인 주거 지역에서 대축일 전야 행사를 준비하고 있을 때, IS가 기습 공격을 했다. 자신은 간발의 차이로 죽음을 모면했지만, 친구들 얼굴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시리아에 돌아가 봐야 모든 게 파괴되고, 일자리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길이 안 보여 방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며칠 동안 누린 평화를 부러워했다. 한국 젊은이들과 대화하면서 “와, 사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탄성을 질렀다.

“시리아 젊은이들의 대화 주제는 온통 전쟁에 관한 것이다. 오늘은 누가 죽었나, 전기는 언제 들어오나… .우리의 청춘이 전쟁에 묻혀 버렸다는 것을 한국 친구들을 통해 깨달았다. 평화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 가치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이유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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