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영성
[사도직 현장에서] 부모가 된다는 것, 부르심
고승범 신부(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
2017. 08. 13발행 [14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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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생활 2년 차에 들어서던 해, 일과를 마치고 숙소에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평소 알고 지내는 자매 신자였다.

“신부님, 제 갓난아기 조카가 지금 병원 중환자실에 있어요. 오셔서 세례를 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아기는 태어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출생 당시 콩팥 하나가 없는 것을 발견하지 못해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내가 도착했을 땐 피로와 아픔이 뒤섞인 부모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기 엄마에게 간단한 설명과 위로의 몇 마디를 전하고 조심스레 세례를 집행했다. 사제로서 첫 세례였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나는 ○○에게 세례를 베풉니다.”

세례식 후, 일주일이 채 안 돼서 다시 전화가 왔다. 간밤에 아기가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것이었다. 또 언젠가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병으로 먼저 보내고 마음 병을 앓고 있던 어머니를 면담했다.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는 ‘영적 아버지’로서 소명을 받은 사제의 과제이기도 하다. 부모가 되는 것은 완벽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아니, 그럴 수가 없다. 앞서 언급한 이야기들은 조금 극적인 삶의 사례일 수 있겠지만, 부모에게나 자녀에게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한계를 지혜롭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지혜가 없을 때, 부모의 열등감이 부모와 자녀를 망칠 수도 있다. 삶의 한계와 자신의 내적 상처를 대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오히려 우리의 이런 부족함은 완벽하신 하느님 아버지께 우리가 각자 조금 더 의지하고, 그분의 한 없는 사랑이 우리의 작은 사랑의 노력 안에서 더욱 빛날 수 있게 되는 은총의 계기가 아닐까 싶다.

나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불편한 몸으로 나름 최선을 다해 외아들을 키우려고 노력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종종 떠올린다. 지금 살아 계셨다면 잔소리 좀 그만하시라고 말다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신앙 안에서 하느님께 의지하고, 하느님에 대해 가르쳐주신 어머니께서 계시지 않았다면 오늘 내가 사제로 있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에 한국에 와서 어느 부모들은 ‘일요일에 성당은 엄마가 갈 테니 너는 학원이나 가라’고 한다는 것을 듣고 놀랐다. 그리고 슬펐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부르심이다. 이 부르심을 통해 부모도 자녀도 성장한다. 그리고 이 부르심에 끝까지 응하기 위해 우리를 부르시는 하느님께 겸손히 의지하고 꾸준히 청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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