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6·25 전쟁 시기 공산주의를 만난 선교사들의 ‘마음’
북한학으로 박사 학위 받은 강주석 신부(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2017. 08. 13발행 [14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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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 성직자 중 북한학 박사 1호 강주석 신부. 맹현균 기자

▲ 민족화해센터 지하 봉안당에 있는 한반도 모양의 제대. 맹현균 기자



6·25 전쟁 시기 국내에서 선교하던 선교사들의 ‘마음’을 연구한 박사 학위 논문이 나왔다.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장 강주석(교구 민족화해위원장) 신부는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공산주의를 만난 선교사들의 ‘마음’ - 한국전쟁 시기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22일 박사 학위를 받는다. 가톨릭 성직자 가운데 북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는 건 강 신부가 처음이다. 오랫동안 북한과 북방 선교에 관심을 가져온 강 신부의 연구 노력이 열매를 맺었다. 강 신부를 경기도 파주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에서 만났다.



▶가톨릭 성직자 중에서 북한학 박사 1호다.

다른 분들보다 일찍 공부를 시작한 것뿐이다. 의정부교구는 북한 접경지역이어서 남북문제에 관심이 많다. 북한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교구장님께 감사드린다. 본당에서 사목할 때 공부를 시작했는데, 일주일에 세 번씩 학교에 가는 신부를 이해해 준 광적본당 신자들께도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북한을 공부하면서 북한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과정이 의미가 있었다.



▶논문 주제가 상당히 특이하다.

6ㆍ25 전쟁 시기 공산주의를 만난 선교사들의 ‘마음’을 연구했다. 우리는 복잡한 세상에서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고 있다. 하지만 유독 북한 문제는 이분법적 논리가 작용한다. 흑백논리에 치우치면 정작 본질을 놓치게 된다. 북한 문제의 핵심은 ‘평화’고, 당면 과제는 ‘민족의 화해’다. 이 논문은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진정한 평화를 위한 종교의 역할을 탐색하기 위한 시도다.



▶그중에서도 ‘마음’에 주목한 이유는.

분단 의식을 극복하고 평화로 나아가려면 다른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봤다.



▶마음을 연구한다는 게 가능한가.

최근 마음이 사회학적 분석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북한이 1인 독재체제라고 할지라도 북한 주민의 마음은 매우 다양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도 단 두 가지로 정의할 수 없다. 이 연구는 그동안 이성 중심의 철학으로 북한을 연구하려고 했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강 신부는 6ㆍ25 전쟁 시기 한국에서 활동했던 선교사들이 남긴 편지와 일기, 언론 보도 등을 분석했다. 메리놀외방전교회와 성골롬반외방선교회가 발행한 잡지도 분석 대상이었다. 강 신부는 특히 선교사들의 일기와 편지 같은 비공식 자료에 주목했다. 공식 기록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개인적 감정을 더욱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록에 나타난 선교사들의 복잡한 감정 상태를 보며 강 신부는 전쟁과 이념 싸움이 단순히 선과 악으로 구분될 수 없는 세계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선교사들의 마음 연구를 통해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선교사들은 가톨릭 교회의 반공 이데올로기를 따르면서도,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넘어서야 하는 자신의 사명을 되새겼다. 당시 선교사들은 공산주의자를 만나면서 오히려 자신의 사상에 균열이 가는 것을 경험했다. 화해와 평화를 추구하는 교회의 선교 사명은 단순히 상대를 교화시키는 차원에 국한되지 않았다.



▶선교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과거 사례를 보면 선교를 일방적인 세력 확장으로 본 것 같다. 북방선교는 이렇게 접근하면 안 된다. 우리의 이념을 어떻게 이식할까 고민하기보다 마음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한반도 갈등의 역사를 근본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선교는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고 함께 변화를 찾아 나가야 한다. 진리를 함께 찾아가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오시기 위해 사람이 되신 것처럼 말이다.



강 신부는 3년간 미국에서 해외 선교를 했다. 미국인들은 한국보다 선진국인 자신들 나라에 강 신부가 왜 선교하러 왔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선교의 본질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더 우수한 문화와 시스템을 갖춘 곳에서 열등한 곳을 도와준다는 개념보다는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선교라는 결론을 내렸다. 북한 선교도 마찬가지로 접근해야 했다.



▶북한을 공부한 것도 북한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아닌가.

남북문제는 70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이어져 왔다.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인데 이것을 쉽게 풀려고 하니까 좀처럼 해결이 안 되는 것 같다.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충분히 공부하고 고민해야 한다. 북한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6년 문을 연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인가.

그렇다. 연구소는 평화를 생각하는 사람이 모여 함께 공부하고 고민하고 성찰하는 장이다. 가톨릭의 정체성인 포용, 그리고 열린 자세를 통해 종교 간 장벽을 넘어설 것을 지향한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주제로 세미나도 개최하고 학술대회도 열고 있다. 때때로 격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고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남북이 분단된 지 70여 년 동안 얽히고설킨 문제를 한순간에 풀 수 없다. 강 신부는 “북한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앙인이라면 민족 화해에 관한 공부를 필수로 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이분법적으로만 바라보던 북한에 대한 마음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마음은 변하게 마련이라면서.

김유리 기자 lucia@cpbc.co.kr

맹현균 기자 maeng@cpbc.co.kr



강주석 신부 약력

2002. 7 사제 수품

2004~2006 탄현동본당 부주임

2006~2009 미국 해외 선교

2010~2015 광적본당 주임

2017. 8 북한대학원대학교 졸업(북한학 박사)

2015. 9~현재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겸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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