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가톨릭, 리더를 만나다] (17) 황성진(프란치스코) 서울대교구 기사사도직회 회장
봉사 위해 어디든 달려가는 ‘핸들 잡은 예수’
2017. 07. 16발행 [14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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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이 가장 작은 삶의 현장이 있다. 승객들이 발을 동동 구를 때 높낮이도 귀천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택시! 승객들은 심신의 짐을 벗고 위로를 받지만 택시 기사는 좁은 택시 안에서 하루 12시간 핸들을 잡으며 고단한 일상을 살고 있다. 특별한 택시 기사 한 분을 만났다. ‘달리는 선교사’, ‘핸들 잡은 예수’라고 불리는 서울대교구 기사사도직회 황성진 프란치스코(방지거) 회장이다. 교회 안팎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장애인 이동 봉사, 교통 봉사, 노력 봉사…. 불러주면 무조건 달려간다. 하루에 거울을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이 택시 기사란다. 일과를 마치고 귀가할 때 빈 차 안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며 하느님께 기도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살면서도 남은 시간을 온전히 하느님께 내어 놓은 기사사도직! 높아지고 넉넉해지고 시간이 많아지면 그때 봉사하려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지금, 여기… 우리도 분명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글=서종빈 기자 binseo@cpbc.co.kr

사진=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 기사사도직을 흔히 ‘핸들 잡은 예수, 달리는 선교사’라고 하는데요.

초창기에는 운전직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함께 봉사했는데요. 지금은 봉사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 개인택시 기사들만 활동하고 있습니다.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 행사 때 차량 봉사로 기사사도직이 많이 알려졌죠. 2009년도 2월 16일 김수환 추기경님 선종과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광화문 시복식 때 차량과 교통 봉사를 했는데요. 교우들의 질서 정연한 시민 의식에 정말 울컥하면서 봉사했습니다. 가톨릭 교우들의 우월감에 상당한 환희를 느꼈지요. 회원들 간의 관계도 돈독해졌습니다.

 

▲ 쉬는 날 봉사를 떠나기 위해 택시 앞에 선 황성진(왼쪽) 회장과 동료 기사. 쉬는 날 봉사를 떠나기 위해 택시 앞에 선 황성진(왼쪽) 회장과 동료 기사.

▶ 기사사도직의 운전 봉사인 ‘행복의 여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요.

가, 나, 다 3개 조가 있고 총괄 지휘하는 총회장이 있습니다. 총회장은 가, 나, 다 조에서 돌아가면서 2년씩 임무를 맡고 있는데요. 총회장이 각 지구에 봉사를 하달하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봉사에 임하는 그런 구조입니다. 관광버스 운전 요청이 내려오면 버스 운전 봉사도 하는데요, 저희의 봉사 특성상 한 차가 고정적으로 봉사할 수 없어서 교대로 여러 사람이 봉사를 합니다. 그런데 점점 교통이 많이 막혀 봉사 시간도 길어지고 유류 값도 비싸지면서 봉사가 줄고 있어 좀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교구 행사가 있을 때 교통정리 봉사를 주로 하고 매년 봄, 가을에 수도원에 가서 농사일을 거드는 노력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 1999년 열린 가톨릭 운전기사사도회 울뜨레아 모임에서 동료 기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황성진 회장. 황성진 회장 제공 1999년 열린 가톨릭 운전기사사도회 울뜨레아 모임에서 동료 기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황성진 회장. 황성진 회장 제공

▶ 이틀 일하고 하루 쉬면서 노력 봉사까지….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피곤하다가도 봉사하고 나면 오히려 기운이 나고 다음날 일할 때 보람을 느끼고 환희에 찹니다. 어디에서 오는 원동력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회원들 모두 그런 힘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무엇을 줘도 아깝지 않고 즐겁듯이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봉사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아주 행복합니다.

 

▶ 어떤 각오로 기사사도직 회장직을 수행하고 계신가요.

지난해 12월부터 회장을 맡았는데요. 회원 수가 줄어드는 것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370명 정도였던 회원 수가 뚝 떨어져서 봉사 요청이 와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창기 창립 회원들이 상당히 고령화됐는데요, 은퇴 후 수입이 없는 그분들을 어떻게 도울까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젊어서 봉사하고 늙으면 버림받는 단체라는 인식이 회원들을 나가게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회원들이 봉사의 보람을 느껴서 ‘서울 기사사도회가 정말 대단한 단체’라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 발 짝이라도 더 나갔으면 합니다. 매월 월례 행사 후에 복음 나누기와 기도 모임을 활성화하려고 합니다. 물론 뒤풀이도 재미있게 하면서 서로 어우러지는 시간도 많이 가져야 하겠죠.

 

▲ 성직자 묘역을 찾아 기도하는 기사사도직회 회원들. 성직자 묘역을 찾아 기도하는 기사사도직회 회원들.

▶ 교구에 바라는 점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지난 6월 전국협의회에 갔다 왔는데요. 초창기 이후 서울에서 협의회 회장을 맡지 못했는데 지방에선 아우성입니다. 서울에서 맡으라고요. 그런데 저희는 사무실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단체입니다. 이곳도 LPG 충전소에 있는 사무실을 임시로 빌려 쓰고 있는데요. 회원들이 충전하면서 좀 쉬고 월 1회 돌아가면서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이 충전소도 과연 얼마나 오래갈까? 여기서 쫓겨나면 기사사도회는 갈 곳이 없습니다.

 

▶ 전국 총회 하시면서 어떤 기분이 드셨어요.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님께서 미사를 해주셨는데, 매일 사방에 달린 거울을 보면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기사사도직 회원들이 가장 양심적인 사람이라는 강론 말씀에 울컥했습니다. 요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어느새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그다음엔 ‘나는 과연 믿음이 있는 신자일까?’ 하는 생각도 들지요. 일 끝내고 빈 차로 집에 들어갈 때 하느님께 기도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기쁩니다. 회원들 차 안에는 ‘가톨릭을 소개합니다’라는 책자를 비치하고 있는데요, 승객들이 이걸 보고 물으면 답하는 형식으로 전교하고 있습니다. 보통 ‘우리 가톨릭은 문이 열려 있습니다 오셔서 마음을 성찰하시면 좋고 의지를 갖출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합니다.
 

▶ 택시 운전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1981년부터요. 군대 제대하고 직장생활을 2년 정도 했는데, 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싫었습니다. 돈 받고 여행하는 기분으로 운전직을 선택했는데요. 당시에는 택시 기사가 경찰이나 공무원보다 수입이 높았습니다. 아이들 키우면서 부모 직업란 기재할 때 사회의 인식이 좋지 않아 싫었는데요, 가톨릭 신앙 안에서 아이들이 곱게 커 줘서 지금은 인생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간에 쫓기는 사람을 태우고 시간을 맞춰줄 때, 쉬는 날 봉사할 때  택시 기사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 36년 정도 택시 운전을 하셨는데, 택시 문화도 많이 바뀌었죠.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무단 횡단하거나 취한 사람이 길을 막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많이 줄었습니다. 물론 교통 환경도 많이 좋아졌고요. 방어운전을 해야 돌발 사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운전하는 사람은 앞뒤로 각각 두 대, 양옆에 각각 한 대씩, 모두 6개의 눈을 갖고 운전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앞뒤와 양옆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편의대로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습니다. 방어운전에 대한 교육과 지속적인 홍보가 있었으면 합니다.

 

▶ 흔히 택시 안은 ‘시사 토론장, 인생 상담소’라고 하는데요.
 

장거리를 가는 손님 중에 고민을 풀어놓는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나름대로 조언을 하는데요. 기사사도직 차량에 붙어 있는 서울 세계성체대회 마크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불편한 승객도 있지요. 차 안에 가톨릭 분위기가 많이 느껴지니까 ‘이런 것 안되지 않습니까’ 하고 점잖게 항의하기도 합니다. 50, 60대 승객 중에 술에 의존하거나 군중심리로 소위 ‘갑질’하는 분들도 있고요. 20, 30대는 안하무인격으로 기분 나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운전자는 하루에 여섯 번 놀란다’는 속설이 있는데요, 성호를 긋고 화살기도 하면서 마음을 삭입니다. ‘주님!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참고 견디겠습니다. 제 탓입니다’ 하죠.

 

▶ 미세먼지와 관련해 정부와 시민들에게 어떤 점을 당부하고 싶으세요.
 

집 근처 헬스클럽을 가는데 택시를 타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돈을 받고 태우면서도 그 손님은 왜 헬스클럽을 다니는지 가끔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어요. 가톨릭의 ‘내 탓이오’ 운동이 확대돼 시민사회에서도 ‘내 탓이오 ‘운동을 벌여서 환경이 좋아진 적이 있었는데요. 자신의 편리함만이 아니라 환경과 건강을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 중앙 차선제와 대리운전 합법화로 택시 수입이 줄었나요.
 

현금만 생각하면 수입이 줄었지만, 신용카드 지급으로 보충은 되고 있어요. 하지만 성실하게 운전해도 20년 전 수입과 같습니다. 운전하는 직업으로 아이들을 고등학교와 대학교 보낼 때 상당히 어려웠지만 그래도 그때는 가능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운전해서 자녀들을 중·고등학교에 보내기도 어렵습니다. 운전하는 직업이 노인들 용돈 벌이로 전락했죠.

 

▶ 고달플 때 신앙이 어떤 힘이 되는지요.
 

신앙은 저에게 나름의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7)는 말씀이 늘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기도하면 마음이 풀립니다. 또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라는 영광송 후렴 구절을 생활의 신조로 삼고 있습니다. ‘내 등 뒤에, 내 주변에 주님이 계시구나, 하느님이 계시구나’라고 생각하면 든든한 의지가 되고 있습니다.

 

▶ 신앙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신자는 아니었지만 천주교가 좋아 동경만 하던중에 천주교 신자 여성들만 사귀게 됐는데요, 큰 눈의 아내에게 반했는데 종교를 묻기에 무조건 ‘천주교’라고 했습니다. 세례명을 묻기에 순간적으로 나온 게 ‘방지거’였습니다. 결혼 후에 아내는 제가 신자가 아닌 것을 알게 됐고요. 1990년 개인택시를 시작하면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을 본받게 하려고 평생 방지거로 살게 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늘 기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 요즘 젊은이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매사에 긍정적으로 임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부정적으로 보게 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지고 행동거지도 불편해집니다. 부정도 긍정으로 받아들이면 주변 사람들도 ‘저 친구 긍정적이고 성실한 사람이야’라고 인정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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