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17) 대구대교구 왜관성당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17) 대구대교구 왜관성당

신자의 능동적 전례 참여 이끄는 ‘열린 성당’

Home > 기획특집 >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2017.07.09 발행 [1422호]

▲ 왜관성당은 제단 오른쪽 벽면 전면을 색유리화로 장식했다




건축물은 지은 목적에 맞게 실용적이어야 하며 튼튼하고 아름다워야 한다. 교회 건축물은 제 꼴을 갖추려면 누가 어디에서 봐도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거룩한 집임을 알 수 있는 표징을 갖춰야 한다. 그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례 행위에 방해되지 않는 구조적 실용성이다. 거룩하고도 아름다운 감각적인 표징들 역시 확보해야 한다. 그 까닭은 성당의 존재 이유가 모든 신자의 완전하고 의식적이며 능동적인 전례 참여를 이끄는 데 있기 때문이다. 1966년 지어진 왜관성당은 이러한 교회 건축의 필수 요건들을 제대로 갖춘 아름다운 주님의 집이다.


단순한 외형·부채꼴 모양의 내부 구조
 

1966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폐막한 다음 해이고 병인 순교 100주년이 되던 해였다. 이를 기념해 당시 한국 교회는 교구별로 병인 순교 100주년 기념 성당을 지었다. 그 대표적인 건축물이 절두산 순교성지 병인 순교 100주년 기념 성당과 수원 서둔동성당, 전주교구 복자성당 등이다. 이때 지어진 성당들의 외형적 특징은 한국의 전통 이미지를 담은 토착화 양식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왜관성당은 당시 유행하던 토착화의 흐름을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유럽 특히 근대 독일의 건축 양식을 따라 외형을 단순화했다. 내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세로로 긴 장방형이나 가로 세로의 길이가 같은 정방형의 전통적 틀을 깨고 완만한 타원형에 가까운 부채꼴 모양으로 지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정신의 핵심은 ‘공동체’다. 미사가 성직자만이 아니라 회중 전체의 거룩한 전례 행위이며 사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인 교회 공동체의 예식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평신도들도 미사를 비롯한 모든 전례 행위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관성당을 설계하고 지은 알빈 슈미트(Alwin Schmid, 1904~1978,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신부는 새로운 전례 정신에 맞갖도록 성당 어느 자리에서도 제단을 훤히 볼 수 있도록 기둥을 없애고 회중석보다 제단을 높였다. 제대와 회중석을 최대한 가까이 자리하게 해 신자들이 예식의 경건함을 느끼고 미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끔 했다. 제단 옆에 전례 준비실을 둬 전례 봉사자들의 불필요한 동선을 없앴고, 감실과 십자가도 별도로 배치해 신자들의 시선이 오직 제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제단 오른편에는 성모상이 자리하는데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전면 외벽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또 제단 왼편에는 반원형의 벽에 감실을 둬 공간의 나눔과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성당 마당에 알빈소원 꾸며 지역 개방
 

왜관성당은 읍내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구원이 실현되는 하느님의 집이 세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표징이다. 알빈 신부는 평소 “성당은 성스러운 하느님의 집이 아니라 거룩함과 세속적인 것, 영원함과 무상함이 함께 만나는 곳이며 하느님의 앞에서 갖게 되는 기쁨과 슬픔, 곤란과 고통의 모든 인간적 관심사를 위한 고향”이라고 했다. 그래서 알빈 신부는 늘 “성당은 하느님과 하느님 백성의 집일 뿐 아니라 지역사회 활동의 중심이 되게 개방해야 한다”고 했다. 하느님의 집에 관한 알빈 신부의 신학적 소신은 왜관성당 제단 벽화에 그대로 표현되고 있다. 그가 직접 그린 제단화는 왜관읍 한가운데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묘사하고 있다.
 

왜관성당은 사제이자 건축가인 알빈 신부의 이념과 원칙이 무르익은 대표작이다. 세월이 흘러도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릴 만큼 단순미가 빼어나다. 종탑과 본당 수호성인인 성령을 상징화해 ‘비둘기 형상의 성령과 합쳐진 십자가’의 담장 구조물은 이곳이 성당임을 알게 한다. 본당은 ‘지역사회 활동의 중심이 되게 개방해야 한다’는 알빈 신부의 뜻을 이어받아 성당 마당에 알빈소원(嘎貧小園)을 꾸며 지역민에게 개방했다.
 

이렇게 교회 건축물로서 필수 요건을 갖춘 왜관성당은 지은 지 50년이 흘렀어도 많은 건축학도와 새 성당을 지으려는 신자들이 방문하는 한국 교회의 아름다운 성당으로 자리하고 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 가톨릭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발행일자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