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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교회를 도웁시다] 파키스탄(3)가난하지만 풍요롭다

[고통받는 교회를 도웁시다] 파키스탄(3)가난하지만 풍요롭다

담장 속에 갇힌 성당, 교류도 막혀 신앙 공동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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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5 발행 [1420호]

▲ 소도시 부레왈라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에서 담장 공사를 하다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 신자들. 이 본당은 담을 쌓고 철조망을 설치하지 않으면 올해 예수 성탄 대축일 미사를 봉헌할 수 없다.김원철 기자



“서울엔 신부가 몇 명이나 있습니까?”

“900명 가까이 됩니다. 교구 소속 신부만.”

물탄(Multan)교구청의 앨버트 신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냐?”며 믿지 않기에 스마트폰으로 「한국 천주교 교세 통계」를 검색해 보여줬다.

입을 다물지 못하기는 기자도 매한가지였다. 파키스탄 내륙에 있는 물탄교구의 관할 면적은 상상을 초월한다. 교구청에서 최남단 도시 사디고바드에 가려면 차로 6시간이 걸린다. 최북단 도린칸까지는 5시간. 그런데 신부 수는 고작 15명이다. 본당은 19개가 있었으나 사제가 부족한 데다 성당 치안 유지 비용이 없어 4개를 폐쇄했다. 물탄교구는 파키스탄에서 가장 가난한 교구다.



교황은 벽 허물라는데… 담 높이 쌓아야

요즘 물탄 신부들은 담장과 철조망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치안 담당자들이 툭하면 찾아와 담 높이를 2.4m까지 올리고 그 위에 철조망을 설치하라고 재촉한다. 자체적으로 경호 전문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건 필수다. 테러 방지와 치안 강화를 위해서다. 가톨릭계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이 때문에 신부들은 “성당과 학교를 교도소로 만들려고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한다. “교황님은 벽을 허물라고 하시는데…. 경찰 고위 간부 친척 중에 철조망 제조 공장 사장이 있는 것 같다”는 농담도 주고받는다. 성 베드로 본당의 살렘 신부는 “경찰이 담과 철조망 공사를 안 하면 올해 성탄절 야외 미사를 불허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어쩔 수 없어 담부터 쌓고 있는데 돈이 부족해 공사를 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성당들은 대부분 영국 식민지 시절에 서양인들이 지은 것들이다. 영국군이 주둔했던 부대 근처에 많다. 영국군 부대는 가급적 종교적 공통점이 있는 그리스도인들을 잡역 인부로 채용했다. 지금도 옛 군부대 근처에 그리스도인 밀집촌이 많은 이유다. 그때 지은 성당들은 터가 넓어서 담을 쌓고 철조망을 설치하려면 돈이 여간 많이 드는 게 아니다.

교구장 베르니 트라바스 주교는 성당 4개를 폐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성당은 신앙 공동체의 구심점이다. 신부는 고사하고 성당마저 문을 닫아버리면 신자들이 개신교로 넘어간다. 미국과 한국 등지에서 지원하는 복음주의 계열의 개신교 선교 열기는 매우 공격적이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가슴 아픈 결정을 내렸다. 우리는 물질적으로 가난하다. 교구민 6만 5000명은 대부분 남의 땅에서 품을 팔아 먹고산다.”

트라바스 주교는 “며칠 전에 20여 가구가 모여 사는 공동체에서 성당을 지어 달라고 요청해 왔지만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공동체가 요청한 성당은 우리나라 시골에 있는 마을회관 정도의 공소 건물을 말한다. 거기에 평신도 선교사(교리교사)가 상주해 활동하면 공동체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한국에 ‘신앙의 선물’ 요청할 수 있는 날 오길

파키스탄 교회는 보편 교회와 인적 교류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2년 전 프랑스 파리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이후 외국인에게 선교 비자를 내주지 않는다. 그나마 남아 있는 국제 수도회의 신부와 수녀들도 비자 만기일이 다가오면 갱신이 안 될까 봐 걱정한다. 한 신부는 “미국과 아일랜드 수녀들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쥐죽은 듯’ 조용히 있다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반면 트라바스 주교의 말대로 개신교는 우려될 정도로 공격적이다. 그리스도인 밀집촌에서 개신교인들은 “기도해 주러 왔다”면서 가톨릭 가정의 문을 마구 열고 들어와 교리ㆍ성경 논쟁을 유도한다. 가톨릭인들은 이들을 ‘그리스도교의 탈레반(이슬람 원리주의 무장 세력)’이라고 부른다.

트라바스 주교는 “추후 여건이 좋아지면 한국 교회에 ‘신앙의 선물(Fidei donum)’을 나눠달라는 요청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오 12세 교황의 회칙 제목에서 따온 피데이 도눔은 사제가 부족한 지역에 파견되는 타 교구 사제를 가리킨다.



"피의 박해 이겨낸 한국 교회 보며 위안"

물탄교구 5년 전부터 소신학교 운영


▲ 성 요셉 소신학교 학생들과 교구장 트라바스(가운데) 주교. 사제 양성은 물탄교구의 가장 큰 도전이다. 김원철 기자


물탄교구는 5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소신학교를 운영한다. 성 요셉 소신학교에서 12명이 사제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 학교 출신 4명이 현재 카라치에 있는 대신학교에서 사제 수업을 받고 있다.

소신학교장 임란 벤자민 신부는 “교회는 가난하지만, 신자들 신앙심은 오랜 세월 가난과 차별 속에서 단련된 터라 매우 강하다”며 “어린아이를 데리고 와서 하느님께 봉헌하고 싶다는 신자도 많다”고 말했다. 소신학교 1년 예산은 약 2800만 원. 교황청과 스위스 교회에서 지원금을 받고, 교황청에서 보내주는 주교관 운영비를 갖다 써도 ‘자로 잰 듯’ 매년 절반이 부족하다. 학부모들은 가난해서 학비를 보탤 형편이 안 된다. 부족분은 교구장과 신부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구해오는 수밖에 없다.

사제 양성은 교구의 가장 중요한 도전이자 최대 사업이다. 본당 신설보다 오지 본당에서 홀로 외롭게 고생하는 사목자들에게 보좌 신부를 보내주는 게 더 급한 실정이다.

사제 수가 15명밖에 안 되는 교구의 빈자리는 평신도 교리교사들이 맡고 있다. 교구는 5개월 과정으로 교리교사들을 양성해 본당과 공소에 파견한다. 물탄의 교리교사 64명은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활동비를 받으며 복음을 전하러 다닌다.

교통수단은 비포장길을 달리면 바퀴가 언제 빠져 달아날지 몰라 불안한 낡은 오토바이다. 트라바스 주교는 “순교 정신으로 일하는 교리교사들은 교구의 척추”라며 그들에게 오토바이라도 몇 대 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로마에서 한국 영상물 ‘동정부부 요안ㆍ루갈다’(가톨릭평화방송 제작)를 봤을 때 피의 박해를 이겨내고 눈부시게 성장한 한국 교회를 통해 큰 위로를 받았다”며 “박해의 고통을 아는 한국 교회가 박해받는 파키스탄 교회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성금 계좌 : 우리은행 1005-303-232450
(예금주 사단법인 에이드투더처치인니드)

고통받는 교회 돕기(Aid to the Church in Need)는 어려움을 겪는 가톨릭교회를 지원하는 교황청 직속 단체로, 한국 교회도 1960~1970년대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2015년 아시아 최초로 한국 지부(이사장 염수정 추기경)를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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