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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봉사함이 기쁩니다] (15) 서울시립여성보호센터 치과의사 주동현(루카)씨

[당신께 봉사함이 기쁩니다] (15) 서울시립여성보호센터 치과의사 주동현(루카)씨

소외된 이들의 치아 돌보는 수호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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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4 발행 [1417호]
▲ 주동현 원장(가운데)이 노숙인 출신 여성을 치료하며 김태준 프로텍치과기공소장과 함께 틀니를 어떻게 제작해야 할지 논의하고 있다. 오세택 기자



노숙을 하게 되면, 제일 먼저 망가지는 게 치아다. 하나둘 빠지다가 나중에는 뭉텅 빠진다. 양치가 제일 중요한데, 노숙을 하면 양치를 하지 않게 되니 잇몸질환으로 치아가 빠지는 게 다반사다.

여성 노숙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특별시립여성보호센터에서 재활을 꿈꾸는 노숙인 출신 여성들 180여 명도 상당수 치아 치료가 절실하다.

경기도 안산에서 ‘주동현열린치과’를 운영하는 치의학박사 주동현(루카, 55, 서울 서초동본당) 원장이 이들을 만나게 된 건 우연이었다. 5년 전 아버지(주영건 예로니모)를 여의면서 봉사를 하겠다고 다짐했고, 성령 선교 수녀회 수녀 딸을 둔 부모를 치료해 준 것이 계기가 됐다. 성령 선교 수녀회 수녀들이 사도직을 하던 서울 수서동 서울시여성보호센터를 찾아 진료 봉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4년 10월부터 격주로 목요일마다 찾았으니 2년 8개월째다. 진료는 대부분 센터에서 하고, 보철치료나 임플란트 시술은 안산 병원에서 한다.

“보호센터 진료실은 병원처럼 의료장비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지 않아 진료는 할 수 있지만 보철 치료나 임플란트 시술은 안산 병원에 가서 할 수밖에 없어요. 처음엔 65세 이상 고령자 중심으로 치료했는데, 지금은 65세 미만의 젊은(?) 노숙인 출신 여성들의 치료에 주력하고 있어요. 그렇게 일일이 센터 가족들을 모셔 가고, 모셔 오고 하다 보니 벌써 60∼70명가량 시술을 받았네요. 그러면서 180여 명의 가족 대부분과 친해졌어요.”

주 원장은 센터 가족들 사이에서 어느새 ‘인기 스타’가 됐다. 어느 때는 “마치 팬클럽에 둘러싸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직원들이 귀띔한다.

주 원장이 봉사를 오다 보니 기공소를 운영하는 김태준(42) 프로텍치과기공소장도 함께하게 됐다. 마치 ‘단짝처럼’ 함께하며 센터 가족들의 치아 건강을 돌보고 있다.

서울시여성보호센터 소장 김남은(베로니카) 수녀는 “우리 가족들은 오랜 노숙생활로 치아가 많이 망가져 맛있는 음식을 해드려도 드시지 못하는 게 못내 안타까웠는데 주동현 원장님이 온 뒤로는 그런 일이 없어 기쁘다”며 “벌써 3년 가까이 센터 가족들을 정성껏 치료해주셔서 고맙기 이를 데 없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 원장은 지난 20여 년간 홀몸 어르신이나 북한이탈주민, 이주민, 가난한 청소년 등 소외계층 수백 명을 무료로 치료해 줬다. 특히 사랑의 선교수녀회가 운영하는 홀몸 어르신 생활시설 ‘평화의 집’에는 정기적으로 찾아가 어르신들과 수도자들의 치아를 치료해 주고 있다.

주 원장이 운영하는 병원은 또한 성직자나 수도자들, 특히 해외 선교지에서 돌아온 선교사들이 귀국할 때마다 꼭 들르는 필수 코스가 됐다.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고 있어서다.

오는 8월 초 주 원장은 필리핀 마닐라로 의료 봉사를 떠난다. 필리핀의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 회원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금식해 그 돈으로 집 나온 여아들의 보철 치료를 해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파 그 아이들을 치료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하느님의 도구가 돼 봉사를 하는 삶에 더 비중을 두고 살고 싶다”고 말하는 주 원장의 미소가 싱그럽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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