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가톨릭, 리더를 만나다] (13) 이수용(프란치스코, 환경생태운동가)
산으로 숲으로 강으로 갑시다 생명으로 돌아갑시다
2017. 05. 21발행 [14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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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용(오른쪽)씨가 서종빈 기자와 함께 스트로베일 하우스 옆 과수원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2015년 12월 제32회 가톨릭 대상 시상식에서 ‘정의평화’ 부문을 수상한 뒤 염수정(왼쪽) 추기경과 권길중 한국평협 회장과 함께 기념 촬영하는 이수용(가운데)씨.

▲ 굴업도를 지키기 위해 2010년 2월 CJ CGV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는 이수용씨. 이수용씨 제공



한반도 천혜의 자연유산인 강원도 정선군 동강 유역의 제장마을에 둥지를 튼 환경운동가를 만났다. 20년 가까이 동강을 드나들며 주민들을 설득해 댐 건설을 막고 시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마을을 보존하는 시민 유산운동(내셔널트러스트)을 이끌었다. 북한산이 두 동강 날 뻔했던 우이령 포장도로 건설을 막아내고 서해의 갈라파고스 섬으로 불리는 굴업도를 문화예술인과 함께 보존했다. 늘 산에 들고 산을 품었다. 오직 산악 전문 서적만 출간하는 출판사 대표인 이수용(프란치스코) 환경생태운동가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환경과 생태가 위협받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하느님의 ‘숨은 일꾼’이다. 그는 생태를 보존하기 위한 투쟁 일변도의 반대만을 하지는 않는다.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진정 정의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늘 하느님께 기도한다. 불편하고 고단하고 가난한 길이지만 그는 오늘도 산으로 숲으로 강으로 자연으로 간다.

서종빈 기자 binseo@cpbc.co.kr



▶이곳은 강원도 동강 유역의 제장마을인데요. 언제 이곳에 오셨나요.

이제 3년 차입니다. 1997년도에 동강댐(영월댐)을 만들려고 해서 댐 저지 운동을 하느라고 동강에 처음 들어왔습니다. 동강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 강 중의 하나입니다. 꼭 지켜야 하는 그런 땅이기 때문에 들어왔고 현재 동강사랑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동강사랑’ 하면 대표적인 시민유산운동인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효시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자연이나 문화가 위협받는 지역을 시민들의 모금으로 보존하는 운동인데요. 매입한 땅은 영구히 지켜지는 시민 유산입니다. 제장마을은 시민들이 지켜낸 문화유산이고요, 18가구가 있는데 5가구가 실제 거주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이 집은 자연 친화적인 생태 건축법인 스트로베일 하우스 1호 건축물로 볏짚과 나무, 황토로 지어졌는데요, 시민 유산 3호로 지정됐죠.



▶동강 지킴이로서 제장마을은 왜 보존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무척 아름답지 않나요? 보존하지 않았으면 수몰 지역이 되어 사라졌을 겁니다. 동강은 물이 얼지 않고 사계절 흐르는 강입니다. 백두대간에서 발원한 한강 상류 쪽으로 물이 아주 깨끗합니다. 여울이 많고 굽이가 많아 산소 공급이 잘 돼 빨리 정화되고 깎인 모래와 자갈이 퇴적돼 사람 살기에 매우 좋은 땅을 만들어줍니다. 오염을 막기 위해선 생태농법을 해야 하는데요. 수입농산물의 GMO 등 유전자 변형 정보를 정부에서 일절 표시하지 않아 확인하지 못합니다. 외국에서는 점점 자연 친화적인 농법이 환영받고 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데, 정부는 왜 댐을 건설하려고 했는지요.

물 부족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팔당에 상수원이 있는데 여기가 더 상류죠. 좋은 물을 얻고 발전을 시키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는 석회암 지대로 영월 쪽에 댐을 막으면 어느 구멍에서 물이 솟을지 모릅니다. 저 산을 보십시오, 중간에 많은 동굴이 보이시죠. 저 동굴이 어디로 연결돼 있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어느 동굴에 가면 장마 때 흙탕물이 많이 나옵니다. 천연기념물인 백룡동굴도 바로 이 산 너머에 있습니다. 댐을 건설하면 동굴도 모두 망가지게 되죠.



▶제장마을을 지속 가능한 생태마을로 만들기 위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주민과의 대화가 중요합니다. 최근에 마을지도자 교육도 받았고요. 아름답게 가꾸어야 한다고 봅니다. 작년에 길옆에 백일홍을 심었는데 매우 아름다웠어요. 주민들도 많이 호응해줬고요. 제가 서울에서 출판사를 오래 하면서 많은 책을 수집했고 특히 산에 관한 책을 많이 모았습니다. 그래서 도서관과 문화센터를 통해 주민과 도시인이 소통하고 새로운 문화를 접할 기회를 만들 예정입니다. 이장님이 정선 아리랑을 아주 잘하세요.



▶30년 가까이 산악 서적만 전문적으로 출간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제가 산을 무척 좋아하고요. 산은 자연의 모든 생명의 근원입니다. 그래서 산에 오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산과 친밀해지고 산을 아낄 수 있을까 해서 산에 대한 좋은 이야기, 산과 사람 간의 관계를 책으로 만들면 사람이 산을 제대로 접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산 전문 서적만 출판했습니다. 옛사람들은 모두 ‘산에 든다’고 했는데요. 존경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맞이하는 것이죠. 그런데 요즘은 산을 그냥 놀이터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유명한 산(山) 우표 수집가이신데요. 언제부터 모으셨나요.

중학교 때부터 우표 수집을 시작했습니다. 산은 우표로 굉장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산에 가기 위해 기어 다니고 잡고 올라서고 밖으로 나가 산을 동경하고 아버지가 돼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모습으로 이어지죠. 아이를 데리고 산에 다니는 장면도 있고요.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어가는 역사적인 장면을 담은 우표도 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산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위대한 산과 자연을 창조하신 하느님께 늘 감사드립니다. 산은 너그럽고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속상하거나 울분을 억제하기 어려울 때 산에 들면 자비하신 하느님처럼 다 용서하고 받아줍니다. 하느님의 창조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하느님의 자비심을 닮게 되고 산에 가면 모두 천사처럼 변합니다. 창조해서 주신 것 그대로 잘 지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최소한으로 갖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낭비해 버리면 미래 세대는 가질 것이 없잖아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환경 회칙에서 제안하신 ‘환경에 대한 배려’와 ‘생태적 회개’는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요?

하느님이 창조하실 때 어떤 미물도 그만한 가치가 있어서 생명을 주신 것 아닙니까. 그래서 자연은 그대로 지켜져야 하죠. 자연환경이 멸망하면 인간도 살아남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너무 낭비가 심하죠. 먹고 입고 집 짓는 것, 모두 한 번 쓰고 버립니다. 과소비와 쉽게 버리는 문화는 지구를 소멸시킵니다. 정말 우리가 반성해야 합니다. 풀, 나무, 물, 샘터의 가치를 존중해야 합니다. 함부로 대하지 않고 훼손시키지 않아야 합니다. 모두가 생명이죠.



▶세례명이 환경생태 수호성인인 프란치스코이신데요. 세례를 받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굴업도에 대기업이 골프장과 해양 리조트를 짓는다고 해서 제가 반대운동을 했는데요. 덕적도본당에서 신자가 한 명뿐인 굴업도공소로 제가 배를 타고 가면서 성모상을 품에 꼭 안고 갔습니다. 그때는 제가 신자도 아니었고 종교적으로 아무런 인연도 없었습니다. 공소에 성모님을 모셔놓고 굴업도를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2014년에 대기업이 골프장 개발 포기를 선언한 뒤 바로 아내와 교리 공부를 하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자비롭고 희생적이신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환경운동하는 사람으로서 희생 정신을 가질 수 있기를 늘 기도하고 있습니다. 아내와 함께 주일에 미사 드리러 가는 것이 요즘 저에게 가장 큰 행복이고 축복입니다.



▶굴업도 문화예술인 모임은 새로운 환경운동의 대안을 제시한 모델이었는데요.

환경운동을 한다면 주민들이나 시민들이 굉장한 거부감을 보입니다. 그래서 예술인들이 참여해 문화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죠. 도시인들에게는 자연을 보여주고 지역주민들에게는 문화와 예술을 접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예술은 자연에서 탄생하는 것이고 춤이나 음악도 자연 속에서 더욱 돋보입니다. 예술가들도 흥이 나고 보는 사람도 신이 나는 자리가 마련되면서 주민들과 혼연일체가 돼 결국은 모두가 ‘지켜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죠.



▶북한산 국립공원의 우이령을 지켜낸 ‘우이령 사람들’ 창립 일원으로 활동하셨죠.

당시 출판사 사무실이 우이동에 있었는데요. 1993년 북한산이 두 동강이 나는 것에 분발(奮發)한 많은 자연인과 환경인, 산악인들이 동참한 자연보호 운동이었죠. 우이령 고갯길을 확대해 포장하는 사업은 결국 백지화됐는데요. 자연 보존을 위한 시민 환경운동의 효시였죠.



▶환경운동을 하면서 좌절감이 들 때 어떤 기도를 하세요.

내 상황이 아닌 상대를 생각하는 이해심으로 긴 시간 간곡히 설득하는데요. 이것이 정말 정의를 위한 길이라면 좀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기도합니다. 시민환경운동은 10년은 해야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동강댐 반대 운동 할 때 처음엔 찬성하는 주민들이 명동성당에서 시위했는데 찬성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타협할 수 있었죠. 반대하던 사람과 찬성하던 사람들이 서로 이해와 소통을 할 수 있을 때 환경운동은 성공할 수 있습니다. 2015년에 가톨릭 정의평화상을 받았는데 정말 의외였어요.



▶전 지구적인 생태 위기에서 ‘리더’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정의로워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나 사업자는 부의 창출만을 생각합니다. 무엇이 잘 사는 것인지, 무엇이 행복인지 환경운동의 리더가 계몽해야 합니다. 망가지는 생태를 국민에게 호소해 국민이 막아내야 합니다. 동강댐 반대 운동할 때 3년 동안 매주 동강을 찾았습니다. 서울에서 사람들을 데려와 아름다운 동강을 보여주고 매스컴도 총력전을 벌여서 결국 국민의 힘으로 반대 운동 3년 만인 ‘2000년 환경의 날’에 댐 건설이 백지화됐죠.



▶환경운동이나 환경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환경교육은 어릴 때부터 해야 합니다. 어린이 생태캠프와 청소년 환경교육을 하는 것도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군대에 가면 보수(보충)교육과 재교육을 많이 하는데요. 환경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알아도 반복적으로 해야 하고요. 자연에 파묻혀 자연의 이름다움을 체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하고 싶은 환경 철학은 무엇인지요.

산으로 갑시다! 숲으로 갑시다! 강으로 갑시다! 자연으로 갑시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TV 방송 시각 : 23일 오후 7시, 24일 오후 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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