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출판
신앙과 조각에 빠진 소년… 반세기 조각가의 길을 걷다
50여 년 성미술 조각한 ‘뼛속까지 신앙인’ 조각가 최 바오로씨
2017. 05. 21발행 [14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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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바오로씨.

조각가 최 바오로(바오로, 64, 서울 목3동본당)씨는 10일 처음 만난 기자에게 다짜고짜 “누군가는 저를 재벌 집 아들로 오해하고 있고, 또 어떤 이는 사기꾼이라 비난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런 오해를 풀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씨는 나이에 비해 오랜 경력을 지닌 성미술 조각가다. 6세 때부터 조각을 했으니 이미 50년 이상 조각가로 활동했다. ‘영철’이란 원래 이름 대신 세례명을 작가명으로 쓴다. 그러면서 돈 안 되는(?) 성미술품만 고집스럽게 조각해온 ‘뼛속까지 신앙인’이다. 최근엔 강원도 영월에 영월종교미술박물관을 세웠다. 그는 현재 박물관 설립자이자 대표 조각가다. 관장은 아내 박민영(바울라)씨가 맡고 있다. 영월종교미술박물관에는 크고 작은 성미술 조각과 성화 등 700여 점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전부 그의 작품이다.


▲ 최 바오로작 '성모자상'


“50년 넘게 조각을 하다 보니 팔리지 않은 작품들을 둘 데가 없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만든 게 박물관입니다.”
 

최씨는 안성 미리내성지 김대건 신부 묘소 아래 공터에 피에타상을 완성했다. ‘비앙코 카라라’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대리석으로 만든 작품이다. 대개 피에타 하면 성모님이 돌아가신 예수님을 안고 있는 형상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어머니인 고 우르술라가 아들을 안고 있는 모습이다. 어머니의 표정도 슬프지 않다. 아들을 잃은 슬픔보다는 부활의 희망으로 가득하다. 지극히 신앙적이고 또 한국적이다.
 

그는 피에타상 이외에도 미리내성지에 103위 순교 성인과 124위 복자가 함께 있는 ‘227위 성인 복자 부조’도 제작했다. 이 작품은 길이만 25m에 이른다. 최근에는 서울 목4동성당에 두께 20㎝, 폭 4.5m에 이르는 십자가의 길 14처도 설치했다. 수령 700년생 나무를 깎아 2년여에 걸쳐 조각한 작품이다. 최씨의 작품은 우리나라 전국 교구를 비롯해 일본 아키타 성모성지 등 전 세계 70여 개의 성지 및 성당에 설치돼 있다.
 

“저는 성화 작가인 게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성화로 평화와 진리의 한 부분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가끔 성화 작가임을 부끄럽게 여기는 후배들이 있는데, 그건 그 사람 책임이라고 봅니다. 나를 만드신 분의 말씀을 전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 될 순 없지요.”
 

최씨는 6ㆍ25 전쟁 당시 태어난 혼혈 고아 출신으로 6세 때 이탈리아로 입양됐다. 양부모는 독실한 가톨릭 신앙인이었고 미술가 집안이었다. 이러한 집안 분위기에서 자란 그는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이탈리아의 성당에 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낸 덕에 자연스레 신앙과 조각에 빠져들었다. 그는 로마 라테라노 대성전의 12사도상을 보고 숨이 멎는 듯했다. 저렇게 교회를 대표하는 성미술품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게 돼 프랑스 미술 아카데미(에콜 데 보자르)에서 조각을 공부했다. 에콜 데 보자르(Ecole des Beaux-Arts)는 조각가 로댕이 세 번이나 떨어진 학교로 유명하다.
 

최씨는 24일부터 6월 6일까지 2주간 명동 갤러리 1898에서 전시회를 연다.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그의 신앙고백이 담긴 작품 30여 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그는 “많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면서 “늘 생애 마지막 전시회가 될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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