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영성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 (25) 5세기 ⑥ - 위-디오니시우스의 신비신학
천사에도 등급이 있다?
2017. 05. 21발행 [1415호]
홈 > 사목영성 >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
    기사를 카톡으로 보내기 기사를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기사를 twitter로 보내기 기사를 facebook으로 보내기
▲ 위-디오니시우스는 천사론이라는 천상 존재의 다양한 등급을 플라톤 사상의 세 단계 틀을 통해 제시했다. 사진은 러시아 남부 한 도시에 세워진 천사상 배경으로 해가 지는 모습. 【CNS】



중세 신학자 보나벤투라(Bonaventura, 1217?~1274)는 저서 「모든 학문의 신학으로의 환원(De reductione artium ad theologiam)」에서 성경 말씀 안에 문자적인 의미 이외에 세 가지 영적인 의미가 있는데, 세 번째 영적인 의미가 “우리가 어떻게 하느님의 곁에 붙어있을 수 있는지를 가르치는 신비 상징적 의미”(제5장)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관상가는 신비적인 의미를 연구해야 하는데, 대표적으로 디오니시우스가 신비적인 의미를 가르쳤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레오파고스 법정의 디오니시오로 오인되었던 위-디오니시우스

동방 교회에서 디오니시우스와 그의 작품에 대한 언급은 6세기경에 나타났습니다. 533년 이단 사상인 그리스도 단성론을 주장하던 사람들은 사도적 권위를 빌려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디오니시우스의 작품을 제시했습니다. 처음에 정통파 학자들은 그의 작품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차차 동방 교회에서도 그를 바오로 사도가 아테네에서 만났던 “아레오파고스 의회 의원인 디오니시오”(사도 17,34)로 여겼습니다. 따라서 스키토폴리스의 주교 요한(Ioannes Scythopolotanus, 재임 536~553경)은 디오니시우스의 작품들을 주석한 주해 총서를 저술하기 시작했으며, 신비신학자였던 고백자 막시무스(Maximus Confessor, 580경~662)가 총서 저술 작업을 이어받아 마무리했습니다.

서방 교회가 디오니시우스의 신비 신학에 대한 가르침을 접하게 된 시점은 9세기경이었습니다. 요한 스코투스 에리우게나(Ioannes Scotus Eriugena, 810경~877/80)는 고백자 막시무스를 통해 디오니시우스의 작품들을 접하고 난 후, 디오니시우스의 작품들을 라틴어로 번역해 서방 교회에 소개했습니다. 따라서 서방 교회도 한동안 그를 디오니시우스 아레오파기타(Dionysius Areopagita, ?~500경)로 불렀고, 그의 작품들에 사도적 권위를 부여했습니다.

그런데 1895년 휴고 코흐(Hugo Koch)와 요제프 스틸그마이어(Josef Stilgmayr)는 디오니시우스 작품에서 신 플라톤 사상 철학자인 프로클루스(Proclus, 412경~485)의 작품과 유사한 흔적들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학계는 그를 사도행전에 나오는 디오니시우스와 구분하기 위해서 위(僞)-디오니시우스(Pseudo-Dionysius)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학자들은 위-디오니시우스를 시리아 출신으로 5세기 말엽~6세기 초엽에 활동했던 인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정화, 조명, 완성의 여정을 걷는 천상과 지상 존재들

위-디오니시우스는 대표적으로 「신명론(De Divinis Nominibus)」, 「신비신학(De Mystica Theologia)」, 「천상 위계론(De Caelesti Hierarchia)」, 「교계 위계론(De Ecclesiastica Hierarchia)」 등을 저술했습니다. 「신명론」에서 위-디오니시우스는 성경에 나오는 하느님을 일컫는 여러 가지 명칭을 제시하면서 철학적인 주석을 시도했습니다. 즉, 인간이 ‘선’, ‘존재’, ‘생명’, ‘지혜’, ‘권능’ 등으로 불리시는 하느님에 대해서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 숙고했습니다.

「천상 위계론」에서 위-디오니시우스는 훗날 교회에서 소위 ‘천사론’이라는 천상 존재의 다양한 등급을 신 플라톤 사상의 세 단계 틀을 통해 제시했습니다. 즉, 첫째 등급에 치품(熾品)천사(Seraphim), 지품(知品)천사(Cherubim), 좌품(座品)천사(Ophanim)가 있으며, 둘째 등급에 주품(主品)천사(Dominions), 역품(力品)천사(Virtus), 능품(能品)천사(Potestates)가 있고, 셋째 등급에 권품(權品)천사(Principatus), 대(大)천사(Archangelus), 천사(Angelus)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교계 위계론」에서 위-디오니시우스는 교회에서 교계 제도에 따른 지상 존재의 구분을 역시 세 가지씩 세 등급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세 단계 구분은 그리스도교 영성 생활의 세 가지 길인 정화, 조명, 완성의 단계와 일맥상통합니다. 먼저 첫째 등급은 성사(聖事)와 관련되었는데, 세례, 성체, 견진이었습니다. 둘째 등급은 성직 계급과 관련되었는데, 부제, 사제, 주교이었습니다. 셋째 등급은 평신도와 관련되었는데, 예비신자, 세례받은 자, 수도자이었습니다. 결국 각 등급에서 세 가지는 각각 정화, 조명, 완성의 관점에서 발전의 여정을 걷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상승의 여정을 걷는 부정신학적 신비신학


위-디오니스우스의 작품 중에서 분량이 적지만 의미 있는 저서는 「신비신학」입니다. 위-디오니시우스는 신비 신학을 설명하기 위해 세 가지 종류의 신학을 소개했습니다. 즉, ‘긍정신학(cataphatic theology)’, ‘상징신학(symbolic theology)’, ‘부정신학(apophatic theology)’입니다. 먼저 긍정신학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본성을 인간의 언어로 설명을 시도합니다. 이때 계시를 통해 알게 된 다양한 명칭이 하느님께 주어집니다. 상징신학은 감각 세계에서 선택한 바를 통해 무엇이 신적 형상이며, 어떻게 하느님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는지 설명합니다. 끝으로 부정신학은 상승의 여정을 통해 하느님께 도달했을 때 더 이상 인간의 언어가 필요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되는 순간 하느님과 하나 된다고 설명합니다.

위-디오니시우스의 신비신학은 이미 니사의 그레고리우스가 저서 「모세의 생애」에서 보여준 부정신학적 방법론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즉, 위-디오니시우스도 모세가 산 정상에서 하느님을 직접 뵙지 못했지만, 보이는 세계에서 벗어나 무지의 어둠으로 들어가 하느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게 되었을 때 하느님을 알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위-디오니시우스는 이후 서방 교회에서 부정신학적 방법론으로 신비체험을 설명하는 신비신학 형성에 오랫동안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위-디오니시우스는 「신비신학」에서 플로티누스의 신비철학에서 다룬 머무름, 유출, 귀환의 순환 과정 중에 상승의 여정을 통해 하느님께 돌아가는 인간의 귀환을 다루었습니다. 한편 위-디오니시우스는 「신명론」에서 머무름을 다루었고, 「천상 위계론」과 「교계 위계론」에서 유출과 귀환의 다양한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위-디오니시우스의 네 작품들을 통해야 그의 신비신학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리스도 단성론의 색채가 있다고 한때 거부되었던 위-디오니시우스의 작품들은 비록 9세기 이후에야 서방 교회에 알려졌지만, 오랫동안 서방 교회 영성신학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또한 그리스도교에서 ‘신비신학’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첫 번째 사례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중세 이후 서방 교회 영성신학을 잘 이해하려면, 위-디오니시우스의 신비신학에 대한 이해는 필수요소가 되었습니다.
<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신비신학=인간의 영혼과 신과의 신비적인 교류(交流) 현상을 연구하는 신학의 한 부문.



단성론=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 중 하나만 인정하는 것.






기사를 facebook으로 보내기 기사를 twitter로 보내기 기사를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기사를 카톡으로 보내기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이전뉴스 다음뉴스 추천 목록
 
발행일자
지난코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