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15) 서울대교구 당고개 순교성지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15) 서울대교구 당고개 순교성지

어머니 마음처럼 순례자 따스히 감싸 안은 성당

Home > 기획특집 >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2017.05.07 발행 [1413호]
어머니 마음처럼 순례자 따스히 감싸 안은 성당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 엘 그레코가 그린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이라는 작품이 있다. 스페인 톨레도에 있는  산토 토메(성 토마스) 성당 안 오르가스 백작 무덤 위에 걸린 그림이다. 그림은 ‘의로운 사람’으로 평판이 자자했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장면과 그의 영혼이 하느님 나라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이 그림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그림 한가운데 배치된 천사가 오르가스 백작의 의로운 영혼을 자궁 모양으로 그려진 어머니의 ‘태(胎)’ 안으로 밀어 넣고 있는 모습이다. 그 태의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그의 양편에 성모 마리아와 요한 세례자가 자리하고 있다. 엘 그레코는 하느님 나라를 태아의 가장 안전한 피난처인 자궁으로 묘사한 것이다. 묵시적이고 영적인 놀라운 표현이다.

▲ 아치형 입구 안으로 들어가면 하느님의 나라를 표현한 화사한 봄을 만날 수 있다. 사진은 당고개 순교성지 입구.

 

서울 용산 전자상가 뒤편 신계역사공원 안에 자리한 당고개 순교성지는 마치 어머니의 태 안에 들어와 있는 듯 평안하다. 아마도 엘 그레코가 자궁으로 묘사한 하느님 나라의 느낌이 이러했을 것이다.

▲ 당고개 순교성지 내 성당 양측 벽면 창에는 말씀과 성체, 순교를 상징하는 이미지들이 단순하게 장식돼 있다.

 

아치형 ‘천국의 문’으로 들어가면 성지 안은 온통 봄이다. 마치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하느님의 나라인 듯 화사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성지 곳곳에 장식된 성 미술품에는 부활을 상징하듯 봄의 전령사인 매화가 활짝 피어있다. 춥고 아픈 겨울을 이겨낸 천상의 매화 향이 기도의 산과 언덕에 가득하다. 이 매화들은 기해박해가 한창이던 1839년 12월 27~28일 이곳에서 처형된 박종원(아우구스티노), 홍병주(베드로), 권진이(아가타), 이경이(아가타), 손소벽(막달레나), 이인덕(마리아), 이성례(마리아), 홍영주(바오로), 최영이(바르바라), 이문우(요한) 등 10명의 순교자를 표현하고 있다.
 

▲ 당고개 순교성지 성당은 하느님의 영광을 표현한 제단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집중돼 있다.

 

성당 입구에는 당고개 순교자들의 ‘천상탄생’ 그림<사진>이 설치돼 있다. 한복을 입은 성 가족상 옆에 아기를 업고 있는 이가 바로 최양업 신부의 어머니 복녀 이성례다. 성당 안은 온통 노란 빛이다. 노랑은 ‘하느님 나라’를 상징한다. 뱃속 아기가 뛰노는 어머니 태(胎) 안처럼 그리고 모든 것을 용서하고 치유해주는 어머니 품 안처럼 포근하다. 어머니의 태와 품 안은 교감의 장소이다. 침묵의 고요와 자신을 내려놓는 비움의 평화만이 존재한다. 이 고요와 평화 속에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들을 수 있도록 창의 색유리화, 14처 십자가의 길 등 눈에 보이는 모두를 단순화했다. 제단은 흰 돌로 꾸몄다. 흰색은 ‘하느님의 영광’을 표현한다. 구유 모양의 제대 십자가와 쪼개진 성체 모양의 제대,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제단의 빛 기둥은 ‘바로 지금 여기서’ 하느님 나라가 실현되고 있음을 고백한다.
 

성당 옆 전시관에는 ‘천국’과 ‘순교’를 표현한 그림들과 당고개 순교자들의 성인ㆍ복자화, 복녀 이성례의 일생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꾸며져 있다. 전시실 한쪽에는 기도실이 마련돼 있는데 한복을 입은 ‘당고개 성모님’ 그림이 또 한 번 어머니의 정을 느끼게 한다.
 

성당 옥상에는 ‘어머니의 품’을 주제로 정원이 꾸며져 있다. 정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당고개 순교자들과 함께하는 14처 십자가의 길 벽화가 설치돼 있다. 정원에는 당고개 성모상과 순교현양탑, 야외 성인상과 제대, 당고개 순교자 모자이크화, 십자가의 길 등이 조성돼 있다.
 

당고개성지 내 모든 성 미술품은 심순화(가타리나) 화백의 작품이다. 심 화백은 “당고개성지는 어머니들의 순교성지, 생명의 성지이기에 이곳을 찾는 순례자들이 어머니의 품에서 느끼는 따뜻함을 담아 가고, 위로받고 치유되어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성 미술품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사계절 내내 하느님 나라 생명의 매화 향이 진동하는 모태(母胎) 당고개 순교성지는 일상의 순례자들에게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6-47)라는 어머니 마리아의 신앙 고백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주소 : 서울 용산구 청파로 139-26

찾아가는 길 : 서울 지하철 4ㆍ6호선 삼각지역 11번 출구 또는 1호선 남영역에서 03번 마을버스 승차, 용산 e편한세상에서 하차

미사 시간 : 주일 - 오전 11시, 오후 3시, 평일 - 월~토 오전 11시

문의 : 02-711-0933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 가톨릭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발행일자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