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영성
[사도직 현장에서] 소중한 이의 빈자리
이향배 수녀 필립보, 예수의 꽃동네 자매회 서울시립은평의마을 시설장
2017. 04. 23발행 [14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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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추위를 이겨낸 요즈음은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시기다. 또 한 해의 풍년을 고대하며 마른 땅을 갈아엎어 씨를 뿌리고 모종을 내는 농사철이기도 하다.

이즈음이 되면, 여러 해 전 작고 보잘것없는 삶을 살다가 하느님 품으로 떠난 한 수도자가 생각이 난다. 농부이신 그리스도를 만나 그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농사를 지으며 이른 봄부터 수확 때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주님의 농장에서 파도 심고, 배추도 심고, 벼도 심었다. 이렇게 온갖 고생을 했음에도 결과는 노력한 만큼 얻지 못했다. 못난이 배추가 나오기도 했고, 팔뚝만한 호박과 가지를 수확하는 바람에 아무도 먹고 싶어 하지 않아 마음 아픈 때도 있었고, 또 때로는 농작물이 너무 잘 되어 행복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그 수사님이 하느님 품으로 떠나고 나니 한 사람이 그 많은 농장을 관리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그의 빈자리가 그렇게 클 줄은 몰랐다.

크건 작건 우리는 곁에 있을 때는 그 사람의 소중함을 모른다.

엊그제, 이웃을 만났는데 은평의 마을에 대한 근황을 묻길래 요즈음 환절기라 그런지 아픈 분들이 많다고 했더니, “어쩐지 구급차가 더 많이 왔다가 가는 것 같았다”며 함께 걱정해줬다.

주님의 농장을 일구다 돌아가신 수사님처럼, 수십 년 혹은 수년 동안 형제자매나 가족이 한 번도 찾아오지도 않는 은평의 마을에서 자신의 삶의 농장을 묵묵히 일구고 자신의 못난이 열매도 기꺼이 받아 안고 고통의 열매를 차곡차곡 쌓아온 분들이 있다. 사람이면 언젠가는 하느님 품으로 가는 것이고, 이분들 또한 예외는 아니다. 세상 욕심에 찌든 삶을 사는 세상 사람들을 대신해 보속하는 삶을 살다가 하느님 품으로 가시는 분들이 한 해에 50~60여 명 정도 된다. 부활시기를 보내며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는 외로운 삶을 사는 모든 노숙인이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알렐루야를 외치는 그 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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