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본당
[당신께 봉사함이 기쁩니다] (11) 한국여성생활연구원 문해 봉사자들
“학생이 묻고 또 물어도 재미있어요”
2017. 04. 09발행 [14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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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묻고 또 물어도 재미있어요”

▲ 봉사자 이형복(왼쪽)씨가 수학 수업을 하고 있다. 오세택 기자



3월 3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522호 한국여성생활연구원(원장 정찬남).

교직 경력만 41년이나 되는 수학 교사 출신 봉사자 이형복(65)씨는 매주 금요일이면 다시 교단에 선다. 교실과 사무실을 임시 칸막이로 막아놓은 열악한 교육 현장이지만, 그가 수업하는 데는 큰 문제가 안 된다. 배움의 열기는 오히려 10대 학생들보다 더 뜨겁다.

그가 칠판으로 몸을 돌려 ‘7013’이라고 쓴다. “자, 여러분. 이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칠공일삼요.” “칠십 십삼요.” 여기저기서 답변이 나온다. 하지만 ‘칠천십삼’이라고 정확하게 답변하는 학생은 없다. 어렸을 적에 교육을 받지 못한 고령자들이어서 1000단위로 올라가면 숫자를 못 읽는다. 일상생활에 관한 간단한 문장이나 숫자를 이해하고 읽고 쓸 수 있도록 이끄는 문해(文解)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학교 급식실에서 한식 조리사로 일하며 초등 3단계(5∼6학년 통합반) 과정을 밟는 홍 베로니카(59)씨는 “공부하게 되니까 너무 좋고 너무 기다려진다”며 “마치 마술이라도 걸듯이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다’ ‘기죽지 말자’고 되뇌며 공부한다”고 귀띔한다.

국어와 산수를 가르치는 정찬영(크레센시아, 67) 교사는 “졸업 여부를 떠나서 한글을 읽을 줄 모르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데 깜짝 놀라 3년째 봉사하고 있다”며 “‘글자가 눈에 들어오니까’ 사는 데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하는 분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1978년 이름 없는 야학으로 출발, 내년으로 설립 40주년을 맞는 한국여성생활연구원은 문해교육의 요람이다. 한때는 국일야학, 국일학교라고 불린 한국여성생활연구원에서는 현재 초ㆍ중등 과정 7개 반(중등 야간반 포함)에 늦깎이 학생 210여 명이 뒤늦은 공부에 열을 올린다. 국가학력 인정 학교지만, 교사는 미술, 음악 같은 선택 과목을 다 합쳐도 20명 안팎에 불과하다.

35년째 사회와 상식, 때론 수학까지 가르쳐온 봉사자 김진기(미카엘, 69)씨는 “대학에 다닐 때 고생스럽게 공부했던 기억 때문에 퇴직한 지금까지도 못 배운 한을 안고 살아가는 분을 가르치며 함께하고 있다”며 “사이버 교육을 통해 평생 교육사 공부도 하고, 문해 교원 연수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1 과학과 초등 3단계 봉사자로 활약 중인 정찬남(모니카, 71) 원장은 “국가평생교육원 추산을 보면 문해 대상자가 240만 명에 이르고 있고, 200만 명 이주민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앞으로는 문해 교육, 검정고시 준비뿐 아니라 다문화가정 이주민과 중도 입국자, 북한이탈주민 등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 기회 제공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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