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출판
[3040 예술인] (10) 신정은 미카엘라(옻칠공예가)
영롱한 느낌의 옻칠, 성물 제작에 안성맞춤
2017. 03. 19발행 [14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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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한 느낌의 옻칠, 성물 제작에 안성맞춤




옻칠공예가 신정은(미카엘라, 41, 서울대교구 반포본당)씨가 옻칠 기법으로 성물을 제작하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 때문이었다.

10일 서울 방배동 ‘57공작소’에서 만난 신씨는 “10여 년 전 유럽에서 유학한 어느 신부님이 나무 포도주잔을 복원해 달라고 부탁해 왔다”며 “나무잔 하나 덕분에 옻칠 성물의 가능성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57공작소는 방배동 카페 골목에 있는 그의 작업실이다. 서울가톨릭미술가회 총무인 신씨는 숙명여대 공예과 강사이기도 하다.

“갈라진 나무잔 틈새에 누군가 파라핀을 부어 망쳐놓은 흔적이 있더군요. 신부님은 아버지 신부님께 받은 거라며 애지중지하셨죠. 한번 망쳤던 것이니 제 마음대로 복원해 보겠다고 했지요.”

신씨는 헤어드라이어와 신문지로 파라핀을 제거하고 패인 부분을 토분(土紛)으로 채운 뒤 옻칠을 했다. 옻칠을 머금은 토분은 갈아내기 힘들 정도로 단단하게 굳었다. 다시 옻칠로 전체에 색을 입히자 완전히 새로운 잔이 탄생했다. 신씨는 “옻(생칠)은 만지면 피부가 매우 가렵고 화상 입은 것처럼 부풀어오르는 독성 물질이지만, 잘 말리면 반짝반짝 광이 날 정도로 매끄럽고 금속처럼 단단해진다”고 설명했다.

옻칠로 성작과 성반을 제작하려면 최소한 3개월이 걸린다. 원하는 색깔을 얻으려면 적게는 18번에서 많게는 서른 번 넘게 덧칠해야 한다. 최대 2년이 걸릴 정도로 노력과 시간이 많이 든다. 많은 공예가가 옻칠 작업을 꺼리는 이유다. 하지만 겹겹이 칠해 말린 옻칠은 고요한 기도와 묵상이 그대로 내려앉은 듯 영롱한 느낌이 들어 성물에 안성맞춤이다.

우리나라 전통 공예 기법 가운데 하나인 옻칠은 비운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많은 옻칠 장인이 강제로 일본으로 끌려가는 바람에 국내에서 옻칠 공예품을 접하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옻칠은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졌다.

“옻칠로 성작과 성반, 십자고상과 같은 성물을 제작하는 것은 전통의 맥을 잇고 옻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옻칠 성작은 미사주(포도주)와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오래 써도 안전합니다.”

▲ ‘연중 사순 부활’, 130×105㎜.

▲ 신정은 작 ‘Spiritus Ⅴ’. 성작 120×170㎜, 성합 122× 230㎜, 성반 160×20㎜.

▲ ‘부활’, 480×480×1075㎜.



옻칠공예가 모임인 ‘그룹 옻’ 회장을 지낸 신씨는 2001년부터 성물뿐 아니라 다양한 작품활동으로 옻칠을 알려왔다. 개인전과 단체전은 물론, 한국 칠예가회 한ㆍ일 교류전(2006), 한ㆍ중ㆍ일 교류전(2010), 세계칠예전(2012)ㆍ국제현대옻칠아트전(2016) 등에도 참여했다. 2013년엔 서울모터쇼 ‘링컨’ 브랜드 부스에서 그의 작품이 전시되기도 했다.

그는 고등학생이 돼서야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친구들보다 늦은 출발이었지만 특유의 끈기와 오기로 실력을 쌓았다. 신씨는 “미술에 특별한 소질은 없었지만 한번 물고 늘어지면 끝장을 보는 성격 탓”이라며 웃음 지었다. 숙명여대 공예과에 입학한 그는 대학 시절 목공ㆍ도자ㆍ섬유ㆍ금속 등 다양한 재료 다루는 법을 배운 것을 큰 자산으로 여긴다. 당시엔 쓸모없게 여겨졌던 기술이 지금 옻칠 성물에 활용되고 있다.

“청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겠지만, 지금의 어려운 시기가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해요. 저도 한때 월급 30만 원 받는 중소기업 직원부터 미술학원 강사, 가구회사 영업사원을 하며 대학원에 다니고 작품활동을 했거든요.”

글·사진=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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