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영성
[사도직 현장에서] 문을 열어 주세요
문은희 아가타, 광주 행복학교 36.5 교장
2017. 03. 19발행 [14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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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희 아가타, 광주 행복학교 36.5 교장




초등학교 6학년에 편입학한 영재(가명)에게 얼마 전 안부 전화를 걸었다. 영재는 씩씩한 목소리로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했다. 지난해 4월 수녀님 손을 잡고 행복학교에 처음 왔을 때 잔뜩 얼어있던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영재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한국어 습득 능력이 빨랐다. 학업 공백에도 큰 어려움 없이 수업을 곧잘 따라와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영재는 한국 학교의 편입학을 거부했다. 계속 행복학교에 다니면 안 되느냐는 것이다. 이유는 하나였다. 한국 친구들이 무섭다는 것이었다.

영재가 막연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도록 먼저 한국 학교를 체험시켜 주고 싶었다. 그러나 공교육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안전상의 문제, 학급 분위기’ 등 학교 측 거절 이유는 다양했다. 그러나 재능 기부 봉사자 교사의 도움으로 일주일간 한국 학교 체험을 할 수 있게 됐다.

학교 체험 후 영재의 자신감은 부쩍 늘었다. “급식도 맛있고 선생님들도 친절하고 한국 친구들이랑 노는 것도 재밌었어요. 사회랑 도덕 수업은 어려웠는데 국어랑 체육, 음악, 미술 시간은 즐거웠어요. 이제 한국 학교에 가도 괜찮아요.” 웃으면서 재잘대는 영재가 매우 기특했다. 또 영재의 학교 체험을 허락해 준 학교 관계자들께 감사했다.

학교 편입학 고민이 해결되고 나니 이젠 방과 후 생활이 걱정됐다. 영재 어머니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아침 일찍 나가 밤 10시가 넘어 돌아온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영재는 아침 식사는 건너뛰고 저녁 식사는 혼자 밥상을 차리거나 라면으로 대충 때운다. 영재의 학습과 생활을 더 촘촘하게 돌보기 위해 지역 아동센터를 연결해 줬다. 낯선 환경에 예민한 영재를 위해 겨울방학 동안은 행복학교 근처에 다니게 했다. 학교와 지역 아동센터의 선행 경험은 낯선 환경과 대상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해줬다. 적응에는 단계가 필요하다. 굳게 문을 닫고 아이들의 부적응을 논하기 전에 학교와 지역사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방해 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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