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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신부의 성가이야기] (54) 180. 주님의 작은 그릇 <상>

[이상철 신부의 성가이야기] (54) 180. 주님의 작은 그릇 <상>

평범한 찬송가 ‘바흐 스타일’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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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5 발행 [1404호]
평범한 찬송가 ‘바흐 스타일’로 부활


▲ 80번 성가 ‘주님의 작은 그릇’은 바흐의 칸타타 147번에서 사용된 것이다.


180번 ‘주님의 작은 그릇’은 원래 ‘예수 인류 소망의 기쁨’이라는 제목의 선율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 가톨릭성가 책에 등장하는 이 성가는 바흐(J. S. Bach, 1685~1750)의 칸타타 147번에서 사용된 것이다.

칸타타(Cantata)란 성악곡의 한 종류다. 어원은 ‘노래한다’라는 뜻의 라틴어 ‘Cantare’에서 유래했다. 이는 ‘울린다’는 뜻을 지닌 라틴어 ‘Sonare’에서 기원한 ‘악기로 연주한다’는 뜻의 소나타(Sonata)와 대조를 이루는 말이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성악곡을 의미했는데, 이후 악기 반주를 동반하는 몇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바로크 시대의 중요한 성악 작품으로 발전했다. 대부분 루터파 개신교의 예배에 사용하기 위해 코랄 선율로 작곡된 교회 칸타타가 주를 이루었으나, 세속 칸타타도 몇 곡 있다. 이후 여러 작곡가가 자신의 작품에 이 이름을 사용하면서 가톨릭에서 시작해 정착된 오라토리오와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180번 성가는 17세기에 활동한 독일의 음악가 쇼프(Johann Schop, 1590~1667)가 만든 코랄 선율이다. 다만 바흐는 이 선율을 자신의 여러 칸타타에서 활용했을 뿐이다.

그는 이 선율을 조금씩 변형시키며 자신의 여러 칸타타에서 사용했는데, 각각 BWV(바흐 작품 번호) 55번의 5악장, 244번의 40악장, 147번의 6악장과 10악장, 154번의 3악장, 146의 8악장, 359번과 360번 그리고 118번에서 사용했다. 당시에는 오늘날과 달리 다른 이의 선율을 가져와 사용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게 여겨지던 시대였다.

바흐는 이외에도 매우 다양한 이들의 코랄 선율을 가져와 자신의 작품에 사용했다. 바흐가 조금씩 변형시키며 차용했던 쇼프의 선율 가운데 우리 성가집에 수록된 선율과 가장 유사한 형태로 유명해진 것은 147번에서 사용됐다. 바흐가 ‘마음과 입과 행실과 삶은(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이라는 제목으로 만든 칸타타 147번은 그가 바이마르에 머물던 1716년경에 대림 제4주일 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다. 그러나 이 악보는 오늘날 전해지고 있지 않으며, 작품 번호도 147a로 따로 붙이고 있다.

이후 바흐는 라이프치히의 루터교회 음악가로 활동하게 된다. 그러나 이 교회에서는 대림 제2~4주일까지는 조용한 가운데 속죄를 수행하는 ‘Tempus clausum(침묵의 시기)’라는 로마교회 전통을 지키는 때여서 칸타타를 연주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1723년 몇 개의 곡을 더 추가해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용으로 이 작품을 다시 꾸몄고, 147번 칸타타가 탄생했다. 바흐는 1부를 마무리하는 합창(6악장)과 2부를 마무리하는 합창(10악장)에서 이 선율을 사용하고 있다.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오라토리오(oratorio)=성경이나 기타 종교적 도덕적 내용의 가사를 바탕으로 만든 서사적인 대규모 악곡

코랄(chorale)=찬송가, 특히 독일 프로테스탄트 교회 찬송가


▲ ※휴대전화 어플로 QR코드를 촬영하면 지면에 소개된 성가를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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