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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리빙] 인간이 만들어 하느님 소리를 내는 악기, 파이프오르간

[가톨릭 리빙] 인간이 만들어 하느님 소리를 내는 악기, 파이프오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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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6 발행 [1385호]

▲ 명동성당 회중석에서 바라본 파이프오르간. 파이프 위 공간이 충분히 확보돼 있어 공명음이나 울림이 아주 좋다.

▲ 명동성당 파이프오르간 손건반의 파이프들. 길이가 5㎜ 또는 4∼5㎝ 정도의 작은 파이프들이 보인다. 긴 파이프는 8m나 되는 것도 있다.

▲ 명동성당의 파이프오르간은 3단 건반에 음색은 35가지를 표현해 낼 수 있는 스톱(음관열)을 갖추고 있다.


국화 향기 그윽한 가을밤, 파이프오르간의 아름다운 소리에 빠져보면 어떨까
성당에서 울려 나오는 거룩하고도 장중한 저음의 선율에 젖어들다 보면, 전자적 합성음과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된다. 때론 압도적으로, 때론 감미롭게 듣는 이들의 마음을 하느님께 이끌어주는 ‘살아있는’ 소리여서다. 파이프오르간과 함께하는 미사 전례는 ‘하느님을 만나게 하고’ ‘기도하는 데’ 이바지하고, 성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성당이나 전문 콘서트홀 등에서 열리는 파이프오르간 연주회에 가봄직도 하다. 파이프오르간을 통해 전례에 흠뻑 젖어도 되고, 연주에 빠져도 되지만, 알고 들으면 더 나을 듯하다. 파이프오르간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자.


프로들이 뽑은 국내 최고의 연주가’ 김대진(암브로시오, 54, 피아니스트)씨가 꼽는 국내 최고의 녹음(Recording) 공간은 어딜까?

뜻밖에 ‘성당’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성당과 수원교구 분당요한성당을 손에 꼽는다.

왜일까? 전문 연주장에서 느끼는 인위적 소리와는 격이 다른 ‘자연스러운’ 소리 때문이다. 또한, 원래 음원이 공간에 남기는 여운, 잔향음(殘響音)도 한몫한다. 객석만 3000석에 이르는 세종문화회관에선 마이크와 스피커가 필요하지만, 성당에선 마이크나 스피커 없이도 자연스러운 공명음이 전례 공간을 충만하게 채운다.

 

신심 높이고 기쁨과 평화 주는 악기

미사 중 파이프오르간 반주는 신자들의 신심을 높이고 기쁨과 평화를 느끼도록 하는 데 크게 이바지한다. 교회에선 파이프오르간을 ‘악기의 여왕’ 혹은 ‘인간이 만들어 하느님 소리를 내는 악기’라고 불렀다.

1967년 3월에 발표된 「거룩한 전례의 음악에 관한 훈령」도 “파이프오르간은 전통적 악기로서 크게 존중돼야 한다”(62항)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교회가 다른 악기를 배척하는 건 아니다. 훈령은 곧이어 “다른 악기들도 관할지역 권위의 판단과 동의에 따라, 거룩한 용도에 적합하거나 적합해질 수 있고, 성전의 품위에 알맞고, 참으로 신자들의 교회에 도움이 된다면 하느님 예배에 받아들일 수 있다”(62항)고 덧붙인다. 오르간을 교회의 전통 악기로 존중하지만, 성음악 토착화라는 지향 속에서 다른 악기를 쓸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이상철 신부는 “악기는 신자들이 전례 중 하느님을 만나고 기도하는 데 도움을 주느냐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오르간이라는 교회음악적 전통은 보존하면서 신자들의 신심을 고양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고가의 장비를 성당에 가져다 놓고 제대로 쓰지 못하는 건 교회 자산의 낭비”라며 “파이프오르간이 21세기 한국 사회에 최적의 악기인지에 대해선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1924년 처음 도입된 이후 꾸준히 늘어

교회의 전통 악기로 꼽혀온 파이프오르간은 국내에도 많이 보급돼 있다. 한국 천주교회에는 1924년 명동성당에 프랑스 카바이예-콜(Cavaille Coll)사의 파이프오르간이 처음 도입된 이후 2013년 서울대교구 가회동성당에 독일 토마스 얀사의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되기까지 36대가량 설치됐다. 이 중 6ㆍ25전쟁 때 소실된 명동성당 파이프오르간(1924년 수입)이나 함흥교구 원산성당ㆍ성 베네딕도회 덕원수도원 파이프오르간(1934년 수입)을 제외하면 거의 다 남아 있다. 그 규모나 유형도 다양하다. 음색을 뜻하는 음관열(音管列, Stop knob) 수가 4개밖에 안 되는 대전교구 안면도성당 파이프오르간(2001년 수입)도 있고, 음관열 수가 65개나 되는 분당요한성당 파이프오르간도 있다. 음관열 수가 98개나 돼 관ㆍ현악과 타악, 국악까지 연주가 가능한 세종문화회관 파이프오르간(1978년 수입)에 비할 수는 없지만, 분당요한성당의 파이프오르간은 대형 파이프오르간에 속한다. 개신교회나 일반 연주장, 개인용 파이프오르간까지 포함하면, 국내에는 120여 대나 도입돼 이제는 파이프오르간 연주자가 모자랄 정도다.

 

악기이면서 건축물인 파이프오르간

이처럼 보급이 늘어나는 파이프오르간은 성당에 가장 잘 어울린다. 미사 중 선포되는 말씀의 메시지를 음악적으로 풍부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건반 음 하나, 페달 한 번에 믿음을 실어 복음의 풍요로운 의미를 전해줄 수 있다는 점은 파이프오르간만의 매력이다.

파이프오르간은 공간에 맞춰 설계하고 100% 수작업으로 만들기에 설치 장소에 따라 규모나 스타일이 달라진다. 그래서 파이프오르간은 ‘제작’하는 게 아니라 ‘건축’한다고 한다. 악기이면서 집, 곧 건축물이다. 따라서 설계 때부터 최적의 공명을 이끌어내도록 건물 내부 구조와 재질, 높이 등을 반영하고 그 위치 또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명동성당 오르가니스트 강석희(아녜스)씨는 “파이프오르간을 설계하거나 설치할 때는 성당 규모와 신자 수에 맞게 선택해야 하고, 건축양식에 따라 음색(음관열)을 골라야 한다”면서 “명동성당 파이프오르간은 성전 규모에 비해 다소 작지만, 우리나라의 파이프오르간 가운데선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소리와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훈련된 오르가니스트들도 많아 활용도가 높은 편”이라고 귀띔한다.

 

파이프오르간의 구조

그렇다면 파이프오르간은 어떻게 만들어져 있을까?

구조는 간단하다. 손 건반과 발 건반, 음관열, 연주에 앞서 소리를 기억해 두는 기억장치를 갖추고 바람을 일으키는 송풍기(요즘은 전기모터 이용)를 통해 일정한 압력을 만들어 건반을 누를 때마다 개별 파이프로 공기를 보내 소리를 내는 방식이다. 손 건반은 보통 오르간 고유의 음색을 모아 놓은 주건반인 그레이트(Great) 매뉴얼과 음량을 조절하는 2건반인 스웰(Swell) 매뉴얼로 이뤄져 있으며, 합창을 위한 포지티브(Positive, Choir) 매뉴얼 등을 덧붙여 2∼6단 건반이 배치된다. 발로 선율을 연주하는 유일한 악기여서, 베이스 영역을 담당하는 32개의 발 건반 연주 기법을 익히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연주할 땐 건반악기지만, 발성법으로 보면 관악기다. 또한, 파이프오르간은 온도나 습도에 민감한 악기라 여름에는 음역이 올라가고 가을이 되면 음역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파이프오르간의 정체성을 이루는 파이프는 목관악기나 현악기, 순수한 파이프 소리를 내는 순관(Flue Pipe)과 트럼펫이나 오보에 같은 관악기 소리를 내는 설관(Reed Pipe)으로 이뤄져 있는데, 순관은 파이프에 공기가 들어가 울리는 원리이고, 설관은 관악기와 같이 리드의 떨림으로 음색을 만들어낸다. 파이프는 저음으로 갈수록 길이가 길고 굵고 넓으며, 고음으로 갈수록 짧고 가늘고 좁아진다. 그래서 파이프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보통 15년 안팎에 한 번씩은 분해해서 대청소를 해줘야 하고, 잘만 관리하면 200년 이상 쓸 수 있다.

오르가니스트 전옥찬(도미틸라)씨는 “겉으로 보면 수십 개지만, 속에는 수천 개의 파이프가 숨어 있고 그 파이프를 통해 울려 나오는 공명음은 전례나 기도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신자들의 신심을 고양시켜준다”면서 “파이프오르간은 그래서 반주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전례에 녹아 들어가야 하고 말씀 봉사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사진=이힘 기자 lensma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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