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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선교사들의 고향을 가다] (8) 파리외방전교회 본부

[프랑스 선교사들의 고향을 가다] (8) 파리외방전교회 본부

죽음 각오하고 나선 그들의 아름다운 발걸음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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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2 발행 [1365호]
죽음 각오하고 나선 그들의 아름다운 발걸음 새기며

▲ 파리외방전교회 본부 전경.

▲ 본부 정원에 설치된 한국 순교 성인 현양비. 2003년 서울대교구 명동본당에서 기증했다.

▲ 본부 정원에 있는 ‘순교자들의 모후’ 경당. 동료 회원들은 이곳에서 선교사를 위해 파견가를 노래했다.



파리외방전교회에서 지금까지 아시아 지역에 파견한 선교사는 4300여 명. 전교회에서 선교사를 파견하는 날이면 본부 정원은 동료를 선교지로 먼저 보내는 전교회 회원들의 노랫소리로 가득 찼다.

동방으로 나가는 선교사는 빠짐없이 이 파견식을 치렀다. 조선이란 작은 나라의 신자들을 위해 길을 나섰던 선교사들도 그랬다. 파리외방전교회는 ‘선교 지역으로의 출발은 돌아온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194항)이라고 회칙에 정해놨다. 그래서 파견 예식은 더욱 의미 있다. 죽음을 각오한 그들이 동료들과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던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본부는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파리외방전교회 본부는 프랑스 파리 7구 뤼 드 박(Rue de Bac) 128번지에 자리하고 있다. 뤼 드 박은 우리말로 나룻배의 길이란 뜻이다. 10여 분만 걸어가면 배를 탈 수 있는 센 강으로 연결된다. 프랑스 선교사들도 이 길을 통해 항구로 가는 나룻배에 몸을 실었다.

7구는 파리 정치ㆍ행정의 중심지다. 한마디로 고급 동네인 셈이다. 심지어 본부 건물은 프랑스 최초의 백화점인 르봉 마르셰(Le Bon March)와 마주하고 있다. 가장 가난해지려는 사람들과 물건을 팔고 돈을 벌려는 이들이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풍경, 본부에 도착한 첫인상이었다.



친구여, 안녕

본부의 작은 마당을 지나 정면 갈색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성당 입구 쪽 벽면에 걸린 커다란 캔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파견식 모습을 담은 그림이 있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창설자 피에르 쿠베르탱의 아버지인 샤를르 쿠베르탱이 1868년에 그린 ‘출발’이었다. 파견식의 주인공은 성 브르트니에르ㆍ도리ㆍ볼리외ㆍ위앵. 사람들과 작별 인사하는 선교사들 눈빛에는 행복함이 감도는 듯했다. 이들은 모두 1864년 조선으로 ‘출발’했고, 조선에 도착한 후 2년 만인 1866년에 순교한 103위 성인들이다.

순례단은 지하 소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제대 오른쪽으로 난 창문 덕에 굳이 조명을 밝게 켜지 않아도 은은한 빛이 충분히 성당 안에 퍼졌다. 파견식을 거행했던 성당은 아니지만, ‘출발’ 그림에서 본 선교사들의 행복한 눈빛이 되살아나는 듯 감동을 안겨준 미사였다.

이 미사로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순례단은 전체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순교자현양위원회 부위원장 원종현 신부는 강론에서 “프랑스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한국 교회가 이제는 프랑스에 선교사를 파견할 정도로 성장했다”면서 “병인순교 150주년이 양국 교회를 새롭게 이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번 순례의 의미를 전했다.

지하 소성당과 연결되는 전시실에는 동방 선교지와 관련된 자료와 순교자들의 유품 등이 전시돼 있었다. 그중에는 성 김대건 신부의 서한과 조선에서 순교한 선교사들의 유품들도 있었다.



천국에서 만나길

“떠나라! 복음의 군대여, 그대들의 소망을 이룰 날이 왔다. 선교사들이여, 그대들의 발자취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친구들이여, 이생에서는 안녕을. 언젠가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이오”(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 파견가 중).

본부 정원에 이 노래가 울려 퍼졌던 곳이 있다. ‘순교자들의 모후’ 경당이다. 팔각정 모양의 작은 야외 경당은 붉은 나무 기둥 위에 뾰족한 지붕을 올린 모습이었다. 파견식을 마친 선교사를 위해 동료 회원들은 이곳에서 천국에서 만나길 기약하며 파견가를 노래했다. 또 선교지에서 순교 소식이 들려오면 회원들이 감사가 ‘떼 데움’(Te Deum)을 불렀던 곳이기도 하다. 경당 가운데에는 성모자상이 있고 양옆으로 한국ㆍ베트남ㆍ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복음을 전하다 순교한 성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중엔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시성한 앵베르ㆍ모방ㆍ샤스탕 등 순교 선교사 10명의 이름과 성 김대건 신부의 이름도 보였다.

정원엔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크고 눈에 띄는 것은 거북 모양 받침돌이 떠받치고 있는 ‘한국 순교 성인 현양비’였다. 2003년 서울대교구 명동본당에서 성인 선교사들의 복음 선포 열정을 기리기 위해 제작, 기증한 것이었다. 경당 바로 옆에 자리한 현양비 앞에서 순례단원들은 한참을 머물렀다.

정원을 가로질러 파리외방전교회 본부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과거의 파견식을 기억하는 단순한 순례가 아닌, 한국으로 돌아가는 우리들의 파견식이었다.

글ㆍ사진=백슬기 기자 jdarc@pbc.co.kr





파리외방전교회는?

파리외방전교회(Missions trangres de Paris, MEP)는 1658년 7월 29일 아시아 선교를 목적으로 설립된 교황청 포교성성(현 인류복음화성) 직할 선교 단체다. 본토인 성직자 양성과 자치 교회 설립을 목적으로 한 파리외방전교회는 한국을 비롯해 태국ㆍ베트남ㆍ중국ㆍ캄보디아ㆍ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 4300여 명의 선교사를 파견했다. 한국에는 1831년 초대 조선대목구장으로 임명된 브뤼기에르 주교를 시작으로 170여 명의 선교사를 보냈다. 그중 12명이 순교했고, 또 그 가운데 10명이 1984년 5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시성됐다.

현재는 지원자 부족으로 외방 선교라는 주 임무보다 세계 각국에서 프랑스로 유학 온 사제들을 양성하는 역할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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