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영성
[사도직 현장에서] 꽃이 있는 병원 풍경
김선규 수사(성안드레아병원장·한국순교복자수도회)
2016. 04. 10발행 [13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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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규 수사(성안드레아병원장·한국순교복자수도회)




우리 정신과 병원에는 엄청난 이야기를 갖고 계신 분들이 많다. 어떤 분은 첩보영화처럼 누군가에게 감시를 당하고 있고, 어떤 분은 병실에서 한국전쟁에 참전 중이다. 어떤 분은 기구한 인생을 술에 의지하다 병이 깊어졌고, 또 학비를 벌어보려고 게임을 시작했다가 학교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된 분도 계시다.

환우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밝고 행복한 이야기보다는 어둡고, 우울한 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낯선 그 무엇 때문에 두렵고, 어색하고, 버려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경험은 친한 친구 집에 가거나 피정의 집에 가더라도 첫 낯섦을 경험하게 되는데, 더욱이 낯선 병원의 입원 과정은 힘들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좀더 밝은 이야기를 환우와 보호자들에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어느 날 천사가 나타났다. 어떤 자매님 집에 초대를 받아 갔는데 거실 화단이 눈에 들어왔다. 그 자매님께 환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화단이라며 방법을 물었더니 흔쾌히 봉사해 주시겠다고 했다.

정신과 병원의 특성을 말씀드리고, 특히 처음 병원을 방문하고 입원하는 환우들과 입원 후 안정과 회복을 집중 치료하는 안정병동의 환우들을 위한 배려를 부탁했다. 환우들이 외래 진료실에서 입원하는 병실에 들어가기까지 여정에서 낯섦과 두려움을 경험하지 않도록 엘리베이터 앞에 화단을 만들었다. 산책을 대신해 실내에 화단도 만들었다. 외부에도 화단을 만들었다.

자매님이 주관하는 ‘미소화초봉사단’의 도움으로 화단이 만들어졌다. 봉사자 자매님은 화단의 꽃이 망가져도 괜찮으니 환우들이 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감사했다. 병동에 화단을 만들 경우 걱정했던 부분이 완전히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직원들은 ‘새롭게 신경 써야 할 일이 생겼구나’ 하며 번거로워할 수도 있고, 환우들을 위한 꽃이 환우들을 통제하게 되는 모순된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꽃들은 계절마다 피고 지면서 입원한 환우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환우들에게는 사랑하는 대상이 또 하나 생겼고, 가족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꽃 이야기를 나누는 환우도 있다. 오늘도 환우들을 위한 밝은 이야깃거리를 고민한다. 경험의 교류는 삶에서 이웃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가장 빠른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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