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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의 와인 오디세이]종교적 열정으로 와인 빚은 중세 수도원

[손진호의 와인 오디세이]종교적 열정으로 와인 빚은 중세 수도원

<10> 수도원 영성에서 탄생한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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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7 발행 [1357호]
<10> 수도원 영성에서 탄생한 와인

▲ 슐로쓰 요한니스베르그 포도원 전경과 와인.







유럽 대륙의 평화를 유지해 주던 로마 제국의 몰락 후, 게르만족 침입으로 고대 사회의 해체와 중세의 무질서 속에서 일반인들의 포도 재배는 거의 없어졌다. 단지, 종교 의식상 포도주가 필요했던 교회에서만 포도 나무를 재배해 그 명맥을 이어갔다.

자연히 다른 포도밭들은 사라지고 수도원과 교회 주변에 포도밭을 조성하게 되었다. 대규모 포도밭의 형성은 엄청난 자본과 숙련된 인력, 그리고 정성이 필요한 대사업이었다. 고대에서는 로마의 포로들이 이 일을 담당했으며, 중세에 오면 교회와 ‘자유인’이 담당하였다. 교회는 국가로부터 땅을 하사받았고, ‘자유인’은 계약으로 귀족 주군에게 땅을 받아 소작했다. 교회는 농군의 노력을 격려하며, 천상에서 축복을 약속했다.

10세기를 넘어가면서, 가톨릭 교회에서는 수도원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유명한 성인들의 정신을 본받고자 많은 수도 단체들이 설립됐는데, 수도회마다 영성과 활동이 달랐다. 이 중에서 9세기 생 비방(Saint- Vivant)수도원, 11세기 시토(Citeaux) 수도원, 베네딕토(Benedict) 수도원 등은 특히 포도 재배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수도사들은 포도주를 단순 생산하는 데만 그친 것이 아니고 ‘더 좋은’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와인 품질과 밭 토양의 관계를 깊이 연구했으며, 심지어는 흙을 씹어 먹어 보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수년 동안 자연을 잘 관찰해 서리가 내리지 않는 곳에 포도밭을 일구었으며, 여러 포도 품종을 시범 재배해 가장 좋은 결과를 내는 품종을 선택해 재배했다. 그리고 가장 좋은 포도를 생산하는 밭 주변에 담장을 쌓아 다른 포도밭과 구별하기도 했다. 그 탁월한 선택과 경이적 노력이 오늘날 유럽 와인의 명성을 이루었다. 평지보다는 경사지 포도밭의 와인이 더욱 품질이 좋다는 것을 발견해, 수도원 뒤편 언덕에 멋진 포도밭을 조성했다.

미사에서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하였다. 이 포도주의 중요성을 잘 인식한 수도자들은 하느님을 향한 종교적 열정으로 와인을 만들었기에 이 시기 유럽의 와인 생산 기술은 수도원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독일 라인가우 지방의 명품 와인을 생산하는 슐로쓰 요한니스베르그 포도원도 중세 수도원의 전통에서 출발하였다. 이 지역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생산자이기도 하며, 900여 년의 오랜 와인 생산 역사를 자랑한다. 1100년경 마인츠(Mainz) 지방의 베네딕토 수도회는 라인가우 지방 최초의 수도원을 이곳에 세웠고, 1130년 요한 세례자 성인에게 봉헌된 후 이 언덕과 수도원, 마을은 ‘요한니스베르그(Johannisberg)’로 불리게 되었다.

이 양조장의 리슬링 와인은 엷은 노란색에 연둣빛을 띠며 황금빛 광택이 눈부시다. 복숭아와 레몬에 아카시아와 백합의 꽃향기, 무순을 연상시키는 미네랄 향과 광물성 풍미가 맑고 깨끗하다. 산도와 당도의 밸런스가 매우 좋고, 점성이 높고 농축돼 구조와 긴장감이 좋으면서도, 경쾌한 산도로 인해 무거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부드러운 벌꿀의 달콤함이 여운으로 남는다. 약과나 한과와도 잘 어울리고, 사과나 파인애플 등 과일과 먹어도 좋다. 특히 알코올 도수가 8도 정도로 낮고, 맛이 달콤하고 부드럽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마시기에 좋다. 수도자들의 피와 땀이 밴 고된 노동을 통해 생산된 와인이기에 천상의 맛이다.

<스테파노, 손진호와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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