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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의 와인 오디세이] 산티아고 순례길의 와인, ...호스피치엔

[손진호의 와인 오디세이] 산티아고 순례길의 와인, ...호스피치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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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8 발행 [13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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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의 마음으로 떠나는 길에는 흘린 땀과 눈물만큼 새 기운이 솟는다. 순례길 중에 최고는 ‘산티아고로 가는 길’(Camino de Santiago)이다. 산티아고는 도시 이름인데 정식 명칭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이다.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방에 있다.

예수의 12사도 중 한 사람인 성 야고보(스페인어로 산티아고)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야고보 사도는 이곳에 가톨릭을 전파했다. 전승에 의하면 9세기 초, 이 도시 근방 초원에 밝은 별이 비췄고 그 빛은 성 야고보의 유체(遺體)가 있는 장소를 가리켰다고 한다. 이에 국왕 알폰소 2세는 이곳에 성당을 건설하도록 명했고, 대성당은 1211년 봉헌됐다. 성 야고보는 스페인의 수호성인으로 여겨졌으며, 많은 순례객이 대성당을 방문했다. 1189년 알렉산더 3세 교황이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성스러운 도시로 선포하면서, 유럽 3대 순례지의 하나가 됐다. 1987년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가 출간된 이후 더욱 유명세를 탔다.

순례길은 모두 9개 길이 있다. 그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프랑스 바스크 지방에서 출발하는 순례길은 무려 800㎞에 이른다. 서울-부산을 왕복하는 거리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해마다 이 길을 따라 순례를 떠난다. 피레네 산맥에서 가리비 껍질을 배낭에 달고 지팡이를 짚고 수백 년 된 참된 신앙의 순례길인 산티아고 길을 따라 길고 긴 험한 길을 몇 달씩 걷는다. 그곳에 가면 우리가 살아오면서 잃은 무엇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평생 찾아 헤매던 소중한 무엇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안고서 길을 나선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어도, 발바닥이 부르터 물집으로 범벅되고, 관절이 부풀어 오르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발걸음을 옮긴다. 처음 가는 낯선 길이지만, 가는 길에는 지팡이와 가리비 껍질 표시가 길을 안내한다. 이 지팡이와 가리비 문양은 천 년 동안 산티아고 순례자의 상징이었다.

와인 중에서도 레이블에 이 가리비가 달려 있는 지팡이를 짚고 길을 가는 순례객의 모습을 담은 와인들이 있다. 오늘 소개할 와인은 그중에서도 압권이다. 나폴레옹 시기부터 순례객을 위한 수도원 소속 병원으로 출발해 지금은 양조장으로 발전한 포도원 와인이다. 레이블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는 한 수도자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머리에 둥근 띠가 있는 것으로 보아 성 야고보를 형상화한 듯하다. 하얀색 정갈한 바탕에 순례자의 이미지만 금색으로 반짝여 매우 선명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 와인을 마시고 레이블을 보는 순간에는 누구라도 순례를 떠나고 싶으리라.

이 와인은 독일 모젤 자르 지방에서 생산된 리슬링 포도로 만들었다. 샤르츠호프베르거(Scharzhofberger)는 자르 지역 최고의 명성을 가진 포도밭 이름이다. 페어아이니크테 호스피치엔(Vereinigte Hospitien) 농장에서는 늦가을까지 수확을 늦춰 당도 높은 포도를 선별한다. 진한 농축미에 달콤하고 감미로운 향이 가득한 이 와인은 꿀물과 같이 맛있다. 말린 무화과와 아카시아 꿀, 바나나와 망고, 파인애플과 복숭아의 농익은 단 향이 인상적이다. 특급 밭에서 생성된 농축된 미네랄 느낌이 조화를 잘 이룬 달콤한 와인을 마시는 순간 힐링이 된다.

800㎞의 고된 여정을 마치고 산티아고 대성당 광장에 들어서는 순례객의 기쁨이 이렇게 달콤할까? 지금 이 순간에도 산티아고 순례길에 있을 이름 모를 순례자를 위로하며 이 와인 한 잔을 들이켠다.



<스테파노, 손진호와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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