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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죄의 시선 대신 자비의 손길을!

가정 주제 세계주교 시노드 최종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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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7호]
가정 주제 세계주교 시노드 최종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나

▲ 한 대의원 주교가 시노드 최종 보고서 투표일 하루 전인 10월 23일 보고서 초안을 정독하고 있다. CNS


시노드가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면, 그 목소리가 문서 형태로 정리ㆍ집약된 것이 최종 보고서다. 대의원들이 10월 24일 항목별로 일일이 투표를 거쳐 채택해 교황에게 제출한 최종 보고서는 94개 항으로 이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교회 밖에서도 관심이 높았던 이혼 후 재혼(사회혼)자에 대한 영성체 허용 문제와 동성애에 대한 기존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다. 대신 상처받은 가정과 복잡한 가정에 대한 ‘식별’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단순히 식별의 문제라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사도적 권고 「가정 공동체」(1981년)를 통해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그때와 비교해 최종 보고서는 “성직자는 이혼 후 재혼자가 회심과 참회를 통해 성체를 영할 수 있는 상태인지 식별해야 한다”며 좀 더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뚜렷한 해법을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본당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의원들은 가정과 교회,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위상)이 변한 점도 분명히 인식했다. 아울러 “가정은 수태부터 자연사에 이르는 인간 삶의 성스러움을 보호하는 성소”라며 “하지만 가난과 이주 등이 현대인의 가정생활에 특별한 긴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혼인과 가정생활의 ‘빛’뿐 아니라 ‘어둠’도 하느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어려움에 처한 가정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회는 이혼ㆍ미혼 출산ㆍ동거ㆍ동성애 등의 상처로 인해 불완전하게 교회 생활에 참여하는 이들이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고 세상에 봉사하도록 용기를 북돋아 줘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단죄와 비난이 아니라 따뜻한 관심과 격려가 그들을 구원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 ‘사목적 동반’이라는 말이 눈에 많이 띄는 이유다.

벨기에의 반 루이 대주교는 최종 보고서 투표 직전 “교회 가르침을 살아가는 가정을 지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가정은 없다”며 “교회는 도움이 필요해서 자비를 찾는 사람들 곁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동성애자에 대한 사목적 배려 문제는 예상외로 작게 다뤘다. “동성애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사는 가정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76항)는 말이 전부이다. 동성애자의 인권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동성 간 결합은 ‘혼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낙태와 피임, 인간 생명 조작 등에 대해서도 교회의 전통적 입장을 지지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인간 생명의 주인은 하느님이시다. 누구도 무고한 인간 생명을 파괴할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33항).

보고서 전체를 놓고 보면 이런 문제들은 사실상 지엽적 사안이다. 보고서는 혼인과 가정생활의 아름다움과 그 가치를 드러내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보고서는 교황이 시노드 초반부에 천명한 대로 “혼인은 한 남성과 여성의 영원한 결합”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보고서는 “하느님은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을 뿐 아니라 그들이 자식을 낳고 번성하도록 축복하셨다. 그래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몸이 된다”는 창세기 말씀을 시작으로 혼인과 가정생활의 신성함과 혼인의 불가해소성 등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오스트리아의 쇤보른 추기경은 “가정 문제는 흑이나 백, ‘예’ 또는 ‘아니오’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호주의 조지 펠 추기경은 “(세간에서 기대했던) 교의적 충격이나 뒤공중제비(backflips) 같은 건 없다”며 “보고서에는 행복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복음화 주역인 부부와 그 자녀들에 대한 아름다운 찬사가 더 많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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