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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부활의 시 완성한 ‘못의 시인’ 김종철

죽음으로 부활의 시 완성한 ‘못의 시인’ 김종철

암 투병 중 심정 담은 시 모은 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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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6 발행 [1290호]
암 투병 중 심정 담은 시 모은 유작

▲ 김종철 시인

▲ 절두산 부활의 집



절두산 부활의 집

문학세계사/1만 2000원



김종철(아우구스티노, 1947~2014) 시인의 유고시집「절두산 부활의 집」이 출간됐다.

오랫동안 ‘못’을 주제로 한 시를 발표하며 ‘못의 시인’, ‘못의 사제’로 불렸던 고인은 지난해 7월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고, 1년간 투병하다 올해 7월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암 투병 중에도 ‘한 줄의 시가 세상을 살린다’며 시인협회를 활발히 이끌었고, 병상에 누워서도 끝까지 시를 놓지 않았다. 고인의 마지막 시집엔 암 선고부터 임종 직전까지 투병 중의 심정을 담은 시 17편을 포함해 모두 80편이 실려 있다.

고인은 점차 생기를 잃어가는 스스로의 모습에 때론 절망하고 때론 탄식했다. “매일 아침/ 기도가 머리에서 한 움큼씩 빠졌다/ 마른 장작처럼 서서히 굳어 가는 몸/ 한 방울씩 스며든 항암 주사액에/ 생의 마지막 잎새까지 말라 버렸다”(‘나는 기도한다’ 중에서).

점점 짙어지는 죽음의 그림자를 보면서도 그는 맘껏 울지 못했다. “길면 6개월에서 1년/주치의 암 선고 들었던 날 밤/날 보아요 과부상이 아니잖아요”라며 애써 웃는 아내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 없는 노릇이었다. 고인의 몸 상태를 알게 된 회사 전무가 펑펑 눈물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서도 그는 뜨거워진 가슴만 울컥 삼켜야 했다. “늘 나이보다 더 들어 보였던 그가/ 팔소매를 훔치며/ 체면도 없이 그저 펑펑 울 때는/ 참, 젊어보였다/ 나는 그저 흐느끼는 어깨만 토닥였다/ ‘아, 나는 언제 펑펑 울어보나.’”

여기저기서 격려 전화와 문자가 오자 고인은 “종목도 없는 운동선수”가 됐다. “힘내, 파이팅!/ 나는 종목도 없는 운동선수로 기재되었다/ 이길 수 없는 경기에만 나오는 선수다.” 열심히 뛰었건만, 그는 결국 다가오는 생의 마지막을 담담히 받아들여야만 했다. “아내와 함께/ 둘레길을 산책하다 보면/ 잔디로 잘 다듬어진 못자리를 본다/ 아주 편안해 보인다/ 따라 눕고 싶어진다/ 이러면 안 되는데 싶다가/ 자주 돌아서는 눈길/ 나도 때가 됐음인가.”

고인은 투병 중 절두산 순교성지 봉안당 ‘부활의 집’을 계약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뻐했다. 그리고 병상에서 그의 마지막 시를 써내려갔다. “머리가 없는/목 잘린 순교의 산/ 오, 나도 드디어 못 하나를 얻었다/ 무두정 無頭釘/ 부활의 집 지하 3층에서/ 망자와 함께 이제사 천상의 집 지으리라.”

생전 시단에서 친분이 두터웠던 정호승(프란치스코) 시인은 “김종철 시인의 시의 못을 관통하는 시 정신은 결국 사랑”이라고 했다.

문정희(한국시인협회 회장) 시인은 “시시각각 다가드는 절망과 공포의 순간에도 잃지 않는 번뜩이는 비유와 유머, 무엇보다 인간을 향한 깊은 사랑과 생에 대한 고뇌가 읽는 이의 심장을 아프게 파고든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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