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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문화산책]<36> 묵주기도와 함께하는 가톨릭미술(8) 가시관 쓰심, 십자가 지심

[가톨릭 문화산책]<36> 묵주기도와 함께하는 가톨릭미술(8) 가시관 쓰심, 십자가 지심

조롱 당하고 고통스런 가신관까지 기꺼이 쓰신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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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3 발행 [1235호]
조롱 당하고 고통스런 가신관까지 기꺼이 쓰신 예수

"자, 이 사람이요"(요한 19,5)

작품 : '조롱 당하시는 그리스도'
          히에로니무스 보스 작(1495~1500년, 런던 내셔널갤러리)

● 고통의 신비 3단 :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가시관 쓰심을 묵상합시다
● 묵상 단어 : 가시관, 조롱, 인내



 히에로니무스 보스(1450?~1516)는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기이하고 수수께끼 같은 화가 중 하나다. 그는 인문주의적이고 민속적이며 과학적이고 연금술적인 데다 교회적인 요소까지 그림의 배경으로 삼았다. 작품 속은 이상한 상상의 짐승이나 비현실적 풍경, 인간의 악행에 대한 묘사로 가득하다. 그의 작품은 교회와 도덕적 교훈을 서로 연결시켜 메시지를 전달하는 특징이 있다. 독일 스헤르토겐보스의 예술가 가문에서 태어난 보스는 이름 역시 자신이 평생 살았던 도시에서 따왔다. 보스의 작품에서 표현된 상상력은 20세기 초현실주의 미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예수가 가시관 쓰는 내용은 마태오와 마르코 복음서에서 군인들에게 조롱당하는 내용의 중요한 부분으로 서술된다. 이 장면은 빌라도가 로마 군인들에게 예수를 채찍질하게 한 다음 십자가에 못 박도록 넘겨주는 대목과 골고타 곧 '해골 터'라는 곳으로 가기 시작하는 대목 사이에서 일어난다.

 마태오 복음서는 조롱에 관한 내용을 "그분의 옷을 벗기고 진홍색 외투를 입혔다. 그리고 가시나무로 관을 엮어 그분 머리에 씌우고 오른손에 갈대를 들리고서는,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유다인들의 임금님, 만세!'하며 조롱하였다"(마태 27,28-29)고 상세히 기술한다. 로마 군인들은 예수를 총독 관저로 데리고 가서 임금의 색깔인 진홍색 옷을 입힌다. 보스의 작품에서 예수는 아직 진홍색으로 갈아입기 전으로 흰색 옷을 입고 있다. 흰색은 주님의 파스카 시기와 성탄 시기 전례에 사용되는 것처럼 영광과 결백, 기쁨을 의미한다. 또한 요한 묵시록에는 승리하는 사람은 흰옷을 입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흰옷을 입고, 나와 함께 다닐 것이다"(묵시 3,4).

 이제 조금 후면 예수는 그림의 인물들에 의해 옷이 벗겨질 것이고, 그의 몸에는 진홍색 외투가 입혀질 것이다(마태 27,28). 진홍색은 비잔틴 시대부터 황제와 황녀만이 입었던 색으로 강한 권력과 고귀한 신분을 가진 사람을 상징하며, 예수 수난과 관련해선 희생을 뜻한다. 임금으로서의 예수는 세상을 위해 선과 악에 대한 책임을 떠맡고 자신을 희생한다. 또한 임금으로 인식되는 특별한 왕관의 특징을 드러내는 뾰족한 가시가 예수의 눈앞에 놓여 있지만 저항에 맞서는 인내가 예수에게서 보인다. 예수는 수난을 이겨내야 할 필연적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고, 그분의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요한 4,34)
 
 보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예수를 둘러싼 네 인물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형편을 시사한다. 험상궂어 보이는 4명은 군인과 종교인, 회교도, 유다인을 나타내거나 인간의 해악, 혹은 네 가지 기질을 나타낸다. 무엇으로 해석하든지 네 인물은 사악한 존재로 등장하며, 선과 악, 정당하고 부당한 것 사이에 도덕적 대립의 양상을 띤다.

 오른쪽 위에 있는 인물은 못이 두 줄로 박힌 동물용 띠를 부착하고, 수난을
상징하는 떡갈나무 장식을 머리에 매달고 있다. 목에 거는 띠는 개에게나 사용하는 것으로, 헤로데의 명에 따라 복종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 인물의 오른손과 왼손을 살펴보면, 왼손에는 굵은 갈대를 들고 있고 오른손은 예수 어깨를 꽉 잡고 있다. 그는 입술을 예수 귓불에 가까이에 대고 조롱하듯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

 왼쪽 위 녹색 망토와 터번을 두른 인물은 총독의 군병처럼 보인다. 그의 터번에는 석궁이 끼워져 있고, 손은 쇠 장갑으로 무장돼 있다. 날카로운 가시에 자신의 손이 찔리지 않도록 쇠 장갑을 낀 채 그는 예수 머리에 가시관을 씌우려 한다. 또한 군인의 터번에 꽂힌 석궁은 앞으로 십자가에 매달릴 예수 옆구리를 찌를 창을 떠올리게 한다. 군인은 힘을 상징한다. 따라서 이 인물은 예수처럼 무고한 사람을 힘으로 제압하려는 국가 권력을 뜻한다.

 그림 아래에는 또 다른 두 인물이 배치돼 있다. 예수의 옷을 꽉 잡은 오른쪽 인물은 성급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인상이다. 왼쪽 아래 붉은색 머릿수건를 쓴 인물은 비교적 다른 인물들보다 비교적 덜 사악해 보이고 다정하게 예수의 손에 살포시 대고 있지만, 매부리코에 뾰족한 턱과 수염, 굳게 앙다문 입에 치켜 올린 입꼬리는 예수를 비웃으며 조롱하는 듯한 표정이다. 또한 붉은 머릿수건에 새겨진 초승달은 이슬람교의 상징으로 진리의 시작을 의미한다. 그리고 손에 든 지팡이는 물려받은 최고의 힘, 곧 신성으로부터 상속받은 권능을 의미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지휘관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지팡이로 예수의 고통을 부추기고 있으며, 왼쪽 노인은 그리스도교에 대한 이교도의 이중적 모습을 드러낸다.

 네 인물은 냉혹하고 가학적이며, 다혈질적이고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 모습으로 묘사돼 예수의 온화하면서도 인내로운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예수를 조롱하고 고문하는 사람들을 종종 악을 시사하는 야생 짐승처럼 묘사된다. "개들이 저를 에워싸고 악당의 무리가 저를 둘러싸 제 손과 발을 묶었습니다"(시편 22,17).

 예수께서는 아무 죄 없이 조롱을 당하고 모욕을 당하시고 참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러운 가시관까지 쓰신다. 이는 "여러분의 임금이오"(요한 19,14)라는 말씀처럼 십자가상의 예수의 즉위까지 연장된다. 대관(戴冠)의 의미다. 머리에 씌워진 왕관, 곧 가시관은 기꺼이 모든 것을 내어줌으로써 양들에게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0,10).



"우리 위로 무너져내려라"(루카 23,30)

작품 : '골고타로 가는 길'
시모네 마르티니 작(1315년께, 목판에 템페라,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 고통의 신비 4단 :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 묵상 단어 : 십자가의 길, 여정, 동반자



 예수는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으로 향한다. 이 작품은 예수의 '십자가의 길'이 막 시작되는 단계를 그렸다.

 얼마 전까지도 예수를 왕처럼 맞이하던 사람들은 예수께서 가장 어려운 순간에 처하시자 모른 척하며 등을 돌린다. 하지만 군중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여인,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가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로 향하는 장면을 보고 하늘을 향해 팔을 높이 들어 올리며 오열한다. 성모 마리아는 유일하게 두려움 없이 예수의 눈을 바라보며 시선을 교환한다. 어머니 마리아와 아들 예수는 눈빛으로 진정한 사랑의 대화를 나눈다. 어머니는 아들이 죽는 것을 원하지 않고, 아들은 어머니가 자신 때문에 고통스러워하지 않길 바란다. 마리아의 곁을 지키는 요한도 보인다.

 배경은 예루살렘 도시로 성벽과 우뚝우뚝 솟은 건물들은 높고 두터워만 보인다. 예루살렘 도시는 만인을 구원하고자 세상에 온 예수를 거부한 굳게 닫힌 사람들의 마음을 상징한다. 높다란 성벽과 차갑고 무거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과 흡사한 이미지의 군사들은 긴 십자가를 어깨에 진 예수를 밀고 당기며 골고타로 호송한다. 자신의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목숨조차 내놓는 '예수의 절대적 희생'을 나타낸다.

 이탈리아의 화가 시모네 마르티니(1283년께~1344년)는 유럽 미술 양식이 비잔틴에서 르네상스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활약했던 화가다. 두치오 부오닌세냐의 공방에서 훈련을 받은 그는 시에나 화파에서 창조적이었으며 영향력이 컸던 화가 중 한 사람이다. 스승 두치오가 발전시킨 3차원적 효과를 내는 기법을 토대로 그는 좀 더 세련된 윤곽선과 장식적이고도 아름다운 색채, 우아한 표현, 평온한 분위기를 그림에 더하여 기법의 효과를 끌어올렸다. 당시 교황청이 있던 도시이자 페트라르카의 고향이기도 한 아비뇽에서 작업한 시모네 마르티니의 아름답고 우아한 색채의 장식적 화풍은 시에나와 아비뇽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윤인복 교수(아기예수의 데레사, 인천가톨릭대학원 그리스도교 미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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