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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기원하며 DMZ 걸었어요"

"한반도 평화 기원하며 DMZ 걸었어요"

주교회의 민화위, 2013 DMZ 평화의 길- 친구ㆍ부모와 함께 걸으며 체험하는 평화ㆍ역사ㆍ생태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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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4 발행 [1227호]
▲ 2013 DMZ 평화의 길 순례단이 자전거를 타고 1사단 남방한계선을 순례하고 있다. 왼쪽으로 분단의 아픈 상징인 철책선이 보인다. 오세택 기자

   7월 27일. 60년 전 정전협정이 조인된 날, 판문점을 관할하는 육군 제1사단 남방한계선을 따라 걷는다. 임진강변을 따라 듬성듬성 초소가 자리잡고 있고, 뙤약볕 아래 초병들은 군장을 한 채 경계태세로 서 있다.

 앞서 파주 참회와 속죄의 대성당에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 주례로 '2013 DMZ 평화의 길' 출정 미사를 봉헌한 평화의 순례자들은 숙연한 마음으로 걷는다. 때론 기도를, 때론 대화를 나누면서도 눈은 철책 넘어 북녘땅을 향한다.

 예비역 해군 중령 이종호(아우구스티노, 66, 마산교구 진해 중앙본당)씨는 1960년대 해군사관학교 생도 시절 전방 견학을 한 지 50여 년만에 순례자로서 다시 DMZ을 찾았다.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철책을 보는 그의 심경은 짠하다.

 "정전 60주년을 맞아 오늘 임진각에서 여러 사회단체들이 개최하는 갖가지 기념행사를 보면서 정말 가슴 아팠어요. 한 민족이 60년 넘게 갈라져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릅니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는 생각뿐이었지요. 개성공단 정상화 협상도 남북이 한 발짝씩 물러서서 양보할 건 양보하고 교류를 이어가기 바랍니다. 순례기간 내내 남북 화해를 위한 기도를 바쳤습니다."

▲ 7월 27일 파주 참회와 속죄의 대성당에서 출정 미사를 봉헌한 2013 DMZ 평화의 길 순례단이 순례에 나서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세택 기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는 7월 26일 참회와 속죄의 대성당을 출발해 6박 7일간 경기도 연천군과 강원도 철원ㆍ화천ㆍ고성군 등 DMZ와 잇닿은 군부대와 민간인통제구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평화의 의미를 성찰한 뒤 참회와 속죄의 대성당으로 돌아와 순례를 마무리하는 2013 DMZ 평화의 길 행사를 가졌다.

 프로그램은 DMZ 다큐멘터리 상영과 습지 체험, 자전거 평화 행진과 도보 순례, 태풍ㆍ통일 전망대와 땅굴 견학, DMZ 야생동물과 자연환경 주제 특강, 한반도 평화 기원 소망 나뭇잎 만들기, 분단 주제 영화 상영, 고성 DMZ박물관 견학 등으로 알차게 진행됐다.

 250㎞(155마일)에 이르는 DMZ를 모두 걸은 건 아니지만, 분단의 아픔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참가자는 모두 155명으로, 봉사자 47명까지 합쳐 200여 명의 순례자들은 '세상을 당신과 화해시키고 우리를 갈라놓는 분열의 장벽을 허무신'(에페 2,14-18 참조) 하느님만 바라보며 평화의 여정을 걸었다. 가족 단위로, 혹은 학교 동급생끼리, 본당 가족들끼리 모여 분단 68년 세월이 흐르도록 아물지 않는 겨레의 고통과 아픔을 분단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민족의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며 깨닫는 여정이 됐다. 순례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1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참가했고, 북한이탈주민 13명과 다문화가정 이주민들도 일부 참여했다.

 이민서(클라라, 11, 서울 송파초5)양은 "같은 민족인데 나뉘어져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는 게 슬펐다"며 "순례가 힘들긴 하지만 순례 내내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해, 화해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자녀 1명과 함께 순례길에 나선 김윤정(안젤라, 39, 경기도 양주 고읍동본당)씨는 "TV에서 스쳐 지나갔던 철책선을 DMZ에서 직접 보니 훨씬 가슴이 아팠다"며 "우리 아이들이 크면 꼭 통일이 되기를 기도했다"고 말했다.

 순례자로 참가한 한국 카리타스 인터내셔널 사무총장 이종건 신부도 "1988년에 제대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분단 현실을 다시금 깊이 체감했다"며 "순례 내내 통일보다는 평화를 머릿속에 그려봤다"고 소감을 전했다.

 2013 DMZ 평화의 길 추진위원장 이은형(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신부는 "DMZ 평화의 길 순례의 가장 큰 의미는 정전 상태에 놓인 한반도를 평화상태로 되돌리고자 교회가 왜 노력해야하는지를 알려주는 데 뒀다"며 "특정 세대만이 아니라 전 세대가 모두 어우러져 평화를 주제로 함께 걸으며 분단을 성찰하고 나누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순례 참가자들은 물론 미래세대도 부디 통일에 대한 부정적 생각에서 벗어나 통일의 미래를 만들어 가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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