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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본당 신자들 찜질방서 주일미사 봉헌

연평도본당 신자들 찜질방서 주일미사 봉헌

지금은 사랑하고 나눠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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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5 발행 [1095호]
지금은 사랑하고 나눠야 할 때


▲ 북한군 포격을 피해 황급히 섬을 빠져나온 연평도본당 신자들이 11월 28일 오전 임시숙소인 인천 인스파월드 찜질방에서 '눈물의 주일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포화를 뚫고 무사히 빠져나와 이렇게 미사를 봉헌하니 감격스럽습니다."
 북한의 포격을 피해 도망치듯 섬을 탈출한 연평도 주민들이 임시로 묶고 있는 인천 중구 신흥동 인스파월드 찜질방.

 피난생활 엿새째인 11월 28일 오전 찜질방 2층 영화감상실에 연평도본당 신자 100여 명이 모여들었다. 연평도본당 교적상 신자 는 460여 명으로 평소 주일미사에 160명 정도 참례한다. ▶관련기사 23면

 뒤늦게 섬을 빠져나온 연평도본당 김태헌 주임신부는 주민들과 주일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동창신부에게서 미사전례 거행에 필요한 성물을 빌려왔다. 제대 위에는 소주잔 크기 작은 대림초를 켜놓아 대림절 분위기를 냈다. 미사 전에 냉
담교우 10여명을 포함해 몇몇 신자들이 김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보았다.

 김 신부는 강론 중에 포탄이 날아들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토록 많은 포탄이 떨어졌는데 주민들이 거의 다치지 않았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이렇게 찜질방에서 미사를 봉헌하게 될 줄 몰랐는데…. 성당 마당에도 포탄이 두 발 떨어졌는데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가 살았지 안 그랬으면 여러분을 다시 못 볼 뻔했습니다. 포격으로 구사제관이 반파되고 본당 승합차가 파손됐지만 다행히 성전과 성모상은 큰 손상을 입지 않았습니다."

 김 신부가 그날의 참혹한 상황을 떠올리자 신자들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눈시울을 붉히거나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빗발치는 포탄 속에서 살아남은 것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자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슬픔의 눈물이었다. 신자들은 매주일 미사 전후에 묵주기도를 5단씩 바친 덕분에 성전과 성모상이 무사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 신부는 "지금 우리의 가슴을 짓누르는 아픔은 남북한 민족 모두가 겪을 시련과 내 자식들이 겪어야 할 고통을 대신 겪고 있는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시련이 닥치더라도 주님께 의지하면서 힘을 모아 뚫고 나가자"며 신자들을 독려했다.

 "지금은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나눠야 할 때입니다. 연평도에서 평소 하던 대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애덕을 실천하고, 이웃을 위해 희생하고 배려하는 모범을 보여주십시오."

 미사포를 쓴 채 연신 눈물을 닦는 할머니들. 기도를 바치면서 잠시나마 마음의 평정을 찾아보려 애쓰지만 오전 11시 20분경 북한군 진지에서 포성이 포착돼 연평도에 다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는 속보가 전해지자 이내 술렁인다.

 전례분과장 백제현(마르코, 61)씨는 "연평도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변종기(필립보) 사목회장님을 비롯해 남아있는 일부 신자들이 걱정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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