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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직업 기쁜신앙] 전기음향 엔지니어 한방희(베드로)씨

[이색직업 기쁜신앙] 전기음향 엔지니어 한방희(베드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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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9 발행 [1012호]


 "주일미사를 해야 하는데 마이크가 안 나와요."

 "네, 제가 지금 가겠습니다."

 토요일 오후 4시, 잠실에서 전화를 받은 한방희(베드로, 50, 의정부교구 오남본당)씨는 그 길로 강원도 춘천까지 네 시간을 달려가 군종교구 한 성당의 음향시설을 손봐줬다. 다행히 그 본당은 다음날 주일미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한씨는 성당 등 건물과 행사장에 음향시설과 영상을 설치하고 수리하는 전기음향 엔지니어다.

 18년을 밴드에서 활동한 한씨는 10여 년을 코스모스악기사에서 A/S와 음향 담당 일을 하다 지금은 낙원상가에서 작은 매장을 갖고 일하고 있다.

 아내의 신앙생활조차 막던 그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죄를 짓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와 함께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다. 견진까지 받고 냉담하던 아내는 그와 함께 교리를 받으며 남편의 신앙생활을 도왔다.

 "처음엔 행복하게 해달라고만 기도했어요. 돈 많이 벌어서 행복하게 해달라고요. 하하."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성당에 앉아 늘 하느님을 원망만 하던 그는 어느 날 '그러는 너는 나를 위해 한 것이 무엇이냐'는 소리를 들었다. 그 뒤로 그의 마음에서 원망은 사라지고 감사만 남았다.

 "돌이켜보면 일하면서 신앙이 없었다면, 하느님의 도우심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들이 많다는 것이 느껴져요."

 2005년 서울대교구 브뤼기에르 주교 현양미사 음향을 맡았을 때 일이다. 프랑스 사제들에게 미사 통역을 하기 위해 개당 300~400만 원하는 무선 이어폰 11개가 필요했다. 기술자인 그는 엄청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접 제단에 전선을 깔고 유선 이어폰을 설치, 비용을 10분의 1로 줄였다.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해결책이 떠오르고 아이디어가 생기는 것은 제가 하는 일이 아니라 성령의 도우심 덕분입니다. 신앙을 갖고 마음을 편히 가지니 일도 술술 풀리는 것 같아요."

 불경기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그는 부자가 아니다. 의뢰가 들어오면 돈 얘기부터 하는 다른 업주들과 달리, 그는 언제 어디서고 사제의 전화 한 통이면 달려가, 도움을 주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새로 생긴 본당에서 주임 신부가 "A/S기간이 언제까지냐?"고 묻자 "제가 살아있는 한, 개종하지 않는 한 해드리겠다"고 대답했다. 자신은 '업자'이기 이전에 '신자'이기 때문이란다. 그는 "성전의 음향시설은 하느님 말씀을 듣는 신자들을 위한 것"이라며 "가끔 큰 공사 실적만을 따지시는 분들 때문에 속상할 때도 있지만 한번 일을 맡기신 분들이 실력을 인정해주실 때는 가장 보람있다"며 웃었다.

 "노후에 평일미사 반주자가 없는 어려운 성당에서 성가반주도 하고 음향과 전기시설도 관리하는 관리장으로 일하는 게 꿈이에요. 누가 써 주실려나요?"
 기회가 되면 사제들에게 음향에 대해 잘못된 상식을 가르쳐줘 "눈 맑은 사제들이 업자들에게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돕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박한 꿈이다. 문의 : 011-250-2973, 한방희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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