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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성지순례-(하)예루살렘

"이제 당신의 십자가를 제가 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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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8 발행 [928호]
"이제 당신의 십자가를 제가 지겠습니다"


홀로 깨어 겟세마니 동산에서 마지막 기도
예수 수난의 길은 번잡한 시장통으로 변해
주님 죽음, 부활의 땅에서 하느님 사랑 체험

▲ 예루살렘 동쪽 올리브 산에는 아름답고 엄숙한 겟세마니성당이 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히기전, 마지막 밤을 기도하며 보낸 곳으로 예수님수난성당이라고 불린다.

▨ 겟세마니
깨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나와 함께 깨어 있어라"(마태 26,38)라고 했건만 슬픔에 지쳐 잠들어 있었다. 다만 겟세마니 동산의 올리브 나무들만 고통에 떨며 기도하는 예수님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제자 유다의 배반으로 붙잡혀 가기 전, 올리브 산에서 하셨던 예수님의 마지막 기도 장면을 생각하면 늘 가슴이 뭉클해진다. 얼마나 괴로웠을까. 예수님도 너무 가슴이 아파서 눈물을 흘리셨을 것 같다.
 "아버지, 이 잔이 비켜 갈 수 없는 것이라서 제가 마셔야 한다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마태 26,42).
 아버지 뜻대로 수난의 길을 따랐다. 그토록 사랑하는 우리 인간의 죄를 씻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었다.
 예루살렘에 입성한 순례단이 제일 먼저 방문한 성지는 예루살렘 성전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성전으로 손꼽히는 '겟세마니 성당'이다. 벽을 온통 모자이크로 가득 채운 눈에 띄게 아름다운 성당이지만 예수가 생애 중에 가장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마지막 밤을 고통스럽게 보내고 제자 유다의 배반으로 붙잡혀간 대표적 수난성지다.
 성전 내부를 들어서면 가라앉은 갈색 및 자주색 유리화, 어두운 남색 바탕의 천정화, 희미한 촛불이 다른 성당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순례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제대 앞에 넓게 놓여 있는 바위, 예수가 기대어 온 정성을 다해 성부께 기도를 드렸다는 그 바위다. 인간을 너무도 사랑해 죽음도 불사한 예수의 수난 흔적과 고통의 체취가 그대로 느껴져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새 사람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며 묵상에 젖게 된다.
▲ 겟세마니동산의 올리브 나무


▨ 비아 돌로로사
 예수 고난의 마지막 장소인 '십자가의 길'(비아 돌로로사)은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성지 중 하나다. 예수께서 재판을 받은 빌라도 총독 관저에서 골고타 언덕에 이르는 십자가 수난의 길을 말한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를 향해 올라간 800m 남짓한 길.
 오늘도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은 각종 토산품을 파는 상점과 식료품점이 즐비한 좁은 골목이 됐다. 순례자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수난을 묵상하는 그 순간에도 가난한 아랍인 상인들은 '원 달러'를 외치며 호객행위에 열중이다. 하지만 주님이 걸어가신 수난의 발자취를 내가 직접 내가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숙연해짐을 느낄 수 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 마지막 날, 순례단의 하루는 비아 돌로로사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봉헌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새벽 4시30분. 예루살렘의 모든 것이 잠들어 있는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벽에 십자가의 길을 걷기 위해서였다. 낮 시간에는 온통 호객행위를 하는 아랍 상인들로 가득 차 수난을 묵상하며 걷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니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라틴어로 '슬픔의 길'이라는 뜻이다. 순례단 일행은 가이드의 도움으로 좁은 골목을 따라 나 있는 고난의 길, 수많은 사람들의 조롱과 비웃음을 받으며 올라갔을 그 길을 한 걸음씩 내디디며 예수 수난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쳤다. 그동안 성당에서 수없이 같은 기도를 바쳤지만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오른 바로 그 수난의 길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는 감동은 미처 경험해 보지 못했다. 하느님 은총이 아닐 수 없다.
 나를 위해 기꺼이 고난을 당하신 주님을 묵상하며 그 사랑에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주님이 지고 가신 그 십자가를 이제는 우리 자신이 지고 가야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 주님 무덤 성당
 제10처부터 14처까지는 골고타 언덕에 있는 '주님 무덤 성당'(The Holy Sepulcher) 안에 있다. 예수부활성당, 또는 성묘성당이라고도 불리는 이 성당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신 곳이며,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이 담긴 성지. 이 성당 안 제10처, 제11처, 제13처는 로마 가톨릭 교회, 제12처, 제14처는 그리스 정교회 관할이다. 제10처는 예수님이 옷 벗김을 당한 곳이다. 그 옆 제11처에서 손과 발에 대못이 박혔다. 쾅! 쾅!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는 제12처에서 숨을 거뒀다.
 제14처인 예수님 무덤은 기념성전인 주님무덤성당 안에 실제로 석관을 놓았던 무덤(성묘)으로 구성된 이중 구조이다. 주님의 시신이 놓였고, 또 주님이 부활한 실제 현장인 예수님 무덤을 기념성전이 싸안고 있는 형태이다. 무덤에 처음 들어가는 방은 천사들의 방이다. 이곳에서 천사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알렸다. 비탄에 젖었던 사람들이 희망을 찾은 것이다.
 아침 6시, 주님 무덤 성당 중앙 예수님 무덤 자리에 있는 경당에서 이스라엘에서의 마지막 미사를 봉헌했다. 예수님의 석관이 있는 곳, 부활의 기적이 동시에 이뤄진 현장에서 기도를 드렸다. 경당은 10명이 한꺼번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좁았다. 몇 명은 경당 바깥에 서 있어야 했다. 그러나 평생 잊지 못할 감격스러운 순간, 일행은 '주님의 고난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을 주시옵소서. 이제 당신의 십자가를 우리가 지겠습니다. 우리를 당신의 종으로 써주소서'라고 기도하며 두 손을 모았다.

▲ 주님 무덤 성당 돔 바로 아래에 있는 돌무덤. 예수님이 죽으신 후 사흘동안 머무르시다 부활하신 곳이다.


▨ 올리브 산
 순례단은 마지막으로 다시 전날 방문했던 올리브 산으로 향했다. 산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예수께서 승천하셨다고 알려진 곳에 세워진 예수승천경당. 이 경당 안에는 예수님께서 승천하실 때 남겨 놓았다고 전해지는 오른발 자국이 찍힌 바위가 경당 중앙에 보관돼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이슬람교가 소유하고 있는 탓인지 낡은 경당 하나만 썰렁하게 서 있을 뿐이다. 기념품을 파는 아랍인 한명만 경당을 지키고 있다.
▲ 성지순례단이 주님 승천 성당에서 작은형제회 안선호(베다) 신부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바닥의 사각형 안은 예수님께서 승천하실 때 남겨 놓았다고 전해지는 발자국이 찍힌 바위.

 주님승천경당에서 100m 정도 내려가면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친 곳에 세워진 '주님의 기도 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동굴과 흡사한 지하 경당에는 예수님께서 이따금 머무시어 기도하셨던 곳이고 주님의 기도를 가르치실 때 서 계셨던 자리가 표시돼 있었다. 이 경당에서 순례단은 손을 맞잡고 주님의 기도를 성가로 불렀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 주님의 기도 성당 건물 외부 벽면에는 '주님의 기도문'이 80여 개 국어로 쓰여져 있다. 사진은 1997년 개정되기 이전 한글 주님의 기도문

 이곳을 내려오다 보면 눈물방울 형태로 된 교회를 만날 수 있는데 이곳이 바로 주님 눈물 성당이다. 예루살렘 구 시가지를 한 눈에 잘 내려다 볼 수 있는 아주 전망 좋은 명당이다. 올리브산 중턱에 있는 주님눈물성당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시어 그 도성을 보고 우시며 말씀하셨다'(루카 19, 41-42)는 성경 말씀을 더욱 생생하게 연상케 해준다.
 순례단은 예루살렘 성전을 바라보며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하고 우셨던 주님, 겟세마니 동산에서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라고 간절한 기도를 드리신 주님,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라면서 결국 아버지 하느님 뜻을 따르셨던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예루살렘 성지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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