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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시기 의미와 전례

부활 준비하는 회개와 정화의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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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10 발행 [663호]
부활 준비하는 회개와 정화의 시기


▲ 사순절은 인간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예수에 대한 사랑으로 불타 올라 회개의 삶을 살아가는 정화의 시간이다. 사진은 수도자들이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있는 모습.
재의 수요일인 13일부터는 교회 전례력으로 사순시기가 시작된다. 신자들이 사순시기를 더욱 잘 이해하고 합당한 생활로 뜻깊게 지내도록 사순시기의 유래와 의미, 전례, 생활 자세 등에 대해 알아본다.

▨유래=사순시기는 부활을 준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초대교회 때 그리스도인들은 부활대축일 전 2∼3일간 금식하며 부활을 준비했고, 4세기 중엽 로마교회는 이를 연장해 부활 전 40일부터 성 토요일까지 금식과 회개의 생활을 하도록 했던 것이 사순절의 유래다.

그러나 주일은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쁜 날이었기에 회개와 보속의 시기인 사순절 40일에서는 제외됐다. 즉, 부활 전 6주간(42일) 중 주일을 뺀 36일에 부활 전 제7주의 4일간(수요일까지)을 포함해 총 40일을 만들고, 그 첫째 날인 수요일에 재를 뿌리는 예식을 통해 사순절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의 신비인 파스카의 신비를 더욱 성대하게 기념하기 위해 성 목요일 주님 만찬부터 부활대축일까지를 ‘파스카 삼일’로 지내면서 사순시기와 구별하고 있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자면, 사순시기는 재의 수요일부터 성 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 전까지다. 이 기간은 글자 그대로 40일이라기보다는 부활을 준비하는 회개와 정화의 시기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교회는 왜 부활 준비 기간을 40일로 정했을까. ‘40’이라는 숫자는 하느님을 만나기 전에 또는 하느님의 백성으로 태어나기 위해 거치는 정화의 준비의 기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성서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과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참회와 속죄로써 자신을 정화할 때 ‘40’이라는 숫자가 종종 등장한다. 예를 들어, 노아 홍수로 새 세상을 준비할 때 40일간 비가 내렸고, 이스라엘 백성은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기 전에 40년간 광야를 헤맸으며, 모세는 십계명을 받기 전 40일간 단식했다. 예수께서 공생활 전에 40일간 광야에서 단식하신 것도 대표적인 예다.

▨의미=따라서 사순시기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헌장이 규정하고 있듯이 “파스카 신비의 경축을 준비”(제109항)하는 시기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그 어느 때보다 큰 열성으로 하느님 말씀에 기울이며 기도와 희생을 바치는 시기인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전통적으로 사순시기에 신자들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수난을 자주 묵상하고 탐욕과 이기심에서 벗어나 회개와 보속,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도록 권고하면서 재의 수요일과 성 금요일에 금식과 금육을 명한다.

그러나 사순시기의 보속과 희생은 개인적인 차원에만 머물러서는 안되고 “외적이고 사회적”(전례헌장 제110항)이어야 한다. 진정한 회개와 보속의 삶은 개인적인 절제와 희생뿐 아니라 이를 통해 모아진 결실을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외적 실천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절은 고행 자체에 강조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귀한 손님을 맞기 위해 집 안팎을 깨끗이 정리하듯 죽음과 부활로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신 주님을 제대로 맞이하기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성화하는 시기가 사순절이다.

▨전례=사순시기 전례는 재의 수요일 재를 이마에 받는 예식으로 시작한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십시오’(마르 1,15),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창세 3,19)는 사제의 권고를 들으며 이마에 재를 받는데, 이는 참회와 회개의 상징이다.

사순절은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면서 우리의 죄를 참회하고 보속하는 시기이기에 미사 전례의 독서와 복음도 이런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또 그리스도의 수난에 적극 동참한다는 뜻에서 전례 중 기쁨을 상징하는 요소인 대영광송과 알렐루야를 바치는 않는다. 사제의 제의도 회개와 속죄를 상징하는 보라색(자색)으로 바뀐다. 그러나 사순 제4주일에는 부활의 기쁨을 미리 맛본다는 의미에서 장미색 제의를 입기도 한다.

교회는 또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수난의 신비를 깊이 깨달을 수 있도록 ‘십자가의 길’ 기도를 자주 바칠 것을 권고하며, 주님 수난 성지 주일로 시작하는 사순 마지막 주간을 성주간으로 정해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묵상하는 가장 거룩하고 뜻깊은 기간으로 보내도록 초대하고 있다.

▨생활자세=사순절이 시작되면 많은 신자들이 보속과 희생을 결심하면서 나름의 계획을 세우곤 한다. 그러나 담배와 술 끊기, 금시과 금육 등 소극적인 극기 생활에만 중점을 두기 쉽다. 이번 사순절에는 주님의 수난에 더욱 적극 동참하기 위해 생활 속에서 적극적인 자선과 희생을 실천해보면 어떨까.

가정에서는 가족이 한 데 모여 그동안 서로의 가슴에 상처를 주었던 것을 털어놓고 화해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듯 하다. 서로를 아프게 한 점이 있다면 화장실 청소, 설거지, 어깨 주무르기, 구두 닦기 등의 작은 선행으로 보속해 보자.

직장에서도 내 것부터 챙기기에 앞서 동료 직원을 배려하고 어려움을 겪는 직원을 위해 기도하는 등의 실천을 해보자. 또 거리에서 지나치는 이웃에게도 작은 선행을 실천하자.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거나 걸인을 도와주는 것은 어떨까.

사순절에 복지단체나 주위의 어려운 이웃(홀몸 노인, 소년소녀 가장)을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예수는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이에게 해 준 것이 나에게 해 준 것이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박주병 기자 jbedmond@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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