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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떠난 두 수녀 사랑을 화폭에 담는 조창원 전 소록도병원장

지난해 떠난 두 수녀 사랑을 화폭에 담는 조창원 전 소록도병원장

"백로보다 더 순결하고 눈부신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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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5 발행 [861호]
"백로보다 더 순결하고 눈부신 천사"


▲ 조창원옹이 소록도 두 천사 수녀의 봉사활동을 묘사한 그림을 보며 그리운 마음을 달래고 있다.
 "두 수녀님의 봉사가 세상에 알려졌다면 노벨평화상을 받고도 남았을 거예요."

 소록도에서 43년 동안 나환우들과 동고동락하다 지난해 11월 작별인사 한마디 없이 고향으로 떠난 '벽안의 천사' 마리안느(Marianne Stoeger) 수녀와 마가렛(Margreth Pissarek) 수녀(본보 제849호 보도)의 사랑을 화폭에 담은 의료인이 있다.

 1960, 70년대 두 차례 국립 소록도병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두 수녀의 헌신적 삶을 지켜본 조창원(81)옹.

 그는 반세기에 가까운 두 수녀의 소록도 인생을 유화 23점에 옮겨놓고 그리운 마음을 달래고 있다. 두 수녀를 백로(白鷺)에 비유한 게 인상적이다.

 "그분들은 백로보다 더 순결하고 눈부신 천사입니다. 두 수녀님이 소록도를 떠나는 장면을 묘사한 마지막 23번째 그림을 그리는데 눈물이 나서 혼났어요."

 그림 속 백로는 1962년 늦겨울, 오스트리아에서 눈부신 날개짓을 하며 소록도로 날아온다.

 눈물과 통한뿐인 작은 섬. 백로는 한센병 환우들의 어린 자녀들(미감아)을 제 새끼 돌보듯 먹이를 물어다 키운다.

 병이 나아 육지에 새 둥지를 틀러 나갔던 7가구가 어느날 육지 주민들에게 쫓겨 다시 섬으로 돌아온다. 백로는 눈물을 감춘 채 큰 날개를 펴서 그들을 감싼다. 또 차별과 가난에 신음하는 이들을 쉬지 않고 찾아다니며 가진 것을 내준다.

 "두 수녀님이 뿌린 '사랑의 씨앗'이 벌써 크게 자라 열매를 맺었습니다. 그 사랑의 열매를 그림에 담아 봉사모범으로 제시하려는 겁니다. 또 잊혀져서는 안 될 소록도 비탄의 역사가 그림에 녹아있어요."

 그는 "두 수녀의 봉사정신을 기리는 기념관 건립 얘기가 들린다"며 "썩 좋은 솜씨는 아니지만 기념관이 건립되면 그림을 모두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청준씨의 유명한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 나오는 실제 주인공(군의관 대령 조백헌)이다. 1961년 불신이 팽배한 소록도에 부임한 그는 주민들을 설득해 바다를 농토로 만드는 간척사업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제2의 소록도를 반대하는 세력에 밀려 결말을 보지 못했다.

 그는 또 장로교 집안 출신인데도 소록도ㆍ마산결핵병원ㆍ부산재활병원 등 부임지마다 성모상을 세웠다. 소록도성당 성모동산은 그가 손수 조성했다. 그는 "폭풍과 알력 때문에 간척사업이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성모님께 위로를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최근 일본 참의원에서 외국 한센인 피해자 보상법률안이 통과되고, 국내에서도 오마도 간척사업 보상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성모님 기적이 일어나는 증거"라며 "기회 닿는대로 천주교에 귀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스트리아제 전통 주전자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마리안느 수녀가 "자유와 인권에 목말라하는 환우들에게 물을 주는 의사가 돼라"며 선물한 것이다. 그 인연 때문에 소록도에서 나온 뒤에도 결핵병원, 태백 탄광촌 규폐센터 등에서 소외된 환자들을 주로 돌봤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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