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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성체성혈대축일

성체성사의 신비와 삶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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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02 발행 [678호]
성체성사의 신비와 삶의 자세


▲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이탈리아 밀라노의 산타 마이아 델레 그리치에 성당 벽에 그려진 것으로 지난 99년 복원됐다.
교회는 전례력에 따라 전통적으로 삼위일체대축일 다음 목요일을 ‘그리스도의 성체성혈대축일’로 지낸다. 한국에서는 신자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에서 이 축일을 주일(올해는 6월2일)로 옮겨 기념하고 있다. 이 축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 목요일 저녁 최후 만찬을 통해 제정한 성체성사를 특별히 기념하고 그 신비를 묵상하는 날이다. 성체성혈대축일을 맞아 성체성사의 신비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신비를 생활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성체성사의 의미와 그 신비
성체성사는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기 전날 밤 제자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나눠 주시며 세우신 성사로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때론 ‘주님의 만찬’으로, 어떤 때는 ‘빵의 나눔’으로, 또 때론 ‘에우카리스티아(감사의 기도)’로 표현되는데 각 명칭은 성체성사가 지닌 의미와 신비의 서로 다른 측면들을 보여준다.

우선 ‘주님의 만찬’이라는 용어에서 드러나듯 성체성사는 식사와 깊은 연관이 있다. 예수께서는 과월절 식사 중에 빵과 포도주를 축복하신 후 제자들에게 나눠주며 ‘이는 새로운 계약을 맺는 내 몸, 내 피’라고 말씀하셨다. 과월절 식사는 출애굽 사건을 통해 하느님이 보여주신 구원 경륜을 기념하기 위해 누룩 없는 빵을 먹던 이스라엘의 전통으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맺은 구원의 계약을 상징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수의 이같은 말씀과 행동은 예수 친히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 구약의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셨으며, 자신의 몸과 피를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생명의 양식으로 온전히 내어 놓으셨음을 의미한다.

한편 성체성사는 말 그대로 ‘빵을 나누는’ 것이다. 예수가 최후만찬 때 빵과 포도주를 ‘나눠’ 주시며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라’고 하신 말씀에 따라 ‘빵을 나누는’ 것이다. 이는 단지 음식을 먹는 식사의 차원을 넘어 빵을 함께 나누는 사람을 내 형제 내 가족으로 여기며 예수 안에서 서로 따뜻한 사랑과 친교를 나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성찬례는 또한 하느님의 백성이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의 기도’이기도 하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은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표시로 땅에서 나는 소출 중에서 가장 좋은 맏물을 골라 빵을 만들고 포도주를 빚은 뒤 제물로 바쳤다. 나아가 예수께서는 이 빵과 포도주를 새롭게 축복해 영원한 생명과 구원을 보증해주는 당신의 살(성체)과 피(성혈)로 만들어주셨다. 결국 우리가 성찬례에 참여하는 행위는 하느님으로부터 생명의 양식을 나눠 받는 자녀가 되었음을 감사드리는 것이다.


▨성체성사의 신비를 살자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은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과 구원을 보장해주는 살아있는 음식이다. 그래서 성서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을 양식을 얻도록 힘써라’(요한 6,27)고 권고한다.

다시 말해 성체와 성혈은 우리의 삶과 영혼을 살찌우고 배불리는 ‘밥’이다. 육적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세끼 밥을 먹으면 그만이지만 인간은 이 밥만으로는 살 수 없다. 영혼과 육체로 이뤄진 인간이기에 영혼을 위한 양식도 필요하다. 영혼을 위한 그 밥을 예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이다.

하지만 이 밥은 나 자신만을 위한 밥은 결코 아니다. 밥을 나누는 사람을 ‘식구’라고 하고, 밥을 나누는 가정을 ‘밥상 공동체’라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밥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친교와 일치를 이루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따라서 우리는 ‘내 밥’만 고집해서는 안된다. 예수께서 자신의 몸을 바쳐 살과 피를 우리를 위해 ‘내어 놓고 나누어’ 주신 것처럼 우리도 밥을 ‘나누어야’ 한다. ‘밥 나눔’이란, 내가 가진 재능과 재물의 일부분만 떼어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선심 쓰듯 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예수처럼 나의 전 존재를 남을 위해 내어놓고 이웃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불의가 판을 치는 세상과 가난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정의를 심고 희망을 나누는 실천적인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교회는 성찬례를 ‘그리스도인의 생활 전체의 원천이요 절정’(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교회헌장 11항)이라고 표현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이 신앙의 신비에 방관자인양 참여하지 않고, 예절과 기도를 통해 의식적으로 경건하게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전례헌장 48항)고 강조한다. 따라서 신자들은 주일과 대축일은 물론 평일에도 자주 미사에 참여해 성체성사의 신비를 묵상하며 정성으로 주님의 성체를 받아 모시는 일에 힘써야 한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만일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으면 너희 안에 생명을 간직하지 못할 것이다.”(요한 6,53)

박주병 기자jbedmond@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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