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이 문명화된 형벌? 집단적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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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27 18:00 수정 : 2022-09-28 09:46


[앵커] 최근 잇따른 흉악범죄에 사형제도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사형제도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비문명적인 제도란 비판도 만만치 않은데요.

사형제도의 실효성을 논의하는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장현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다음 달 10일 제20회 `세계 사형폐지의 날`을 앞두고 사형제 폐지를 의논하는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중형주의 형사 정책의 범죄 억지 효과’를 주제로 열렸으며,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등이 공동 주최했습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김선태 주교는 개회사에서 국가가 임의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할 수 없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정부와 국회에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김선태 주교 /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참혹한 범죄를 참혹한 형벌로 응징하는 일은 그 자체로 참혹한 일입니다. 반복되는 폭력의 악순환을 멈출 수 있는 이는 바로 국가이고, 정부이고, 국회일 것입니다."

세미나에 참석한 학자들은 사형이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입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실질적인 사형 집행이 없었음에도 범죄율이 충분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오히려 사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신체 훼손이 발생하는 만큼, 문명화된 사회에서 사형제도가 용납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김한균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현대 사회에서는 사형집행이 비공개 은폐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생명만 박탈하는 문명화된 방식의 형벌이라는 어떤 기이한 집단적인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 연구위원은 또 과거 사형제도가 정치적으로 악용돼 온 점을 언급하며 과거사 청산의 차원에서도 사형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한균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형제도는) 수많은 조작 간첩 사건에 이르기까지 돌이킬 수 없는 회복할 수 없는 희생으로 얼룩져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서 한국 사회에서 사형제도 폐지의 문제는 과거사 청산 차원의 문제로서의 특징을 갖게 된다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엄한 형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은 배경에 대해선 ‘사회의 범죄 대응 효능감’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범죄자의 재사회화 방안이 부족한데가 범죄 피해를 도울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하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감정적 복수만이 유일한 정의`라는 여론이 높아져, 중형주의와 사형에 대한 환상이 생겼다는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중형주의의 환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회복적정의’에 초점을 맞춘 형벌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서정기 / 회복적정의 평화배움연구소 에듀피스 대표>
“범죄 피해가 회복되고 범죄자의 사회 통합이 촉진되어 재범이 줄어들며 공동체 구성원들의 안전에 대한 연대와 협력이 일어날 때 중형주의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CPBC 장현민입니다.
cpbc 장현민 기자(memo@cpbc.co.kr) | 입력 : 2022-09-27 18:00 수정 : 2022-09-2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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