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눈] 정수용 "22년 전, 그 약속을 기억하십니까?"

[사제의 눈] 정수용 "22년 전, 그 약속을 기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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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17 14:00 수정 : 2022-06-17 14:39


한반도 정세가 불안하기만 합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중, 통상 남한을 대상으로 한 메시지에서 "대적투쟁"이란 표현을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반응은 정권교체로 새롭게 임기를 시작한 윤석열 정부의 맞대응 성격으로 분석됩니다.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SNS에서 "주적은 북한"이라는 다섯 글자를 게시했고, 북핵 억지력의 방안으로 "선제타격"을 언급하는 등 대북 강경 노선을 표명해 왔습니다.


남북의 대치가 말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북은 ICBM을 포함한 무력시위를 올해에만 총 19차례 시행했고, 우리 정부도 한미 안보 체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대규모 군사 기동 훈련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남이든 북이든, 이런 강한 어조와 무력 도발이 전쟁을 억지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데에 있습니다. 차분하고 냉정한 대응은 겁쟁이처럼 인식되고, 뭔가 강하고 센 것만이 상대를 압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가 정말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독일의 경우, 전후 분단 하에서 서독의 아데나워 정권은 자신만이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이른바 할슈타인 정책을 고수합니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대화하지 않겠다는 강경노선이었습니다.


그러나 1969년 수상에 오른 빌리 브란트는 이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동독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지원하는 이른바 동방정책을 수립합니다. 결국 이듬해인 1970년, 동서독은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성사시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20년 후인 1990년, 독일은 마침내 분단을 극복하고 지금은 세계적인 선진 국가를 이루어 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우리도 역사상 최초로 남북의 정상이 손을 맞잡았습니다. 상호 적대와 증오를 중단하자고 다짐했고, 공동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주인이 돼 힘을 합치자고 약속했습니다. 바로 2000년 6월 15일, "6.15 남북공동선언"의 의미입니다.


독일은 동서독 정상이 처음 만난 지 20년 만에 평화를 이루었고, 우리는 비슷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전쟁에 위협 속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만큼 불신의 담이 높았고, 미움의 골도 깊었기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지금 우리의 선택은 대적투쟁도 아니고, 선제타격도 아니어야 합니다. 만남과 대화를 통해 다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화해와 평화의 길로 함께 걸어가기로 했던 그 날의 약속을 다시 기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은 "22년 전, 그 약속을 기억하십니까?"입니다. 평화와 번영의 길이 우리 앞에 없는 것이 아니라, 불신과 미움에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무력이 아니라 대화를 바라는 이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도하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
cpbc 서종빈 기자(binseo@cpbc.co.kr) | 입력 : 2022-06-17 14:00 수정 : 2022-06-1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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