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한국 교회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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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28 15:50 수정 : 2022-01-29 22:11

올해는 임인년, 호랑이의 해입니다.

성경엔 호랑이가 등장하지 않지만요.

한국 천주교회사 속엔 호랑이가 많이 나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이학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이학주 기자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한국 교회사 속에 등장하는 호랑이들을 찾아봤다면서요?

▶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엔 예전에 호랑이가 아주 많이 살았잖아요. 생각해보니까 한국 천주교 신자들은 산 속에 숨어 살았는데, 그러면 산의 주인이라고 불리는 호랑이를 만날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 이런 호기심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찾아 보니까 기록에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올해가 호랑이의 해, 임인년이니까 기획으로 묶어서 한국 교회사 속 호랑이 이야기를 기사로 써보면 좋겠다 싶어서 두 번에 걸쳐서 쓰게 됐습니다.



▷ 가장 먼저 등장하는 기록이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의 기록인 걸로 보인다고요?

▶ 조선에 최초로 입국한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 성 모방 신부가 보낸 편지에 나오는데요. 1836년 4월 4일 자 편지에요. 파리외방전교회에 보낸 건데, 중국인 유방제(여항덕 파치피코) 신부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전합니다. 아이를 잡아 먹으려다 관둔 호랑이의 이야기인데요. 어떤 호랑이가 아이한테 달려들어서 잡아먹으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아직 세례를 받지 않았어도 천주교를 알고 신봉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힘을 다해서 외쳤다고 합니다. "예수 마리아,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예수 마리아, 저를 도와주소서!" 이렇게 외치니까 호랑이가 아이를 잡아 먹지 않고 아이가 움직일 때마다 같이 놀려고만 하고 더 이상 상처를 입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이는 어른들에게 구조되었고요. 그리고 세례를 받았는데 나흘 뒤에 죽었다고 합니다. 죽은 이유는 정확히 안 나오는데, 제 생각으로는 아마 호랑이한테 먹히기 직전에 약간의 상처를 입었거나 너무나 놀랐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이걸 두고 모방 신부는 "천주께서 그 아이에게 천주교 신자의 인호를 받을 기회를 주셨다" 이렇게 평했습니다. 그 다음에 성 앵베르 주교가 쓴 편지에도 호랑이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앵베르 주교는 조선 땅에 호랑이가 무지 많은데, 호랑이 때문에 매년 무려 1000명이나 목숨을 잃는다고 말했습니다.



▷ 호랑이로부터 아내를 구한 124위 복자가 있다던데 궁금합니다.

▶ 네, 아까 말씀드린 성 모방 신부와 성 앵베르 주교와 같이 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한 분인데요. 복자 김대권 베드로라는 분입니다. 달레 신부가 쓴 '한국천주교회사'에 나오는 내용인데요. 복자 김대권은 평소에 아내랑 사이가 아주 안 좋았다고 합니다. 맨날 싸웠는데요. 어느 날도 크게 싸우고, 김대권은 안방, 아내는 부엌에서 잤는데요. 딱 잠이 든 차에, 갑자기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것 같아서 깼습니다. 눈 앞에 보니까 호앙이가 아내를 물고 달아나고 있는 거에요. 쫓아가서 아내를 구했죠. 유명한 호랑이와 처 그림도 있는데요. 김대권이 부인에게 말하기를 "이번 일은 우리 불화 때문에 생긴 것이니까, 우리 잘못을 고쳐서 착한 일을 하며 죽을 때까지 신자로 잘 살자"고 말씀을 하고 하느님께 기도를 올리고 그 다음부터 열심한 신자로 살았다고 합니다.



▷ 한국인 첫 번째 사제인 김대건 신부,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도 호랑이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고요?

▶ 김대건 신부님이 신학생일 때인데요. 1844년 2월 5일부터 두 달 동안 중국에서 두만강을 통해서 조선에 들어오는 경로를 탐색했습니다. 경로를 탐색한 과정을 보고서로 썼는데요. '훈춘 기행문'이라는 보고서를 적어서 제3대 조선대목구장 페레올 주교에게 보냈습니다. 그 보고서에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어떤 산을 넘어 가는데, 산에 높은 나무가 많고 맹수가 많이 살았다고 합니다. 호랑이를 필두로 표범ㆍ곰ㆍ늑대가 살아서 사람들을 위협했는데요. 나그네가 많이 죽임을 당한 거죠. 김대건 신부 말로는 "이번 겨울에만 80명의 사람이 죽고 100마리 이상의 소와 말들이 맹수들에게 죽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김대건 신부가 무섭잖아요. 다른 여행자들과 같이 무리를 지어 가지고 움직이니까, 맹수들이 그걸 보고 감히 덤벼들지 못했다고 전합니다.

최양업 신부는 11년 넘게 전국을 돌아 다니면서 많은 교우촌을 들르셨잖아요. 교우촌이 산에 있잖아요. 산에는 호랑이가 많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호랑이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 수 있는 기록을 남겼는데요. 쓴 편지 중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11살 짜리 아이가 교우촌을 떠나 가지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려고 동굴 속에 숨어 있던 거에요. 사흘 만에 오빠 손에 붙들려서 돌아왔는데, 어머니가 이렇게 소리칩니다. "너는 어린 아이가 마귀 들린 게 아니냐? 호랑이가 안 무섭냐?" 그걸 보건대 그만큼 교우촌에 호랑이가 무섭고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을까 이런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 그러니까 예전에 호랑이 피해를 본 신자들이 정말 적지 않았던 거에요.

▶ 서울 한복판에서도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는 일이 많이 일어났는데, 산 속에 있는 교우촌은 오죽 했겠어요. 선교사들 기록에 보면, 교우촌에서 사람들이 밤에 호랑이가 무서워서 한 방에 모여 지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좀 충격적인 이야기 중에 하나는 호랑이가 방 문을 열고 아이를 물고 달아나는 것을 신자들이 쫓아가서 아이를 구해냈다는 이야기가 선교사들 기록에 전해져 내려옵니다.

한편으로는 강원도 첫 본당인 풍수원본당에서 사목하던 정규하 신부가 당시 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에게 편지를 보냈는데요. 1897년 새해 인사편지에 "강릉에 사는 아가타라는 여교우가 호랑이에게 먹혀서 머리와 가슴과 손만 남았다"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요. 또 안타까운 것은 아가타라는 자매에게 한 살 배기 아기가 있었는데 아기를 어떻게 할까 이런 고민을 전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 호랑이에게 아버지를 잃은 사제도 있다고요?

▶ 네, 1900년에 사제품을 받은 김문옥 신부는 호랑이에게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부산교구 언양본당 살티공소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지금 울산에 있습니다. 공소에 살던 김 신부의 아버지가 대구로 판공성사를 보러 가시다가 호랑이를 만나서 잡아 먹히신 거에요. 그래서 머리만 남았다고 합니다. 교우들이 수습해서 묻은 게, 공소에서 3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무덤인데요. 그 무덤을 사람들이 말하기를 '범찌꺼기묘'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지금은 최근에 조사를 해보니까, 무덤 앞으로 새 길이 났어요. 길이 나면서 무덤은 2007년쯤에 후손들이 이장했다고 합니다.



▷ 호랑이 피해가 적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 기자도 이번에 취재하면서 처음 알게 된 거죠?

▶ 그렇습니다. 사실 호랑이와 천주교가 좀 안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성경에 나오지 않는 건 물론이고. 그런데 아무래도 한국에 호랑이가 워낙 많이 살았고, 호랑이가 다채로운 모습으로 많이 등장하잖아요. 산신령의 심부름꾼이나 사악한 것을 쫒는 영웅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사람을 잡아 먹는 무서운 맹수이기도 하고요. 그런 다채로운 모습이 한국 교회사 기록에도 많이 나와서 '아 역시 한국 교회사구나' 이런 느낌이 들고 재미도 많이 있었습니다. 우리 민족과 호랑이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 이런 생각도 많이 들었고요. 한편으로는 올해가 호랑이의 해인데, 호랑이 하면 힘 용기 용맹 이런 것에 느낌이 많이 가잖아요. 지금 코로나19와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은 국민들과 시청자분들이 힘들어 하시는데, 호랑이 기운으로 한 해를 좀 잘 이겨내서 힘찬 한 해를 보내시면 어떨까 기원을 해보게 됩니다.



▷ 호랑이 피해를 입었던 신앙선조들이 많았다는 사실, 오늘 새삼 알게 됐습니다. 한국 천주교회사 속에 등장하는 호랑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cpbc 이학주 기자(goldenmouth@cpbc.co.kr) | 입력 : 2022-01-28 15:50 수정 : 2022-01-2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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