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빨래는 나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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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27 03:00 수정 : 2022-01-27 10:39

[앵커] 40여 년을 오롯이 하느님께 봉헌하며 노숙인과 같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수도자가 있습니다.

사랑의선교수사회 이재달 수사인데요.

오는 2월 2일 주님 봉헌 축일이자 축성 생활의 날을 앞두고 이재달 수사를 윤재선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한겨울,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물이지만 빨래를 하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손빨래 경력 40여 년의 달인, 이재달 수사.

'빨래는 손으로 한다'는 수도회 원칙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습니다.

자원 봉사자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재달 수사 / 사랑의선교수사회>
"그냥 (세탁기로) 할 때는 몰라요, 사실은. (손빨래를) 하면서 어떤 때는 기도가 된데요. 정말 나의 잘못된 것들이 깨끗해지게 해 달라고. 그런 기도가 된데요. 우리도 살다 보면 그런 것도 있어요."

서울 성북구에 있는 사랑의선교수사회 가족은 모두 16명.

이재달 수사를 비롯한 남자 수도자 아홉 명이 몸과 마음에 장애를 지닌 노숙인들과 함께 지냅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매일 공동체 가족의 식사를 챙기고 돌보며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은 주로 수도자들의 몫입니다.

이재달 수사가 사랑의선교수사회에 입회한 건 41년 전인 1981년.

수사회를 찾아 노숙인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재달 수사 / 사랑의선교수사회>
"완전히 전신마비 상태로 누워 있다는데 얼굴이 그렇게 평화로운 거야. 그래서 참 희한하다. 보고 있으니까 그 양반이 티모테오씨라는 분인데, 당신이 여기 입회하면 내가 죽을 때까지 당신을 위해 기도한다, 해주겠다고…"

사랑의선교수사회는 성녀 마더 데레사가 1963년 인도 콜카타에서 예수회 앤드류 신부와 함께 세운 수도회입니다.

한국에는 1977년 7월에 진출했습니다.

가장 가난한 이의 비참함 속에 숨어계시는 예수님을 알아 뵙고, 사랑하며, 섬기는 평수사 공동체입니다.

이재달 수사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 공동체 회원들과 함께 서울 시내 노숙인을 찾아 나섭니다.

나누는 건 비록 커피 한 잔뿐이지만 그 안에 담긴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은총의 선물입니다.

<이재달 수사 / 사랑의선교수사회>
"커피 한 잔에 그렇게 변하는 거예요.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듣고 이야기를 하는데 하여튼 마지막에 헤어질 때 그 분이 나를 강복해주시더라고. 앞으로도 복을 많이 받으시고 주라고…"

청빈, 그리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연대의 삶은 이재달 수사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재달 수사 / 사랑의선교수사회>
"가난한 사람은 제2의 스승이라고. 그래서 우리 모든 것, 아주 탁하고 딱딱해지는 그런 마음에 부드러운 사랑을 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을 주는 사람이라고, 구체적으로 그것도 말로만 끝나는 게 아니고…"

사랑의선교수사회는 여느 수도회와는 다르게 수도복을 입지 않습니다.

가난한 이들과 같이 되고, 그들 안에 숨어 계시는 예수님을 거리낌 없이 만나기 위해섭니다.

매일 새벽 5시부터 아침 식사 준비 전까지 이어지는 침묵과 기도, 묵상은 하느님의 현존 안에 머물며 축성된 삶의 존재를 깨닫는 시간입니다.

<이재달 수사 / 사랑의선교수사회>
"침묵 안에서 기도가 나온다고, 침묵할 수 없는 사람은 기도도 못한다는 거죠. 그러면서 일단 더 해야 된다고, 하느님 목소리를 들으라고. 자기 목소리로 막 이야기하는 게 기도가 아니고 들으라는 거죠. 침묵의 열매가 기도라고 하잖아요. 기도의 열매는 믿음이고."

그렇기에 이 수사에게 '성소'는 체험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사는 생활이면서 하느님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사랑의선교수사회 경당 십자가 옆.

예수님이 돌아가시며 하신 말씀인 '목마르다'(요한 19,28)란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재달 수사는 하느님께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기를 목말라하시고, 우리가 가난한 이들과 사랑을 나누기를 목말라하신다고 말합니다.

<이재달 수사 / 사랑의선교수사회>
"누가 더 매일 가난한 지, 어떤 사람이 가장 우리를 필요로 하는지, 그걸 찾아 나가라고, 그게 우리의 어떤 삶의 초대라는 거죠."

CPBC 윤재선입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입력 : 2022-01-27 03:00 수정 : 2022-01-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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