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산재 트라우마…교회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 산재 트라우마…교회의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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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10 05:00

[앵커] 오늘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현안인 산업재해 문제로 시작합니다.

산업재해는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고 신체적 피해도 주지만 정신적인 트라우마도 남깁니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목격자와 당사자 가족들, 이들을 지원하는 상담사들까지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데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노동사목소위원회가 보이지 않는 산재 트라우마의 심각성을 짚어보고 교회의 역할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김형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4월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사고와 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2,062명에 달합니다.

휴일을 포함해도 하루 6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겁니다.

산업재해는 목숨을 앗아가거나 신체적 부상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닙니다.

당사자들은 정신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가 머릿속 깊이 남습니다.

트라우마는 사고 당시 기억을 의지에 상관없이 떠오르게 하고, 인지 능력이나 감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밖으로 보이지 않아 제대로 치유되지 못한 트라우마가 지속되고 재생산되는 악순환을 보이기도 합니다.

어제 토론회에서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이은주 활동가는 "트라우마가 지속되는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은주 /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
"노동자들의 상처와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노동자들의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하고 장기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끊임없이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거나 가해자에 대한 지속적인 책임 회피, 사건 은폐, 반성 없는 태도가 피해 노동자들의 상처를 깊어지게 하는데요."

관련 제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것도 산재 트라우마 극복의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발표에 나선 강은희 변호사는 법제를 개선하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은희 소피아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우리 법제는 굉장히 재해의 모습을 납작하게 축소시키고 피해를 최소한으로, 그리고 빠르게 복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사업주 또는 사용자 위주의 안전보건 대책에서 벗어나 개선 대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근로자를 참여시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토론회에서는 산재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교회의 역할도 논의됐습니다.

발표자들은 고통 받는 이웃에 대한 연대가 교회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은주 /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
"주변에 있는 분과 듣고 나누고 무엇이 필요한지부터 출발하면 좋을 것 같고 생활 안에 존재하는 교회에서부터 그 역할을 해주신다면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

<구정완 마태오 /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장>
"다양한 트라우마로 인한 건강 영향이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교회에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교회 및 지역사회 연대를 통해서 이러한 취약 계층의 트라우마 관리에 대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할 것으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김선태 주교도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에 따라 교회가 연대에 참여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김선태 주교 /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교회도 이러한 연대에 참여할 사명이 있습니다. (교회는) 예수님께서 상처받은 수많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잡아주시고 그들을 치유하셨듯이 그분의 제자로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줘야 할 '예수님의 손'이기 때문입니다."

CPBC 김형준입니다.
cpbc 김형준 기자 | 입력 : 2021-11-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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