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 기회조차 없는 청년 보듬는 게 MZ세대의 진정한 `공정`"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 기회조차 없는 청년 보듬는 게 MZ세대의 진정한 `공정`"

Home > NEWS > 스포츠/문화
입력 : 2021-07-02 18:10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 이른바 `MZ세대의 공정`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주로 2030 세대로 대표되는 MZ세대의 `공정`이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 영향을 줄 만큼 화두가 되고 있는데요. MZ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특징이 있다고 봐야 하나요?

▶요즘 이런 세대를 공정세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젊은 세대 MZ세대는 공정을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른 정당한 대가`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공정의 가치에 대해서는 ‘기회의 평등’에 있다고 봅니다. 이는 ‘결과의 평등’과는 다른 생각입니다. 기회의 평등을 우선하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최근 부동산 가격 급상승과 LH사태에 대해서 분노하는 것입니다. 젠더 논쟁에서도 여성들에게 기회를 더 주는 것 같은 할당제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입니다. 여성 할당제 폐지 발언을 한 이준석이라는 캐릭터에 그들이 주목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이를 표현하거나 자신들의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런데 당장에 자신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오히려 그들 스스로를 소외시키고 더 큰 이익이 돌아오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중시하는 사회체제로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라는 개념도 부각이 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 건가요?

▶아마도 이런 개념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원래의 맥락을 잘 이해하고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Michael Young, 1915~2002년)’의 ‘메리토크라시의 부상(The Rise of Meritocracy)’에 나오는데. 라틴어 ‘meritum(가치·공헌)’에서 나온 ‘merit’와 고대 그리스어 ‘kratos’에서 나온 ‘cracy’가 합쳐진 말입니다. 메리토크라시는 능력주의라기보다는 공로주의, 업적주의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태어난 환경이나 배경(네포티즘)’혹은 부여받은 ‘재력, 금력(플루토크라시)’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만든 성과 기여에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체계를 말합니다. 그런데 메리토크라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는데요, 마이클 영은 ‘기회의 평등’과 ‘공정한 경쟁’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파국적인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나 공공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에서 당연히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반영이 되어야 합니다.


▷‘기회의 평등’은 정말 중요한데 다만,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균’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던데,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회를 주지만 단일한 획일적인 기회일 경우에는 진정한 기회가 아닐 수 있습니다.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그들을 통해 어떤 결과물이 나와서 국민들에게 혜택이 주어져야 하는 공공부문은 더욱 그렇습니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위해 시험으로 이를 판별한다면, 각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공정하게 판단한 것인지 의문일 수 있습니다. 시험 성적이 우수하다고 해서 과연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앞으로 미래에 더 역량을 강화하여 성취물을 낼 수 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가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공천에 자격시험을 도입하려는 계획은 공정해 보입니다. 의정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논리력과 이해력, 컴퓨터 활용능력 등을 검증하겠다는 것입니다. 시험을 통해서 공천을 결정하겠다는 것은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균이 될 수가 있습니다. 이런 시험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 정치의 현주소가 이렇다는 생각이 정확한 진단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당원들에게 일정한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시험으로, 당원들에게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EBS 수능 온라인 강의같이 생각하면 된다고 하는 발언이 공감될 수 있는 것일까요? 공천 자격시험으로 수도권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게 과연 유권자의 뜻일지 의문입니다.


▷작년에 속칭 `인국공`,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불공정하다"며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지 않았습니까? 평론가님께선 이런 시각과 주장, 어떻게 판단하세요?

▶2020년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직원인 보안요원의 정규직화가 있었는데요. 이때 "시험 없이 정규직화되는 것이므로 불공정한 처사"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를 문제제기한 이들은 공채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이 중심이 되었고, 특히 취준생이 포함한 2030대 젊은 세대들의 집단적인 의견 표출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공채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은 과연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위해서 무슨 기여를 했는지 물어야 합니다. 보안요원들은 오랜 동안 힘든 일들을 감내하며 공항을 이용하는 이들을 위해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한 이들입니다. 그 개인들의 오랜 노력과 성과를 평가해 정규직화 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은 것일까요. 반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아무런 연관도 없고, 기여도 하지 않은 이들이 시험을 통해 정규직화되는 것이 공정한 것일까요. 시험이 만능인 것인지 시험이 정말 훌륭한 인재를 선발하고 특히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적절한 인력을 선발할 수 있는 것인지 물어야 합니다. 결국, 시험에 강한 이들을 위한 선발제도라는 점에서 봤을 때 그들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이준석 대표의 시험을 통한 공천 선발은 특히 지역에서 어떤 활동과 기여했는지가 반영이 되고 있는 것일까요. 공정은 진행중이고 다양화되어야 합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공정을 강조하며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서열을 세우고 출세가 보장되는 시스템도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데요?

▶네. 시험 성적이 우수하기 때문에 훌륭한 인재라고 할 수 있을지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모든 시험에는 1등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시험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고 편의상 구분을 짓기 위한 것일뿐이지 근본적인 진리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시험 성적이 1등이라고 해서 그 사람이 모든 기회를 가져야 하거나 비율을 우선 할당 받아야 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엘리트가 공공기관에 들어간다고 해서 국민들이 원하는 대국민서비스를 하는지 의문입니다. 개인이 뛰어난 것과 그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좋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다른 범주의 문제입니다. 이러한 점은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귀족 정치나 엘리트 정치가 아닌 바에야 시험 성적이 우수한 이들이 대중정치를 잘한다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뛰어난 자신들을 대접하지 않는다거나 자신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특권 정치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정치란 그들이 말하는 뛰어나지 않은 대부분의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라고 존재합니다. 누가 더 국민의 마음을 더 잘 알까요.


▷실력주의, 업적주의만을 강조하다보면 온정주의, 포용주의를 자칫 공정하지 않은 걸로 규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것도 위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실력주의나 업적주의는 생산이나 결과물을 중심으로 판단을 합니다. 이는 과거 지향적이고 미래 지향적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특정과 평가가 정확하다는 환상에 따른 판단입니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가치를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고 파악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 현재 업적이나 실적이 좋지 않아도 믿고 지원하는 가운데 새로운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를 해서 순위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매우 실력이 없을 수 있으며 업적에 반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결과의 존재가 아니라 과정의 존재이며 완결의 존재가 아니라 가능성의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는 국민 개개인의 능력을 다양한 방법으로 발굴하고 그 능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각자의 환경과 처지에 맞게 제공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러한 제공이 없이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오히려 창조적인 실력을 배가할 수 있는 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위험한 행태가 됩니다.

특히 실력주의, 업적주의는 자본주의 시장구조가 매우 좋아합니다. 효율성이 높은 개인들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얼마든지 폐기 처분합니다. 더구나 이런 단어는 혈기왕성한 나이에서 좋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든 우리는 늙고 병들고 장애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장기적이고 전체를 보는 시각과 사고가 왜 필요한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온정주의가 실력주의, 업적주의와 분리될 수 없음을 생각합니다. 실력주의와 업적주의를 위해서도 일정한 온정주의가 필요합니다. 시혜는 더욱 말할 것이 없습니다.


▷공정함을 강조하는 젊은 세대의 등장은 우리 사회의 모순이 심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젊은 세대의 분노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 열차’에 나오는 마지막 꼬리칸에조차 타지 못한다는 강박 심리에 휩싸여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영끌`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는 것도 이런 시대적 우울감을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계층의 사다리가 끊어진 것에 분노합니다. 그런데 용이 나와야 하는 것일까요. 개천에서 난 용은 정말 좋은 인재였고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을까요. 결국 그들은 이익을 독점 혹은 독과점을 했습니다. 공정을 말하면서 공존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은 공정이 아니라 불공정의 시작이자 완결입니다.

정말 분노해야 하는 것은 같은 일을 하는데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이 다른 것입니다. 또 정규직을 시험으로 공정하게 뽑아달라가 아니라 비정규직을 오랜 기간 해도 정규직이 될 수 없는 구조 자체를 혁파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설국 열차’에 타지 않아도 비록 추운 눈밭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공정이란 결국 보수적인 질서 속에서 기득권을 갖지 못한 결핍에서 비롯한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설국 열차’ 꼬리칸에 타려고 발버둥칠 수 조차 없는 청년세대들도 많습니다. 시험을 볼 자격이나 역량 자체를 쌓을 기회조차 박탈당한 젊은 청년들은 더욱 많습니다. 실력과 업적을 쌓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런 준비가 되어 있을 기회조차 갖지 못한 이들은 더욱 많습니다. 그들을 위해서 힘을 내도록 보듬어 주거나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MZ세대의 긍정적인 점도 여럿 있지 않을까요? 그런 긍정적인 특징을 어떻게 살려가고 확장시켜 나갈 수 있을까요?

▶MZ세대는 실력과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성장과 성취를 중심에 둡니다. 이러한 점은 나보다는 우리, 실력 이전에 인상이나 온정을 생각하는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 충돌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이념과 사상에 얽매이기보다는 현실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과 의사결정을 합니다. 관념적이지 않고 실제적이고 기득권에 대한 불합리에 대해서 문제의식만 갖고있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모바일 수단을 통해서 여론을 형성하여 현실을 바꾸려고 합니다. 이러한 점은 현재의 정치권이 반영해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기회의 평등만이 아니라 결과의 평등도 같이 이뤄져야 합니다.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고 다양화되어야 합니다.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여 불공정하다고 하지 않도록 하고 공정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당연한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없게 해야할 것입니다. MZ세대의 요구를 실현시켜줄 수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인식한다면 단지 젊은 리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 했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입력 : 2021-07-02 18:10

■ 인터뷰 및 기사를 인용보도할 때는 출처 'cpbc 가톨릭평화방송'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가톨릭평화방송 · 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