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종문 "대화 노력 계속하며 `대승적 지혜`로 한일 갈등 풀어야"

[인터뷰] 하종문 "대화 노력 계속하며 `대승적 지혜`로 한일 갈등 풀어야"

미중 갈등 깊어지면 대북문제, 한일관계 더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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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11 19:19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하종문 /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강제징용과 종군위안부 문제, 일본은 책임 없다는 입장 고수
한국이 획기적 안(案) 갖고 와야 대화하겠다는 태도

국제적 중재 수단 동원해도 가능성 낮아
미중 갈등 깊어지면 대북문제, 한일관계 더 어려워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양국 관계 더 꼬이게 만들 것
대화 노력 계속하면서 대승적 지혜 발휘해야


[인터뷰 전문]

이 달 초 G7, 주요 7개국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한일 간 첫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는데요.
강제징용 문제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여기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문제까지 한일 간 입장 차이는 여전했습니다. 길어지는 한일 갈등, 해법은 없는 걸까요?
하종문 한신대 교수 연결해 견해 들어보겠습니다.

▷하종문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이 달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린 첫 한일 외교장관회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시간도 20분이었고, 통역을 한다면서 준비한 얘기 그냥 내놓은 거로 끝난 것 같습니다.
화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양국 국기도 없었고, 두 사람이 악수는 할 수 없으니까 주먹 인사라도 간단히 하는 그런 정도의 세리머니도 없었습니다. 실질적으로 미국이 뒤에서 양국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얘기도 들려올 만큼 이번 경우에는 내용이라기보다는 외교장관이 만났다는 사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그 사실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초 기자회견에서 한일 갈등 해결 의지를 밝혔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지난 2월 취임 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언제든 만날 의향이 있다, 이렇게 밝혔지만 일본 측이 거부해서 한일 간 대화가 이뤄지지 못한 거 아니겠어요? 일본의 대화 거부, 어떤 계산이 깔려 있었다고 봐야 할까요?

▶이미 일본 정부는 이번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얘기했듯이 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일본은 국제법적으로 한일청구권협정을 포함해서 아무런 책임이 없으니까 한국이 안(案을) 가져오라는 입장입니다. 한국 정부가 배상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는 거니까 그 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일본은 대화를 거부하겠다고 재작년부터 계속 얘기를 해왔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아베 정권에서 스가 정권으로 넘어갔습니다만, 대화 거부라고 하는 것 자체는 완벽하게 인수인계가 돼 있습니다. 스가 정권으로서도 한일관계의 획기적인 돌파구가 없는 이상은 계속 대화를 거부한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고 봐야겠죠.

아시다시피 새로 부임한 강창일 주일대사 같은 경우에도 외교장관 회담도 못했다고 하니까요. 일본의 외무장관도요. 지금 본인이 약간 다치신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일단 일본은 거부감을 굉장히 노골적으로 내밀고 있다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우리 사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배상 책임과 관련해 엇갈린 판결을 내리면서 스텝이 더 꼬였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배상 책임에 대한 사법부의 엇갈린 판단이 한일 갈등엔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까요?

▶그렇습니다. 이번 4월 21일 판결 같은 경우에는 그다음 날 아사히신문에서 사설을 썼던 게 있는데요. 제목이 ‘위안부 소송, 판결을 계기로 본격 대화를.’ 그렇게 하면 왠지 한국에도 뭔가 있을 것 같지만 첫 문장에 이렇게 돼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주장을 따르는 한국 사법부의 판단을 계기로 해서 한일 양국 정부는 한시 빨리 본격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이 얘기는 결국 어떤 면에서는 일본 정부가 주장한 바가 한국의 사법부도 인정했기 때문에 그 판결을 토대로 해서 양국 정부의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한국 정부로서는 그걸 받아들이기 힘들죠. 왜냐하면 1월 판결에서는 일본 정부에 배상책임이 있다고 했으니까요. 그런 방식이라면 일단 일본으로는 우선 사법부의 판단이 왔다갔다하니까 그 부분의 정리라는 것도 당분간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법원에 항소하는가 하면 일각에선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 이런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요.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사법적 판단을 받자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단 판단을 받자고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은 될 수 있지만, 아시다시피 국제사법재판소는 양쪽의 동의를 얻어야 재판 자체가 성립하는 건데요. 일본이 동의할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 같고요. 국토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의 얘기니까. 이 문제 자체는 일종의 일본을 압박하는 소재이긴 하겠으나 일본 정부로서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제적인 중재 수단을 활용하는 방식은 가능성이 높아보이진 않습니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도 있었습니다만 한일관계는 언급이 되지 않았어요. NHK 같은 일본 언론에서는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관계 개선은 어려울 것이다, 이런 보도를 했는데요. 한일관계, 당분간 이렇게 갈 수 밖에 없다고 보십니까?

▶그럴 것 같습니다. 원래 예정됐던 대로 한다면 북한이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정도로 해서 남북문제가 풀리고 당연히 북미문제가 풀리면 일본으로서도 납치문제가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한일관계에 조금 더 협조할 요소라는 게 생길 수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 올림픽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는 양국 관계에서 핵심적으로 조율해야 할 긴급한 아젠다라는 게 당분간 없다고 한다면 힘들 것 같아요.

또 내일쯤 보도가 나올 텐데 오늘 일본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이 드디어 중의원을 통과했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가 뭐가 있었냐면 지금 일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교과서에 쓰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를 일본은 종군위안부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게 군의 관여를 의미하니까 종군(從軍)이라는 거를 떼야한다고 지난달에 각의에서 결정했습니다. 오늘 문부과학성이 다음 교과서 검증 때 이를 검증 대상에 넣겠다고 밝혔습니다. 고치겠다는 의미거든요.

이런 식이라면 개헌문제에서도 우리가 말하는 우경화 이미지를 감추기 위해서라도 굳이 한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는 쪽으로, 즉 대화를 거부하는 쪽으로 일본은 계속 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한일관계는 냉랭하지만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조율과 대중(對中) 견제를 위한 한미일 공조는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일관계와 한미일 공조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할까요?

▶그렇습니다. 이 부분은 문재인 정권 전에 이미 박근혜 정부 때도 그랬고요. 이 문제가 결국은 한일관계 역사 문제라고 하는 양국의 국민감정과 역사 인식이 충돌하는 지점일 텐데 한미일 공조라고 하는 건 동아시아의 큰 틀에서 더군다나 미국이라는 존재를 같이 고려해야 하는 굉장히 고차원적인 방정식의 문제입니다.

아시다시피 최근에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움직임이 트럼프 말기에 노골화되면서 우리 쪽에서도 북한 쪽에서도 아무래도 중국이 미국과 경색 관계에 들어가게 되면 중국을 통해서 미국과의 대화를 모색하는 것도 어려워지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 대중 견제, 대북 문제도 꼬이게 만들고 한일관계도 꼬이게 만드는 우리로서는 대단히 어려운 국면인 것 같습니다.


▷후쿠시마 제 1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이 향후 또 다른 한일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우선 그 자체가 환경에 얼마만큼 재앙이 될 지는 2년 뒤의 상황이라고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중간 중간에 뉴스가 나오듯이 오늘도 후쿠시마 원전 1km 지점에 바다 속에 방류를 한다는 얘기들은 결국 한국 쪽에 계속 국민감정에 불을 지르는 듯한 느낌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거든요. 이 자체가 당장 한일 갈등의 결정적인 사안은 아니더라도 남은 문재인 정부 1년 임기 안에 물론 방류가 되진 않겠습니다만, 양국 관계를 꼬이게 만들고 경색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것임은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조만간 열릴 것으로 전해지는 한미일 3국 정보기관장 회의에 관심이 쏠립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일 정보기관장들의 만남이어서 이 자리에서 한일 갈등에 대한 해법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 이런 기대감도 나오던데 어떻게 내다보세요?

▶아무래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같은 경우에는 이미 작년에 한 번 일본에 가서 약간의 물밑조율 같은 것도 했기 때문에 기대되는 면도 있습니다. 다만 5월 5일에 있었던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보더라도 박지원 국정원장이 어떤 해법을 가지고 오는 건 아니겠으나 일단은 세 나라의 비중 있는 관료들이 만나서 회의를 하는 것들을 계속 반복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는 이번에 만나서 한일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해법은 아니지만 양국의 신뢰관계를 높일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대로는 의미가 있지 않나 보입니다.


▷지난 번 한일외교장관 회담이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향후 한일관계 변화에 미국의 역할이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합의를 했을 때 아베 수상과 박근혜 대통령 사이에 거의 얼굴을 붉힐 정도의 냉랭한 관계였습니다. 누가 부정도 안 합니다만, 역시 미국의 압박과 압력이 컸다고 한다면 지금 상황에서도 미국의 역할은 일정 정도는 기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문제는 계속적으로 그런 조정이라는 것들이 상대적으로 성과를 못 냈을 때 미국이 계속 협조하겠느냐는 겁니다. 지금 미국도 코로나 문제와 국내 경제 문제가 시급한데 거기까지 신경을 곤두세워 협조를 해 줄 수 있을까. 그것도 기대하기 힘들 것 같아요.


▷한일 간 냉각관계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한일 갈등의 돌파구, 어디서 어떻게 좀 찾아야 한다고 보십니까?

▶일단은 한국 정부가 여러 가지 형태의 대화를 계속 적극적으로 주선하고, 그런 자리에서도 적극적으로 반응해 나가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당연히 지금 서로가 가지고 있는 일정 카드라든지 어떤 방안을 내놓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서로가 잘 알고 있고요.

그렇지만 그런 것들을 풀어나가는 부분들은 조금 더 정치적이고 나름대로 양국관계의 큰 틀을 생각하면서 만드는 대승적 지혜라는 부분도 필요한데요. 당분간은 쉽지는 않겠지만 대화를 계속 반복해 나가는 것. 그것 정도가 가장 현재로서는 가능성 있는 카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하종문 한신대 교수 연결해 길어지는 한일 갈등에 관해 견해 들었습니다.
하종문 교수님,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cpbc 김원철 (wckim@cpbc.co.kr) | 입력 : 2021-05-1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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