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진희 "자폐성 장애 아들이 `나 행복해요`라고 말할 때 기쁘죠"

[인터뷰] 이진희 "자폐성 장애 아들이 `나 행복해요`라고 말할 때 기쁘죠"

「아임 파인: 자폐인 아들의 일기장을 읽다」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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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7 17:49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이진희 (젬마) / 「아임 파인: 자폐인 아들의 일기장을 읽다」 공동 저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자폐성 장애 아들이 초등 1학년부터 써 온 일기

누군가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발간

장애 아들 통해서 반성하고 배운 것들이 더 많아

어엿한 직장인으로 성장, 감정 표현도 잘하는 편

장애아 엄마들 조급해하지 말고 아끼고 사랑하기를


[인터뷰 전문]

장애를 지닌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좌충우돌 때론 부딪히고 아파하며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요.

자폐인 아들을 키우면서 저질렀던 실수와 경험을 흔쾌히 나누어주는 이 어머니의 이야기가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십수 년간 아들이 써온 일기와 엄마의 경험을 담은 책 「아임 파인: 자폐인 아들의 일기장을 읽다」를 낸 엄마 이진희 젬마님 만나보겠습니다.

▷이진희 젬마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책의 공동 저자 중에 한 분이 아드님이세요. 어떤 아드님인지 소개부터 해주시겠어요?

▶저희 아들은 이름은 김상현이고요. 세례명은 시몬이고 자폐성 장애 2급을 가지고 있고 지금 직장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아드님 상현 군이 자폐성 장애를 지녔다는 거는 언제 알게 됐습니까?

▶보통 자폐성 장애라는 게 태어나면서는 구분하기가 힘들고요. 24개월 전후해서 보통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자동차 자율주행프로그램 개발 연구원으로 일하는 어엿한 직장인이고 사회인인데요. 얼마나 자랑스러우세요.

▶감사합니다. 자랑스럽고 대견한데 아이가 하는 일이 자랑스럽다기보다는 이 사회 안에서 성인으로 자기 자리를 찾고 좋아하는 일,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일 하면서 당당히 제몫을 해내고 있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아드님에게 이런 소박하고 평범한 나날이 오리라고 생각을 하셨나요?

▶어렸을 때는 책에도 나와 있지만 전혀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어요. 그게 제일 두려웠던 것 같아요. 또 성인 장애인들을 보면 가슴이 덜컥덜컥 내려앉고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자폐성 장애 2급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의 장애인가요?

▶지금은 사실은 장애 등급이 폐지돼서 그래서 그냥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라고 구분을 하시더라고요. 자폐성 장애는 1, 2, 3급으로 구분했었으니까 2급이라고 하면 중간 정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은데 장애의 정도가 다 개인차가 있어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긴 한데 지금 상현이를 보면 지적능력이나 언어수준 그런 거 보면 초등학교 3, 4학년, 5학년 정도 그리고 운동신경 그런 거는 그 이상이고요. 사회성 부분은 그거보다 조금 못할 수도 있고.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은 있어요.


▷자폐 관련 부모지침서나 부모가 쓴 에세이는 적잖게 봤지만 자폐인이 직접 쓴 일기는 처음인 것 같은데요. 언제부터 이렇게 상현 군이 일기를 계속 써 온 겁니까?

▶일기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숙제로 내주시잖아요. 담임선생님께서. 그걸 시작으로 쓰기 시작했어요.


▷비장애인들도 꾸준하게 일기를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자폐인에게는 일기를 쓴다는 것이 어떤 건가요?

▶보통 비장애인들이 일기를 쓴다는 거는 자기 비밀도 적기도 하고 감성을 쏟아내기도 하고 그런 거잖아요. 상현이 일기는 하루하루 기록에서 시작됐던 것 같아요. 어릴 때 보면 그날그날 시간 순서대로 뭔가를 기록한다는 거. 기억하고 기록하고 나열하고 그랬던 일기가 어느 날부터 보면 감정도 조금씩 들어가 있고. 그래도 비장애인들의 일기에 비하자면 생각 정리하고 기록하는 게 더 큰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아들의 일기를 책으로 내야겠다고 생각하셨어요?

▶주변에 제가 지지 세력이라고 표현한 주변 엄마들이 상현이 일기 너무 재밌다, 책으로 내보라는 권유도 있었고 그런데 어느 날 졸업하고 제가 여유가 조금 생겼는지 상현이 일기가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한 번 묶어주고 싶다는 생각했었고요. 그러면서 또 이 일기가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내게 됐습니다.


▷이제는 성인이 된 아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써온 일기장을 다시 읽으면서 어머니께서도 이런 저런 기억들을 떠올렸을 법한데 아들이 성장해온 과정을 돌아보니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일기를 천천히 보면서 참 너무 까마득한 이야기 같기도 하고 어제일 같기도 하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이었고 상현이한테 미안하고 고맙다는 생각은 들었거든요. 옛날에 저도 초보엄마였으니까 실수도 많았고 돌아 돌아간 적도 있고 잘못만 적도 있고 그런데 상현이는 저만 믿고 잘 따라와 줬으니까요. 마음이 좀 딱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고맙고 미안하다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교차하는데 가장 후회되는 게 있습니까?

▶제가 큰 애가 있고 둘째 아이다 보니까 남자 아이들은 늦는다는 말도 있고 해서 병원을 너무 늦게 데리고 간 게 아닌가.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는 골든타임, 그걸 놓친 게 아닌가 하는 후회가 됐었어요. 24개월 정도에 소아정신과를 갔었고 막상 치료는 30개월 지나서 시작했거든요. 조금 일찍 갔더라면 하는 후회가 남아요.


▷괜히 제가 여쭤봤나 봅니다. 자폐는 의사소통에 장애가 큰데요. 사회 생활하는 상현 군이
어머님께 감정 표현도 잘하나요?

▶감정 표현은 큰 아이보다 훨씬 잘하는데 책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상현이는 언어를 학습으로 배운 케이스거든요. 하나하나 읽히고 연습한 케이스라서. 어렸을 때는 아이가 대답을 못하니까 O야, X야. 이렇게도 물어보고 반응을 해야할 때는 제가 아예 질문까지 만들어서 답을 가르쳐 주면서 연습도 시켰고요. 사지선다도 했고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했죠. 아임 파인이라는 제목도 “뭐야, 뭐 쓸 거야.” 하니까 뭘 써야 하는지 감을 못 잡더라고요. “엄마는 노 프로블럼이야.”라고 예시를 보여준 거였거든요. 그러니까 아이가 “그러면 나는 아임 파인.”이라고 대답을 하더라고요.


▷상현이가 한 말이네요. "장애가 있는 아이의 엄마는 세 가지와 싸운다. 먼저 아이와 싸우고, 사회와 싸우고, 그리고 나 자신과 싸운다."라는 글이 있던데, 어떤 면에서 그렇습니까?

▶누구나 자신과의 싸움이 뭔지 아실 것 같고 제가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고 아이는 자식이니까 하나씩 풀어 가면 되고 그런데 저는 사회와 싸운다. 싸운다는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는데 그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아이와 내 싸움은 그렇게 풀어 가면 되는데 선생님이나 학교나 어떤 기관들하고 이견이 생겼을 때 그 과정이 되게 힘들더라고요. 마음도 다치고 지치고 무슨 큰 바위덩어리를 혼자 옮기려고 하는 느낌. 꿈쩍도 하지 않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20년 전보다는 지금이 훨씬 나아지긴 한 것 같아요.


▷거기에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의 커다란 바윗돌 같은 벽, 그런 걸 느끼셨나 봐요. 어떻습니까? 지금도 힘겨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건가요?

▶지금은 20년 동안의 발전이 이 사회에 장애에 대한 편견이나 발전이 아마 그 이전의 100년 보다 더 빨리 발전한 것 같고 요즘은 아이들이 유치원 때부터 통합 교육을 통해서 장애 인식 교육이 들어가니까요. 앞으로는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고 지금도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지난 세월은 앞서도 그런 말씀 잠깐 하셨는데 "지난 세월은 상현이가 저를 가르치고 철들게 한 시간"이라고도 하셨더군요. 아드님에게서 배운 가장 큰 공부, 가르침은 무엇이었습니까?

▶저는 다들 그렇지만 결혼하기 전에 철없이 살다가 상현이 낳고 장애를 알면서 당연한 건데 세상의 모든 일들이 저도 예외일 수 없다. 너무 당연한 그걸 배웠고요. 그러니까 사는 거에도 좀 더 조심스럽게 신중하게 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상현이가 자폐성 장애니까 그 특징 중에 한 가지가 남한테 관심이 없고 눈치 안 보고 그런 거거든요. 그게 단점이기도 하지만 또 저는 너무 남을 의식하고 사는 게 아닌가. 그런 반성도 하게 되고 여러 가지로 배운 게 많죠, 저도 상현이 통해서.


▷학습된 말이 아니라 상현 군이 스스로 마음을 표현한 말 중에서 위로나 기쁨이 되거나 울컥 눈물 나게 했던 말, 혹시 생각나는 게 있으세요?

▶먼저 울컥하게 한 말부터 말씀드리면 책의 제목이 아임 파인이잖아요. 상현이가 이 말을 했을 때 저 사실 며칠 동안 체한 것처럼 내려가지 않더라고요. 애매한 말이. 저한테는 그게 어떻게 들렸냐면. ‘엄마, 걱정하지 말아. 나 괜찮아. 할만 해.’ 이렇게 들렸거든요. 아임 해피도 아니고 파인이라는 말이 애매해서 더 제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책 제목으로도 하게 됐고요. 위로나 기쁨이 되는 말은 매일 매일 해요. 직장이 잠실인데 출퇴근할 때 지하철로 한강을 두 번씩 건너거든요. 한강 건너면서 문자를 해 줘요. ‘엄마, 오늘 하늘이 예뻐요. 구름이 멋져요. 비가 와요. 안개가 꼈어요.’ 이렇게 문자 보내줄 때 너무 기쁘고 또래랑 일반적인 비장애인들은 ‘나 행복해요.’ 이런 표현 잘 안 하잖아요. 한강만 나가도 맛있는 것만 먹어도 ‘행복해요, 행복해요.’ 이렇게 하니까 그런 말 들을 때 저도 기쁘고 행복하죠.


▷우리가 지금 부활의 기쁨을 살지 않습니까? 산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런 놀라움의 은총을, 감동을 느끼지 못하면 그게 부활의 삶일까 하는 생각도 저는 개인적으로 해 보거든요. 우리 상현이의 그 말이 바로 기쁨을 살고 있는 거네요.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과 위로라도 되었음 하는 마음에 상현 군과 어머니의 삶을 전한다고 이렇게 책을 낸 동기를 밝히셨는데 한참 고단하고 버겁게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에게 힘과 용기가 되는 것은 뭘까요?

▶제가 감히 용기를 드리긴... 마지막에 보면 2000년에 나에게 쓴 편지가 어떻게 보면 지금 막 자녀의 장애를 알고 힘들어 하는 부모님들에게 드리는 편지이기도 한데요. 먼저 그 아이의 장애는 일부분이다, 장애가. 그런데 그 일부 때문에 아이의 장점을 보지 못하고 그 사랑스러움을 놓치지 말라는 그런 말씀 드리고 싶고 또 장애라는 거는 사실 치유의 뜻이 포함되어 있진 않잖아요. 그런데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겁내지도 말고 미리 준비하고 꾸준히 노력하면 분명 또 변화가 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세상이 생각한 것만큼 차갑지 않더라. 그런 말씀드리고 싶고 마지막으로 우리 엄마들 본인을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았으면 좋겠고 먼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라는 그런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아임 파인: 자폐인 아들의 일기장을 읽다」라는 책으로 아들과 엄마의 경험을 나누는 이진희 젬마님과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인터뷰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입력 : 2021-04-0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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