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평론가 "박수홍 친형 관련 보도, 가족사 소비에만 매몰"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평론가 "박수홍 친형 관련 보도, 가족사 소비에만 매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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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2 18:00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 `친족상도례와 언론 보도 태도`에 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최근에 방송인 박수홍씨가 친형에게 횡령을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친족상도례’가 부각이 되고 있는데, ‘친족상도례’란 게 무엇인가요?

▶간간이 들어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국민들이 매우 잘 아는 스타들에 관련된 뉴스가 나올 때 곧잘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범죄에 대한 면죄 특례에 해당하는 조항인데요.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는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동거 중인 친족이 재산범죄를 저지를 경우 그 형을 면제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형을 줄이거나 친고죄로 규정한 것도 포함이 됩니다.우리 형법 328조에는 재산죄에 관해 친족상도례를 적용합니다. 여기서 친족은 민법 777조에 따릅니다.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를 의미합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가 먼 친족 관계인 경우는 친고죄로 하고 가까운 친족 관계인 경우는 아예 형 자체를 면제합니다. 여기서 가까운 친족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등을 말합니다. 다만 배우자의 사돈은 과거와 달리 지금 법체계에서는 친족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해당되는 죄는 절도죄, 사기죄, 공갈죄, 횡령죄, 배임죄, 장물죄, 그 미수범과 권리행사방해죄입니다. 공범도 피해자와 친족 관계라면 친족상도례를 적용합니다. 친족에 한해서는 죄가 있어도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강도죄와 손괴죄는 재산죄이지만 처벌 특례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왜 이런 특례조항을 둔 것일까요?

▶친족상도례라는 단어 속에는 ‘盜例’는 친족 사이의 도둑질에는 예외를 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친족 사이에 벌어지는 재산 상의 범죄는 가족 내에서 해결하라는 것인데요. 자율적으로 화평하게 해결해야지 가족간에도 법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가족 관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가부장제 문화의 유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지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교적 전통에 따라 성립된 규정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고대 로마법에도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 것은 이런 가부장제 전통을 중시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독일도 비슷한 조항이 있는데요. 형법상 집안 및 가족절도가 친족상도례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비슷하게 도주와 범인은닉죄, 증거인멸죄에도 친족상도례와 같이 특례가 적용되고 있어서 가족간의 인정주의에 기반한 점에서 같다고 보겠습니다. 참고로 범인을 은닉·도피하게 한 사람 혹은 증거를 인멸해 준 사람의 관계가 친족 또는 동거가족의 관계이면 그 죄만 인정되고 처벌은 면제하고 있습니다.


▷배경을 설명해주셨는데, 그럼에도 시대에 맞지 않는 법이라는 지적은 계속 있어 왔죠?

▶일단 예전처럼 가부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던 시기가 지났다는 것입니다. 또한 단순히 작은 돈 에 관한 절도 문제가 아니라 사기죄, 횡령죄에까지 적용하기에 현대 사회는 복잡해졌고 각 가족 구성원들의 사회 활동과 경제적 수입이 넓어지고 커졌다는 것입니다. 또한 친족상도례 가족이나 친족 안에서 자율적으로 화해를 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이미 친족이나 가족이 평탄하지 않은 관계일 경우에는 회복도 해결도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정도의 문제가 생겼다는 것 혹은 세상에 알려지는 정도라면 매우 오랫동안 곪아온 것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친족간이라고 해도 작정을 하고 의도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 피해자만 매우 억울하게 되고 도덕적 윤리적인 취지 때문에 범죄를 방치, 양산하게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더구나 8촌 형제라는 의식은 갈수록 희미해져 가고 있습니다. 범죄는 갈수록 늘어간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친족 상대 범죄 피의자 수는 2011년 2만 1,751명이었는데 2017년 4만 460명으로 매년 증가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법 규정을 고칠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가족 간 금전문제라고 해도 그 액수나 죄질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또한, 친족의 범위를 좁히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함께 살지 않는 친족을 가족안에 포함시켜 자율적으로 해결하라는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또한 적용 범죄를 7개에서 줄여야 한다는 점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기죄나 횡령죄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액수가 너무 큰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 것이 왜 그러한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사기죄같은 경우 친족을 적극적으로 속이는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단순히 절도와는 다른 죄질이 좋지 않은 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사례를 보면서 비혼자들의 유산 상속과 돌봄 문제도 생각해 봐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던데, 왜 그런 건가요?

▶이번 사례를 통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4~50대 싱글들이 분노를 일으켰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박수홍씨가 과거 조카 이야기를 하면서 삼촌의 재산은 다 자기것이라고 했다는 발언이 회자되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결혼을 하지 않은 분들만이 아니라 아이가 없는 부부들도 해당이 됩니다. 민법 규정에 직계존비속이나 배우자가 없는 사람의 유산은 상속 1순위가 형제자매입니다. 당연히 그 유산은 조카들에게 상속이 됩니다. 유산을 기부하고 그것을 공증한다고 해도 유류분 즉 기부한 시점 이후에 증식한 재산 등에 대해서는 형제자매에게 상속이 되고 조카들은 후일에라도 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류분 청구자에서 빼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왔는데요.

참고로 하나의 또다른 제도도 언급이 되고 있는데요, 유언대용 신탁제도 즉 금융사의 자산신탁계약으로 지정된 수익자에게 원금·이익을 지급해 주는 제도를 활용하면 유류분 청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합니다. 유산 상속을 넘어서서 노년에 싱글족들을 누가 돌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박수홍씨는 노년에 누가 돌봐줄까, 노년기 성년후견제 등에 대한 논의와 연계되어야 할 것입니다. 예전에 가족을 우선하면서 배려하며 살던 모습에서 벗어난 우리의 가족 모습을 볼 때 가족문화의 퇴색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를 생각해봅니다.


▷언론의 `100억 횡령` 이란 보도는 근거가 있는 것인가요?

▶액수가 구체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박수홍씨 본인 입으로 밝혀진 것이 아닙니다. 유튜브 댓글에 그가 30년 간 벌어들인 방송 출연료 등 100억원을 친형이 자신과 아내 명의로 횡령하고 잠적했다고 담겼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00억원을 횡령한 지 알 수가 없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박수홍씨 본인이 밝힌 적은 없습니다. 다만, 친형이 재산을 관리했고, 연락이 안된다는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수홍 100억 횡령 당해‘, ’100억원 사기 당해‘라는 기사가 범람했습니다. 또한, 친형이 미국으로 갔다고 알려졌지만, 나중에 다른 주장도 나오고 설왕설래했습니다. 많은 보도들이 사실과 다르다고 할 수 있고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져 공유된 감이 있습니다.

요컨대, 피해 규모는 물론이고 친형의 거취 그리고 횡령의 진위에 대해서 전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차별적으로 보도되었습니다. 박수홍씨 세무담당자가 100억원과 다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한, 오픈 채팅방에 올라온 조카의 말도 진위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기사화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공분이 더 폭발한 면이 있습니다. 조카가 만약 아니라면 피해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상처를 깊게 하는 가족사 소비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드는군요?

▶처음 가족사가 밝혀진 것은 박수홍 본인이나 가족이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서입니다. 그러한 공개가 과연 박수홍씨 본인의 의지였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박수홍씨는 그러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기보다는 자력으로 해결을 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착한 임대인 운동을 하기 위해 내역을 보다가 알게 되었다고 밝힌 것은 가족사가 알려진 뒤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는 평소에 박수홍씨가 얼마나 바르고 따뜻하며 선행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밝히는 기사는 물론이고 지인들의 미담 증언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박수홍씨를 편들고 응원하는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태나 현상들이 정작 박수홍씨 본인이 원하는 것일까요. 본인이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부각해서 상대적으로 가족을 나쁘게 만들어 버리는 구도는 박수홍씨 본인이 만들거나 이를 확대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친족상도례는 친고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박수홍씨 본인이 스스로 해결하는 문제일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가 고민하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이 문제의 본질과는 좀 동떨어진 문제이긴 합니다만 `친족상도례` 라고 하는 이 법률 용어 말이죠, 일제 잔재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이런 법률 용어들이 아직도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어떻게 보십니까?

▶연예인 관련 이런 사건들에 `친족상도례`라는 용어가 빈번하게 등장하고는 합니다. 아마 오늘 이 시간에도 매우 생소하게 들리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생전 처음 들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말은 당연히 쉬운 용어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친족상도례`라는 용어는 일본 형법 용어를 한국 형법에서 그대로 반복해 사용한 것이고요. 다른 용어로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친족 사이 재산범죄에 관한 특례’, ‘친족 사이 절도죄에 대한 특례.’, ‘가족 간의 절도(재산범죄)에 관한 특례.’등으로 바꿀 수도 있어 보입니다.

형법의 ‘견련범(牽連犯)’도 마찬가지입니다.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 속하는데 범죄의 수단 또는 결과인 행위가 여러 개의 죄명에 해당하는 것을 말합니다. ‘오상방위(誤想防衛)’는 정당 방위권의 존재와 법적 한계를 잘못 생각하는 것입니다. 언론에 많이 나오는 ‘위법성조각사유(違法性阻却事由)’는 위법성을 배제하는 요건입니다. 일제에서 해방되지 못한 법률 용어들인데 이렇게 와닿지 않는 용어들을 통해 과연 억울한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요. 사회문화의 변화에 맞는 법치 행정, 쉬운 말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네, 여기까지 듣죠.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였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입력 : 2021-04-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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