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평론가 "`돈쭐 내주자` 선한 영향력 불구 혼쭐나는 일 없어야"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평론가 "`돈쭐 내주자` 선한 영향력 불구 혼쭐나는 일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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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05 19:03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합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돈쭐 내주자`는 움직임이 유행이라면서요?

▶요즘 젊은이들은 좀 자기만 안다고 하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돈쭐내자는 현상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선행을 베푸는 가게와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있는 자영업 공간을 일부러 찾는 소비 움직임이 인터넷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돈쭐 내다.’라는 말에 담겨 있습니다. ‘돈쭐내자’는 ‘돈’과 ‘혼쭐 내다’의 결합어입니다. ‘혼쭐내다’는 ‘몹시 꾸짖거나 벌을 주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좋은 영향력 선한 영향력을 주는 기업의 제품이나 영업장을 이용하거나 소비에 참여하는 움직임을 말합니다. 돈으로 혼쭐을 내자는 것이지만 실제 혼을 내는 것은 아니고 역설적으로 도움을 주자는 해학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좋은 긍정적인 점도 있지만 지나칠 때 생각할 점도 있습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돈쭐`이라는 말은 작년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대구에서 시작되었다는 분석도 있던데, 사실인가요?

▶벌써 1년인가 싶은데요. 지난해 대구에서 코로나 확산이 크게 일어났을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에 자영업자들이 의료진에 도시락 등을 기부했을 때 이 돈쭐내다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달 초까지 검색 데이터를 보면 돈쭐이라는 말은 지난해 2월 19일부터 검색이 되는데요. 이때가 바로 자영업하시는 분들이 의료진에게 도시락을 무료로 전달하던 때였습니다.
이때 누리꾼들은 코로나19가 좀 진정이 되면 돈쭐을 내주러 대구에 가겠다는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데 1년 사이에 단지 댓글들만 다는 정도를 넘어서서 실제로 소비를 집중적으로 해주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그에 대한 반대 작용으로 요즘 부각되고 있는 듯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어떤 치킨집은 영업을 중단하게 되었다는데,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건가요?

▶대구 사례를 보겠습니다. 대구의 초밥집은 지난해 의료진에게 수백개의 초밥 도시락을 전달했고, 봉사 하시는 분들 요양원 등지에 분기마다 도시락 기부를 하는데 많은 분들이 이같은 사실을 알고 일부로 돈을 쓰기 위해 가게를 찾아왔다고 합니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에서 살림살이가 어려운 형제에게 치킨을 준 점주였습니다. 일하던 직장에서 쫓겨난 소년 가장이 치킨을 먹고 싶다는 동생을 데리고 여러 치킨 집을 전전했는데요. 치킨 집에 오기는 했지만 5천원 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 치킨 집 점주가 2만원 치킨을 주는 선행을 한 것입니다. 한두번이 아니었고 미용실에 데려가 머리도 다듬어 주었다고 하는데요. 그 같은 사연이 사회관계망을 통해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미담 소식에 누리꾼들의 `돈쭐` 내주자는 주문이 쇄도했고, 음식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며 영업을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정말 몰리는 돈 때문에 혼쭐이 난 것이지요. 뿐만아니라 직접 주문을 하기도 하지만 응원 전화를 하기도 하고 성금, 선물을 보내면서 격려하는 분들이 있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개인이 운영하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불이 나자 그곳에 지원하는 모습도 이와 같습니다. 2003년부터 해마다 100여 마리의 유기견과 유기된 고양이를 보호해오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불이 나서 8마리의 유기견이 목숨을 잃었죠. 자신이 번 돈을 모두 이 보호소 운영에 썼다는 사실에 더욱 후원 문의가 쇄도하고 카페 회원이 이틀만에 천여명 이상 늘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후원 쇄도로 혼쭐 아닌 혼쭐이 나는 셈이죠.


▷리뷰를 단 댓글들이 화제라는데, 어떤 내용들인가요?

▶남겨진 댓글들이 더 훈훈함과 감동을 더하는데요. 부산과 대전 등 서울이 아닌 지역에 있는 분들은 멀리 살기 때문에 주문만 하니 치킨은 먹은 것으로 하겠다고 하면서 주문만 하고 댓글을 남기기도 합니다. 좀 더 보면, 강원도인데 치킨은 먹은 것으로 하겠다, 마산이라 배들은 필요 없다고도 하십니다. 치킨 자체에는 관심도 없는 것이지요. 실제로 배달앱 리뷰을 보면 강남에서 돈쭐 내러 택시 타고 갔다 왔다는 댓글도 있습니다. 치킨을 형제에게 전달해 달라고 하면서 결제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지인에게서 도움을 받았는데 생각이 나서 돈쭐냅니다라는 표현도 하시구요.

유기견 보호소의 경우에는 어느 누리꾼은 "유기견을 보호하는데 번 돈을 다 쓰셨다고 해서 마음이 정말 안 좋다." 면서 소정의 지원금을 보내드리는 것밖에 할 수 없어서 가슴이 아프다고 글을 남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장사를 하는 곳은 아니지만 돈쭐을 내주자는 맥락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요, 어떻게 보세요?

▶코로나로 각박해진 분위기 때문에 더욱 이러한 반응이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선한 사람의 행동이 있게 되면 더욱 더 관심이 간다는 것이지요. 코로나19는 물밑에 있던 현상들을 수면 위로 올리는 계기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돈쭐 낸다`라는 것은 하위 문화인데 코로나19 이후에 주류 문화에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최근 위기를 맞은 게 영세 자영업자들인데 오히려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의 취약계층을 도와주는 것은 더욱 더 돈쭐 내주는 행위에 동참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을 돕는 사람을 돕는 것은 어쩌면 자신도 그러한 도움을 받기를 원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선한 영향력의 선순환이 생길 것입니다. 앞서 도움을 받은 소년 가장은 나중에 “저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며 살 수 있는 사장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모바일 문화는 급속하게 이런 돈쭐 내주자는 움직임을 강화할 수 있고 좋은 방향으로 순환할 수 있게 합니다.


▷자영업자들을 응원하는 `영수증 챌린지`도 눈길을 끌고 있다면서요?

▶좋은 캠페인을 소셜네트워크에서 하는 것을 챌린지라고 하지요. ‘영수증 챌린지’는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지출한 영수증을 인증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해시태그를 다는 캠페인의 하나입니다. 예컨대, 소셜미디어(SNS)에서 ‘#사장님 힘내세요’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영수증에 자영업자를 응원하는 말을 적어 인증하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다. `#사장님 힘내세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약 수천개가 뜹니다.

인증 사진에는 ‘낮은 매출에도 친절히 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어렵다고 들었는데 조금만 더 힘내시라’ 등 응원의 한마디들이 적혀 있습니다. ‘소비 인증’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코로나에 심리적 불안이 가득한 상황인데 이런 시기에 의미 있는 소비행위에 참여하면서 나름의 즐거움 그리고 보람을 찾으면서 이겨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뜻한 소식이 오히려 코로나 블루를 이길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행동에 대해 `미닝 아웃`, `가치 소비`, `휘소 가치` 등의 개념으로 풀이하기도 한다던데, 이게 어떤 의미들인가요?

▶미닝아웃은 소비에서 자기 취향과 신념을 알려 사회적 의미를 되새기는 행위입니다. MZ세대그러니까 1980년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특징입니다.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실행하기 위해 행동하는데 모바일 행위에 강하죠. 이를 통해 영향력을 확산하는데, 관심이 많습니다. 소비조차도 선한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 조사 결과, MZ세대의 52%가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맞는 소비를 `미닝아웃·meaning out 맥락에서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거꾸로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좋은 가게와 기업은 선호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집단적 보이콧을 한다는 것이죠.

가치 소비도 연관이 되기도 합니다. 본래 가치소비는 자신이 가치를 부여하거나 만족도가 높은 상품과 서비스를 과감히 소비하는 것입니다. `#가치소비캠페인`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기도 합니다. 똑같은 돈을 쓰면서도 적은 돈일지라도 선한 자영업자들 가운데 큰 의미와 보람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예컨대, ”많이 힘드시지요? 저의 작은 소비가 힘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말에서 이를 알 수가 있습니다. 또한 휘소가치에 열광하기도 하는데 본래 ‘희소(稀少)가치’에서 드물다는 뜻의 ‘희(稀)’ 대신 다른 글자를 넣는데 바로 흩어진다는 의미의 한자 ‘휘(揮)’입니다. 다른 이들에게는 휘발성이 강하고 무의미해 보일지라도 자신에게는 가치가 있는 것을 소비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지나치면 해롭다는 지적도 가능하겠죠?

▶이런 움직임은 분명 긍정적인 점이 있습니다.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정말 혼이 날 수 있겠죠. 한꺼번에 주문이 몰리게 되면 매장은 정말 아수라장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배달앱을 통해 배달이 많이 이뤄지고 매장도 손님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식사 시간대 등 특정 시간에는 정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 시간대는 최소한 피하는 주문이 필요합니다. 선행을 한 것에 쏠림 현상이 다시금 일어나는 것보다는 주변에서 스스로 선행의 공간을 찾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더구나 후원의 경우, 인터넷상의 정보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좀 주의가 필요하기는 합니다. 실제로 계좌번호 등이 맞는지 혼란스러워 신뢰성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애초에 후원이나 지지를 바라고 행동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혼선된 정보에 휘둘린다면 애초의 선한 영향력이 다른 영향력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등에 대한 요구가 생기는 이유입니다. ‘선한 영향력’이 선순환되는 것이 바람직할 뿐 그것이 정말 혼쭐내는 일이 되는 것은 누구도 바라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네, 여기까지 듣죠.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였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입력 : 2021-03-0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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